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나의 노력은 왜 늘 엄마의 허락을 받아야 했을까
# 1. 칭찬 없는 성공, 유예된 자존감
센텀에 있는 우리 꽃집은 화려했다. 사람들은 유리창 너머의 나를 보며 ‘온실 속의 화초’라 불렀다. 부모 잘 만나 고생 없이 꽃이나 만지는 꽃수저. 하지만 그 온실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스스로를 태워 석탄을 던져 넣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 부모님의 빛나는 커리어 뒤에서 나는 그늘이 지지 않게 온몸으로 조명을 지탱하고 있었다. "
학원 행정 책임을 맡으며 나는 꽃보다 서류와 더 친해져야 했다.
실수가 없으려 돌다리를 수만 번 두드리는 심정으로 일을 마쳐도,
엄마는 나를 믿지 않았다.
내가 끝낸 일을 엄마가 다시 처음부터 훑어 내릴 때마다,
마우스 클릭 소리는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소리처럼 들렸다.
내 인생의 모든 결정권은 나에게 있는 줄 알았지만,
그 결정의 끝에 항상 엄마의 '컨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엄마에게 모든 일의 컨펌을 받고 진행하는 버릇은
나를 위한 쇼핑을 할때도 마찬가지 였다.
엄마는 항상 옷의 뒷태가 중요하다 하셨고,
언젠가 부터 엄마의 괜찮네 이쁘네 라는 말을 듣기 전에는
나는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해서 구매 하지 못했다.
# 2. 훔쳐낸 하루의 휴가와 포장된 진심
연애조차 눈치가 보였다.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하다 겨우 하루 데이트를 가려 해도 엄마의 눈초리가 느껴지면 나는 거짓말을 보탰다.
부모님이 정해준 길은 비단길인 줄 알았는데, 걷다 보니 발바닥이 따가웠다.
내 발 사이즈에 맞는 신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서도 전화가 울리면 내 마음은 늘 불안했다.
언젠가부터 친구들에게도 입을 닫았다.
엄마를 원망하는 건 내 얼굴에 침 뱉기 같았고,
나를 포장하는 것만이 내가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착한 딸이라는 칭찬은 나를 갉아먹는 달콤한 독이었다.
그 칭찬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내 목소리를 지워야 했다.
엄마의 실망을 막아내기 위해 쓴
웃음의 가면은 점점 진짜 내 얼굴이 되어가고만 있었다.
# 3. 제주도의 찬바람, 꼭두각시의 눈물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6년은 그 갈등의 정점이었다.
반복되는 연습이 너무 힘들어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틀어놓고 작업을 할 때면,
엄마의 따가운 시선이 날아왔다.
ADHD라는 것을 몰랐던 그때,
나는 왜 남들처럼 묵묵히 연습하지 못하는지 스스로를 질책했다.
성공의 기준이 내가 아닌 부모님의 만족에 있을 때,
우리는 아무리 달려도 결승선에 도착할 수 없다.
고통 끝에 얻은 장려상. 아쉬우면서도 뿌듯했던 내 마음은 제주도 차 안에서 무참히 무너졌다.
펑펑 우시는 엄마. 그 눈물은 고생한 딸을 향한 위로가 아니라,
'겨우 이것뿐이니' '좀더 열심히 했어야지' 라는 원망이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사랑은 때로 '조각칼' 같았다.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자식의 모난 부분을 깎아내어 본인들이 원하는 모양의 조각상을 만들려 했다.
# 4.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는 나의 진짜 인생
그 풍경 좋은 길 위에서 나는 깨달았다.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한 부품이었다는 것을.
지금 돌이켜보면 묻고 싶다.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엄마의 허락이 필요했을까.
내가 열심히 했다고 내 스스로 인정해주면 그만이었을 텐데.
부모님의 실망을 감당할 용기가 생겼을 때,
나의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39살의 독립은, 그 차갑던 제주의 차 안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에필로그
이글을 쓰는 나는 , 부모님을 비난하고자 쓰려는게 아닙니다.
속상하고 답답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경험이
누군가에는 용기와 응원이 될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가봅니다.
"혹시 여러분도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까 봐, 혹은 나를 증명하지 못할까 봐 스스로를 태우며 살고 있지는 않나요? 3040 우리 세대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왜 이토록 든든한 인생교과서인 동시에 오답노트 같기만 한 걸까요.
여러분이 겪었던 '인정받지 못한 노력'이나 '차마 털어놓지 못한 가면의 무게'가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우리, 이제 서로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게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닦아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