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으로 말하는 아이, 도마뱀

조용한 대화

by 네쎄파

우리 가족은 도마뱀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것과 닮은 순간들을 자주 마주한다.

말을 배우기 전의 아이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도마뱀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이 바라보고, 더 섬세하게 느끼며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 10편까지는

‘도마뱀 사육과 육아의 닮은 점’이라는 주제로

도마뱀과 살아가며 배운 소소하지만 깊은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보려 한다.





조용한 대화


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 부모는 참 많은 추측을 한다.
배가 고픈 건가, 졸린 걸까, 어디가 불편한 건 아닐까.
그 작은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 하나, 무심한 몸짓 하나까지도 예민하게 살피게 된다.
말 대신 보내오는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하루 종일 관찰하고, 느끼고, 추측하며 돌아오지 않는 대화를 하기도 한다.
도마뱀도 그랬다.
우리가 처음 맞이한 랜킨스드래곤, ‘써니’는 말이 없다.
물론 애초에 말을 할 수 없는 생명이지만, 그 침묵은 오히려 더 많은 말을 담고 있었다.
UVB 아래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순간들, 사육장 벽면을 오르려 발버둥 치는 모습, 밥그릇을 보며 갸우뚱하는 모습등, 그 모든 것이 신호였다.
아이를 키울 때처럼, 도마뱀을 키우며 우리는 다시 ‘마음의 귀’를 열게 되었다.
겉으로는 무심해 보이는 생명에서, 천천히 감정을 읽는 법을 배워 나갔다.
행복하다는 표현도, 아프다는 표현도 소리 없는 몸짓으로 전해왔고 이런 감정을 읽는 방법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이 되었다.



아이에게 물어볼 수 없는 것처럼, 도마뱀에게도 물을 수 없다. 대신, 묻지 않고 느껴야 한다.
그리고 나도, 아이들도 그 연습을 함께 하고 있다.
가끔 도마뱀을 빤히 바라보며
“지금 기분 좋은가 봐”,
“오늘 좀 피곤한 거 같지 않아?”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 없는 대화가, 우리가 도마뱀과 가족이 되어가는 방법이다.
말 없는 존재는 더 많은 마음을 열게 한다.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상대를 ‘보는’ 습관을 들여줬고
어느 순간, 나도 아이도 더 섬세해져 있음을 느낀다.
사람보다 느린 속도, 조용한 움직임,
하지만 그 안에 분명히 담겨 있는 감정의 기류.
아이든 도마뱀이든, 그들의 언어는 눈빛과 몸짓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하루를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