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9번, 은둔자
살면서 제일 어려운 일이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사랑해서 결혼 했는데, 살다보니 도무지 내 배우자의 마음을 모르겠고,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 나 보다 더 소중한 내 자식인데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보다 내가 자식의 마음을 몰라 더 전전긍긍 하지 않는가? 사회에서는 내 직장 동료가 왜 나에 대해서 서운해 하는지, 내 친구가 갑자기 왜 연락을 끊는지, 내 후배는 왜 헤어진 전 남친을 아직도 못 잊고 사랑의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등 가장 형체가 없고 변하기 쉬우며 한번 흘러가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힘든게 마음인것 같다.
내가 타로를 알게 된 계기도 사람의 심리관련 연수를 듣다보니 각종 상담 연수와 교육경험을 하게 되었고 타로심리상담법까지 배우게 되면서였다. 미술심리, 색채심리, 청소년심리, 노인심리, 아동심리, 독서심리 등 이젠 모든 영역에서 심리라는 글자를 붙이는 것이 유행처럼 되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초만 좀 배워서 상담할 때 호기심 정도 유발해서 대화를 끌어내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심화 반을 듣게 되면서 카드리딩이 안되는 단계에 오니, 이건, 전문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상담이 안될것 같은거다. 그래서 일종의 도전정신도 생겨 수십권의 책도 읽고, 정리하고 기록하고 강의도 듣고 노력을 많이 했던것 같다. 비교적 나이가 들어 배우다 보니 키워드 조차 외워지지 않아 애를 먹고, 같은 카드라 하더라도 진로 vs 애정, 이사 vs 사업, 속마음 vs 재물운 등 경우에 따라 모두 다르게 의미가 부여되다 보니 키워드만 암기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공부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 1년은 일기쓰듯이 노트에 내 마음, 내 하루 운세, 내가 고민하던 것들을 기록하고 배운 지식대로 적용하고 의미를 도출해 내는 방법으로 나름의 리딩 데이터를 쌓았다. 그러다 보니 예를 들어 어떤 경우에는 메이저 19번 태양카드의 결과 자리라 하더라도 항상 긍정적 결과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고 상대 카드들과 질문의 내용을 더 자세하게 보는 안목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내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된 것은 더 큰 보너스였다. 지금까지 나는 내 마음도 모르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알려는 무모한 짓을 했구나, 내가 이렇게 상처가 많구나, 내 상처는 내 날카로운 말과 생각들이 만들어 냈구나, 내가 내 생각의 감옥을 만들었구나 등등...
나는 핸드 퀼트를 오랜 기간 했는데, 각기 색깔과 조직이 다른 천들을 바늘로 이어주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뭔가가 탄생했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사람 한사람이 만나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조화를 이루려 노력하면서 우리는 변화 된다. 타로리딩도 삶의 진리와 내적인 성찰을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이와 흡사하다. 고요한 시간, 그 자발적 고독의 시간, 느리게 카드 한장 한장이 주는 의미들을 따라가다 보면 더 깊고 넓은 내면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제 나는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타로심리상담 강의를 하고 있다. 내 수강생들에게 내가 제일 먼저 당부하거나 강조하는 것은 먼저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고 성찰의 시간을 가진 후,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시라는 것이다. 요즘 각종 플랫폼에 타로심리상담사를 모집하고 또 결정장애(?)가 있는 의뢰인들이 간편하게 전화로 상담하는 일이 일반화 되다 보니, 상담조차 산업화 되어 패스트푸드화 되는 것이 아닌지, 살짝 염려가 된다. 상담사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의뢰인의 미래를 결정짓는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또 상담은 미래를 예측하는 점술의 도구를 넘어 마음과 마음이 만나 짧은 시간일지라도 함께 고민의 시간을 나누고 공감해 주는 시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로심리상담사는 비록 의뢰인의 문제 해결자는 되지 못해도 카드를 통해 의뢰인의 잠재의식을 읽어주고 방향성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막중한 책무를 지닌 존재인가?
그러고 보니 타로심리상담사로서 나의 역할과 책임은 더 커졌다. 깊고 오묘한 타로의 세계로 안내하는 안내자가 되었으니 그 분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내가 먼저 세상의 빛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할텐데.... 이 또한 욕심이 아닐는지...
오직 세상을 바추는 등불만을 손에 든 현자, 세상적 집착과 유혹을 버린 영적 스승. (유니버셜 웨이트 메이저9번 은둔자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