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만 되면 왜 불안할까

무거운 일요일 밤에 전하는 소소한 이야기 1

by 사사로운 인간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일요일 오후 4시가 되면 뭔가를 재촉하는 듯한 느낌이 시작되고,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조금씩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때가 되었다. 매주 찾아오지만 매번 같은 상태로 맞는 일요일 오후 딱 시간.

활기차게 박차고 일어나 깨끗이 청소도 하고 화분이 물도 줬지만, 그 시간을 향해가는 일요일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이 발끝부터 천천히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이때 밀려드는 감정은 주로 불안함, 두려움, 우울함, 슬픔에 관한 것이다.

알 수 없는 앞으로를 대비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허우적대며 살고 있는 듯한 지금의 '나',

꾹꾹 눌러 담았던 어두운 과거가 스멀스멀 올라와 소스라치게 부끄러운 과거의 '나',

다른 사람이 가진 걸 부러워하며 SNS feed를 몇 시간째 스크롤하며 한탄하는 현실의 '나',

시답잖은 TV 예능프로그램이나 넷플릭스 돌려보며 시간을 흘려버리는 한심한 일요일의 '나'

'왜 이렇게까지 불안한 거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나도 그래', '원래 그런 거야',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봐', '현재에 집중해봐', '과거는 과거잖아', '명상이나 운동해보는 건 어때' 등 나에겐 딱 맞지 않는 해결책만 돌아오고는 했다.


생각해보니 그 시작점은 학교였던 것 같다. 떠올려보면 어릴 적 학교라는 공간이 생각보다 나에게는 설렘과 안정감을 주는 곳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했던 나는 혹여나 수업시간 중간에 발표자로 지목이 될까, 수업 중간에 선생님의 질문을 받지는 않을까, 질문에 답을 못하면 얼마나 창피할까, 발표하며 눈앞이 캄캄해져 주저앉아버리는 건 아닐까 등 전형적으로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적응을 마치고 안정감이 생길 때쯤, 3년 간격으로 물리적 공간과 사람을 일방적으로 떼어 놓는 '진학'이라는 다음 걸림돌이 또 다른 불안의 시작점이었다. 분명 모두가 나와 같은 어색함을 겪었겠지만, 나만 느끼는 극단의 공포가 있었다. 자주 눈물이 맺혀 차오르던 진학 초기 두 달은 지금도 떠올리기 싫다.

20여 년 간의 학업기간 동안 지속된 이 불안은, '취업'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옮겨 붙었다. 구직기간 동안 겪은 극도의 불안정함은 취업이라는 달콤한 기쁨으로 변모했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쉬지 않고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속하는 회사생활 동안 일요일의 무거움을 반복하고 있다.


모두 합해 30년 정도 같은 시간에 겪고 있는 같은 감정이라면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잘못된 감정이라기보다는 '습관화'된 감정이다. '왜'를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한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호흡한 친구 같은 감정이다. 더 이상 친구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감사하는 마음은 더더욱 필요 없다.


일요일 정해진 시간에 찾아오는 이 불안함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같이 사는 방법을 나는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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