잡힐듯 잡히지 않는것
한국은 왜 노벨상을 받을수 없는가? 에 대한 이야기는 늘 나오는 고리타분한 술안주 같은 이야기다.
더욱이, 그 해답이 비관적인 쪽으로 흘러가는것이 더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노벨상을 왜 못 받을까?
과학고에 대한 연재글인 만큼 당시 내 경험을 떠올려 보면 '과학 연구에만 온전히 몰입하기 힘든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험을 좋아했던 나는 학교에서 팀을 꾸려 친구들과 실험대회에 나간 기억이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그럴듯한 실험데이터를 내보이기 위해서는 똑같은 행위를 여러번 반복해서 값을 측정해야 했다. 이 과정이 실험을 재밌게 여겼던 나에게는 괴롭지 않았지만 당시 실험보다 힘들었던건
실험을 하느라 하지못한 다른 과목들에 대한 공부들, 학교와 학원에서 양 쪽으로 쏟아져 쌓여가기 시작했던 많은 양들의 과제들로 부터 오는 압박감이였다.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받을 만큼 부강해 지지 않은것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한 가지 연구분야에 매진해서 결실을 얻기까지 어쩌면 평생을 오롯이 바쳐야 할지도 모르는데, 주변에서 순수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으로 연구에 평생을 바치겠다 결심한 친구는 그리 많지 않고 대게는 의사,약사로 또는 학사/석사 졸업 후 대기업으로의 취업을 선택한다. 이공계 인력의 사회진출을 비난하는것은 아니며 그러한 선택은 온전히 개인의 자유라고 믿는다. 하지만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눈앞에 보이는 돈을 마다하고 순수과학 연구를 선택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끝이 없을지도 모르는, 또는 후대가 이어서 연구를 해 나가야 할지도 모를 분야를 파고 또 파는 행위가 한국에서는 먹고사는 문제에 시달려 힘들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자연스레 해외에서의 연구로 눈을 돌리는 인력이 많아 질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전반적인 사회의 여론이 순수과학 분야의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지 않고 있는듯 하다. 사실, 노벨상을 탄다는 것이 한 사회에 크나큰 경제적 이윤을 가져준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노벨상을 타기 까지의 과정에 대한 지원과 교육이 사회전체로 보았을때 다소 지엽적이고 비 효율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과거에 비해 빠른 발전을 이룩한 한국이 노벨상을 타기위한 시도를 포기하기에 우리나라의 교육 인프라,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과 열정이 너무나도 아쉽게 낭비되는듯 하다.
다소 조심스러운 발언일 수 있는데, 한국인의 급한 성품,기질이 노벨상 연구와 결이 안맞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유럽은 특유의 느긋함, 일본은 특유의 집착성이 어쩌면 한가지 분야를 깊숙히 파고들기 위한 과학 연구에 최적화된 기질일 수 있다. 한국의 과학자가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지원도 중요하지만 학자 스스로가 내가가는 길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과 불안정한 미래에 흔들리게 된다면 아무리 많은 지원이 제공되어도 연구의 끝이 노벨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