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일요일 밤에 전하는 소소한 이야기 4
일요일 밤에는 누구나 철학을 하고, 누구나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철학.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실은 나도 철학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잘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일요일 밤에는 철학을 하자, 철학자가 되자고 말하고 싶다.
철학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은 2가지, 내가 말하는 철학은 2번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1) 인간의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2)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
내가 하자고 주장하는 철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일주일에 한 번, 적어도 일요일 밤에는 떠올려 보고 내가 원하는 그림을 선명하지 않더라도 색칠까지는 안하더라도 스케치라도 해 놓자는 취지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요일 밤을 보내며 '난 어디로 갈까', '난 어떻게 될까?', '이게 최선을 다하는 걸까?', '이대로 괜찮은 걸까?' 불안에 떠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이러한 질문은 질문에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부정적인 결과만 떠올라 월요일 새벽까지 어두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무거운 몸으로 출근길에 오르는 원흉이 되기 십상이다.
내가 말하는 철학은 질문을 질문에서 끝내지 말고, 질문에 질문을 붙여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떤 인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인지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무거운 질문 끝에 내린 답은 지극히 주관적이어도 괜찮다. 예를 들어, '나는 왜 지금의 직업을 지속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질문을 거듭한 결과, '내가 좋아하는 책을 지속적으로 읽고 쓸 시간을 제공해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라는 답을 얻었다.
대다수가 말하는 정답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해답과 결론을 가지고 있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인생에서 반복되는 이러한 질문에 내가 추구하는 무엇인가가 정해져 있으니, 고민이 줄어 솔직히 너무 편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휘둘릴 필요도 없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계속해서 눈금을 찍지 않아도 저 멀리 목표점으로 가고는 있구나 하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일요일 밤에는 철학을 하자.
내 마음 속에서 던지는 질문은 아무도 보지 못한다. 아주 날 것일수록 좋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지나치게 가벼워도 좋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정하는 그 과정 자체가 내 인생을 점점 분명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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