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과 아이, 그리고 나의 루틴 만들기
들어가기 전에
최근 개인 유튜브와 블로그를 정비하며 “네쎄파”라는 제목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쎄파는 ‘네 식구와 세 마리 파충류(도마뱀) 이야기’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지금은 브런치 글을 활용해 힐링 영상을 준비 중인데 참 쉽지 않네요. 저희 파충류 아이들이 보고 싶을때 한번 찾아 주세요.
겨울 어느 날
도마뱀 사육장의 온도가 살짝 낮아졌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지만, 아이가 잠을 설친 날처럼,
써니는 움직임이 둔해져 다른 은신처로 자리를 옮겼다.
그 작은 온도 차이를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아이들이 어릴 적 하루하루의 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도마뱀의 하루, 아이의 하루
우리 도마뱀들은 하루를 일정한 패턴으로 살아간다.
아침엔 UVB 조명을 켜고, 정해진 시간에 먹이를 주고,
습도와 온도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루틴은 단순히 '사육'의 과정이 아니다.
온도, 습도, 환기상태 모든 것이 일정해야 그들은 편안함을 느낀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그랬다.
낮잠 시간, 이유식 시간, 목욕 시간.
사소해 보였던 반복은 아이에게 세상이 안전하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도마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조절하는 건 온도지만, 배워가는 건 나 자신
처음에는 사육장 온도를 맞추는 일이 어려웠다.
자동 온도조절기가 달려 있지만 체감상 느껴지는 온도가 달라 적외선 온도계를 따로 구입해 수시로 체크했었다.
겨울철이면 작은 온도 차이로 컨디션이 달라지는 작은 생명 앞에서 나는 매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매일 온도를 체크하고, 습도계를 살피고,
그들의 상태를 눈으로 살피는 일이 쌓이면서
어느새 그들의 ‘리듬’에 내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건 아이를 키울 때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아이에게 맞춰야 했고, 아이도 나를 보며 적응했다.
그리고 그 적응의 반복 속에서 서로의 신호를 읽는 눈이 생겼다.
온도는 곧 관계의 온도
도마뱀을 돌보며 배운 온도 조절은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날은 너무 온도를 올려버려 크림이가 입을 벌리며 자가조절을 하기도 했고
또 다른 날은 써니의 환기 상태가 좋지 않아 눈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조금씩,
그들이 편안해하는 온도와 습도를 찾는 과정은
결국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었다.
육아도, 가족과의 관계도, 그렇게 온도를 맞춰가는 일이 아니었을까.
우리 가족의 루틴은 지금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사육장 앞에서 온도를 재는 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루틴의 한 부분이 되었다.
아들은 도마뱀 가족의 응가를 치우며 사육장을 청결히 하고
딸은 아이들의 먹이를 챙기고 피부상태를 유심히 살핀다.
나는 매일 아침 온도를 재며
우리 가족이 만들어가고 있는 ‘작은 질서’를 본다.
도마뱀을 위한 질서이지만, 결국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