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쓰기란
“글쓰기는 해방입니다. 나를 풀어줘야 합니다. 스무 명이 배우는 글쓰기 수업에 와서 눈치 보고, 자기 검열하고, 자기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불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책을 어떻게 낼 수 있을까? 내가 나를 풀어주고 자아를 해체해야 또 다른 내가 됩니다.”
-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본문 중에서 -
늦봄이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한 책 읽기를 밴드에서 진행했다. 글을 쓰다가 생기는 고민과 궁금증 마흔여덟 가지에 은유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 경험, 작가로서의 삶을 재료 삼아 이야기했다. “글쓰기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나요?” “글감을 어떻게 고르나요?”, “글 쓰는 시간을 사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한 문장이라도 자기표현을 해본 사람이라면 해봤을 고민 등 글쓰기를 안내하는 길잡이 책이다. 누구나 한 번은 책을 읽는다. 읽기로 끝나지 않고 무언가 글을 쓰는 건 쉽지 않다. 글쓰기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일이다.
최근에 도서관에서 글쓰기 6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일반시민 대상으로 글을 쓰고 출판하는 과정이었다. 평소에 글쓰기를 했지만, 단기간에 글을 완성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글쓰기 참여자와 함께 책을 내니 신선했다. 다행히 참여자의 대부분은 독서동아리에서 활동하고 한 번은 뵌 분이었다. “글감을 어떻게 고르나요?” 질문에 주제를 정하지 못하거나 글쓰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고민하는 분을 위해 서로 생각을 나누었다. ‘왜 글을 쓰는가?’ 질문에 사유했다. 평소에 책을 좋아해서 독서 모임을 진행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글쓰기를 했다.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며 내 안의 나를 만났다. 지속적인 글쓰기를 통해 이전보다 성장했다.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누군가는 질문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보니 생각이 전후로 바뀐 경우도 있다. 사고가 확장되는 질문의 힘이다. 미션으로 첫 문장을 시작으로 마지막 글 한 줄을 이어 써 내려가니 짧은 한 편의 글이 완성됐다.
늦은 오후였다. 간식을 대충 먹고 노트북을 켰다. 호기심을 유발하고 글에서 내가 쓰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제목을 정했다. 첫 문장은 중요한데 첫 시작을 어떻게 쓸지 고민했다. 전에 키워드를 떠올리며 점검했다. 무작정 초고를 써 내려가니 어느 정도 글이 완성됐다. 며칠 동안 묵혀둔 초고를 다듬어볼까?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돌아보니 어느 날은 키워드가 미친 듯이 마구마구 잘 떠올라서 글이 잘 써지는 날이 있는 반면에 시간이 멈춘 듯 글 한 줄도 못 쓰는 날도 있었다. 여행하면서 체크인이 있으면 체크아웃이 있듯이 글을 쓰면서 초고가 있으면 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글 한 편을 완성하는 노하우나 훈련법도 다르지 않다. 일단 목표한 분량을 채워 써본다. 완성된 글에 나눌 만한 ‘알맹이’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책을 더 읽을지, 자료를 더 찾을지, 취재를 해볼지 생각해 보고 실행하는 것, 다시 써보는 과정을 반복한다. 글 마감 시간이 임박했다. 하루가 일 분처럼 24시간이 모자랐다. ‘전에 미리미리 글을 쓸걸. 여러 번 더 퇴고할걸.’ 조바심이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깨와 손마디가 뻐근하고 눈에 충혈이 생겼다. 자투리 시간을 쪼개고 쪼개가며 가까스로 원고를 마감했다. 밀린 숙제를 끝낸 듯 소화도 잘되고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글쓰기는 내 안의 고유한 본질에서 형성되는 것이기에, 자기 탐구라는 결론에 이른다. 얼굴 색깔이 다르듯 자신만의 고유성을 지닌 문체로 쓴다. 나에게 글쓰기란 자기 관점을 세우고 그걸 부수고, 남의 생각을 좇는 게 아니라 내 생각에 몰입하고 그렇게 내가 변해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일이다. 쓸수록 품이 넓어지고 진실해진다면 글쓰기는 삶의 선물이다. 기록을 통해 자기의 성장과 더불어 타인에게 선한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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