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휴식도 퇴근이 필요하다

무거운 일요일 밤에 전하는 소소한 이야기 2

by 사사로운 인간
인생을 통틀어 일요일이 가벼웠던 적이 있는가.
그런 적 없다.
고민을 잘 생각해보면 애초에 질문이 잘못된 경우가 더러 있다.

일요일이 가벼운 적이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질문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떠올려보면 내 인생에 일요일은 가벼운 것이 아니라 '덜' 무거운 것이었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5일 동안의 규칙과 압박감을 어떻게든 내 몸에서 털어내 보려고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늦은 시간, 자정을 넘겨 다음 날 새벽까지 무질서해지려는 발악을 계속 이어가곤 한다. 느지막하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작하는 일요일은 언제나 짧고 아쉽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일요일이 덜 무거웠던 순간들은 무질서하게 널브러져 시간을 흘렸던 그 어느 날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무엇인가를 했던 나날들이 아니었나 한다. '밤 9시에 샤워하기', '밤 9시 이후로 핸드폰 무음, TV 끄기', '11시 30분 전에 잠 청하기' 등 알람을 정해놓고 일요일의 종료를 알리는 무엇인가를 할 때였다.


반대로 가장 월요일 아침 몸이 무거웠던 나날들은 밤늦게까지 '재미없는 TV 프로그램 물고 늘어지기', '필요하지 않은 쇼핑하기', '주말 동안 올라온 SNS 자랑 글 기웃대기', '잡코리아/사람인 채용공고 찾고 또 찾기', '치킨에 맥주 마시기' 등 굳이 그 시간이 아니어도 되는 일들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요일을 마무리하는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월요일 아침을 가볍게 하는가. 꼭 그렇지는 않았다.

습관을 만들려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 때 머릿속의 잡념까지 어떻게 하진 못했다. 처음엔 고민이 많은 것이라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고민이 아니라 그냥 불안함이 낳은 잔걱정의 잔해이었다. 이럴 땐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기뻤던 순간, 가장 웃겼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가까운 과거부터 먼 과거 시점까지 차근차근 떠올리는 것이 좋았다. 굳어있던 미간이 스르르 풀리며 미소 짓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해서 늦게 까지 잠을 못 이룬 적은 없고, 월요일이 가볍다기보다 덜 무거웠다.


개인적인 성향도 있겠으나, 일요일에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월요일을 덜 무겁게 한다.
평일의 퇴근과 같이 '쉼'조차도 마무리하는 '휴식의 퇴근'이 필요하다.
퇴근 이후에는 내 기억의 끝에 있는 가장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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