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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 Mar 15. 2024

ep3. 어디까지 아껴야 하는거야?

지방에선 34평 신축아파트 매매 = 서울에선 10평짜리 투룸 빌라 전세 

출처 - 매일경제 윤관식 기자님 사진(우리동네 아파트)



서울로 이사를 오고 자꾸만 돈이 있는데 없는 것 같다.

통장의 잔고는 조금씩 늘어가지만 당장 쓸 수 있는 생활비는 줄어든 게 이유인 것 같다.

무리한 저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생활비를 흥청망청 쓰는 것도 아님에도 

서울에서의 나의 주머니 사정은 지방에서보다 소박해졌다.




계속해서 좋지 못한 경제 상황에 물가가 끝도 없이 오르는 탓도 있지만

지방에 살면서 나의 생활비에 없던 주거비의 탄생이 나를 힘들게 하는 범인인 듯 하다.




서울로 이사 하면서 평생 부모님께 빌붙어 잘 연명해오던 내가 난생 처음 

억 단위의 돈을 대출받아서 10평짜리 투룸에 전세살이 중이다.

물론 내가 나를 책임져야 했기에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돈이 분명함은 알고있으나

내가 살던 지방이었다면 34평 아파트를 매매했을 만한 돈을 들여 

10평짜리 작은 전세 집을 구했다는 것에 지방과 서울 간의 주거비의 간극을 생생하게 느꼈다.



그렇게 탄생한 나의 주거비는 매달 나의 생활비를 갉아먹는다.

변동금리 조건으로 받은 전세자금 대출은 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시작한 일이 '가계부 쓰기'이다.

평소 과소비와는 거리가 먼 나는 쓰면 쓸 수록 자괴감이 들었다.

아무리 뜯어보고 찾아봐도 내가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식비'뿐이다.


참. 나. 원.


가계부를 쓰고 난 이후 한두 달 정도 현타가 세게 와서 식비가 오히려 늘었다.

일종의 반항심과 스트레스로 인한 부작용이었다.




서울살이의 어려움 중 '주거비'에 관한 무게는 정말 크게 나를 짓누른다.

부피가 큰 금액의 무게, 매달 감당하기 힘든 이자비용..

하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이

집을 잠깐 빌려 살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무게라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집을 빌려 사는 것도 이렇게 힘겨운데

이 도시에서 나의 집을 가질 수 있기는 한 걸까?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하면서 품고 온 희망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간다.




내가 서울살이가 슬픈 이유는 돈이 많이 필요한 도시여서 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나의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 데 있는 것 같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어떠한 희망을 가지고 꿈을 가지고 나아갈 때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나아갈 때는 그 발걸음의 무게부터 다르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가고 있다.

돈을 쓰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아껴야 한다고 불안해하고

돈을 모으면서는 이렇게 모아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하며 좌절하는 것을 반복한다.




서울살이 시작이 꽤나 버겁고 힘들지만

이 마음들이 계속 이어져 결국엔 서울 탈출의 꿈을 꾸게 될지

이 또한 지나가 완벽 적응한 지방 탈출로 가 될지 누가 알겠나?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계속 걸어보자. 


서울살이!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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