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 다르다

신중년의 일상

by 마마래빗

어반스케치를 배운 지 두 달이 되었지만, 여전히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케치도 제대로 못하는데, 지난주부터는 채색을 배우기 시작했다. 수채화 물감을 사용하는데, 붓질도, 물 농도도 조절하기가 너무 어렵다. 가르치시는 선생님은 물 번짐을 활용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하셨지만, 도통 제대로 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특별한 소질이 있던 건 아니지만, 따라 그리기는 곧잘 했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스케치를 배우니 쉽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수업이 점차 부담스러워지면서, 슬그머니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같이 시작했던 분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신다고 하니, 괜히 가르치시는 선생님께 미안해졌다. ‘끝까지 이 수업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붙잡는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처음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시작하지만, 끝까지 성실히 남아있는 사람은 늘 나였다. 이번에도 처음부터 내 의지로 시작된 건 아니지만, 결국 또 혼자 끝까지 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아침부터 식탁에 앉아 며칠 전에 스케치한 그림을 채색하며 몇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것도 몰랐다. 식사 시간을 정확히 지키시는 어머니는 차마 말을 못 하시고,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셨다. 그제야 시간을 보니 이미 한 시가 넘어 있었다. 부랴부랴, 하던 그림을 한쪽으로 밀쳐 놓고 간단히 덮밥을 만들어 드리며, “엄마는 이런 거 좋아하지?” 그래서 이렇게 했다고 하니, 어머니는 “응, 난 네가 한 건 다 맛있다”라고 하시며, 배가 고프셨던 건지 아주 맛있게 드셨다. 그 모습을 보며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점심을 차려드리면서 신경 쓰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했다. 항상 내가 한 것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시는 분이다.


식사를 마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내 그림을 보신 어머니는 여전히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러나 옆에 놓인 원본 그림을 보시고는 한마디 하셨다. “엉, 다르다.” 항상 칭찬만 하시던 어머니도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의 그림 실력이었다. 하지만 나는 매 시간마다 “나, 정말 못하죠?”를 반복하며 끝까지 이 수업을 이어가겠지.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억지로 찾아낸 위로의 말을 건네겠지. 우린 전문가가 아니니, 자신의 느낌대로 그리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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