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퀴즈게임 1대100
박코치: 대표님, 요즘 직원들이 마음에 드십니까?
김대표: 글쎄요?
박코치: 혹시,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지요?
김대표: 저는 급여 때만 되면 피가 마르는 심정인데 직원들은 급여나 상여금 올려달라는 생각만 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보다 업무 역량도 떨어지는 것 같고요. 아쉬운 점이 솔직히 한두 개가 아닙니다. 창업하고 나서 집에 갈 시간도 없어서 바닥에 대충 깔고 자면서 맨손으로 만든 회사인데 말이죠. 정말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출근하는 것은 맞는 건지.
박 코치: 대리님, 우리 회사에서 가장 문제가 큰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 대리: 조심스럽긴 한데. 대표님의 리더십이나 소통이 가장 문제라고 봅니다.
박 코치: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시나요?
이 대리: 저희 회사는 제 생각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방향도 수시로 바뀌고. 회의하면 대표님이 언제 언성을 높일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구요. 그렇지 않은 직장도 많을 것 같은데.
필자가 기업교육을 본격적으로 한지도 벌써 8년 차에 들어가는데 그동안 소규모에서부터 대기업까지 많은 기업의 대표와 임직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1:100의 싸움을 보는 듯하다. 2007년에서 2018년까지 제법 오래 사랑받았던 퀴즈 오락 프로그램인 1:100을 들어 봤을 것이다. 필자는 중간에 탈락하긴 했지만 100인의 한 명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1명의 유명인과 100명의 일반인이 상식을 가리는 서바이벌 방식의 프로그램이었다. 1명의 대표와 나머지 직원을 따로따로 만나서 인터뷰해보면 꼭 이런 양상이다. 대표자는 직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본전 생각도 참 많이 하고 라떼도 많이 언급한다. 본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무조건 순종하길 바라는 마음이,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보이는 듯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점점 마음에 커지면서 직원에 대한 불신으로 성장한다. 직원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직원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귀결한다. 대표 본인의 생각이 가장 탁월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커진다. 직원들의 가능성보다는 현재 보이는 문제점에 집중하고 기회를 주기보다는 자신의 과거 성공방식을 계속해서 주입하고 어제 퇴근하면서 새롭게 든 생각이나 수집한 정보를 다시 직원들에게 던져 주며 구체화하라고 주문한다. 100명의 직원이 자신의 손발로 퇴화하는 순간이 시작된다. 어제 던져 준 아이디어를 채 마치지도 못한 상태인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은 기업의 규모와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인다.
1:100의 다른 축인 직원은 어떠한가? 대표나 상사의 어려웠던 시절이 나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왜 내 생각을 말한 기회는 오지 않는 걸까? 중요한 일을 해 볼 기회는 언제 오는 것일까? 왜 대표나 임원들과의 회의는 불안하기만 한 걸까? 그렇게 많이 회자되는 심리적 안전감이란 단어는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무려 1965년부터 미국의 교수인 에드거샤인이 만든 심리적 안전감은 구글의 폭발적 성장에도 매우 중요하게 이바지하기도 했다. 심리적 안전감은 전 세계의 인재들을 모두 모아 놓았지만 지지부진한 성장을 하던 구글이 2012년 시작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무엇이 최고의 성과를 내는가에서 찾아낸 핵심 내용이었다.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는 팀이 성과도 탁월하고 퇴직도 적었다는 것이다. 고위 직급자가 동석한 상황에서 안전한 느낌으로 회의를 하는 곳을 지켜보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대표나 임원들의 눈에는 미성숙한 직원들이지만 그 속에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는 제대로 들어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다. 생각도 팔다리 근육처럼 자꾸 사용해야 커지는 법이다. 말도 자꾸 할 기회를 얻어야 어떻게 논리적으로 말할 지도 터득되는 법이다. 미팅이 오랫동안 참여해 왔지만 발언할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직원들에게 갑자기 대표는 발언기회를 선심을 쓰듯 선물인 듯 주고 제대로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만 연출하는 감독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대표와 직원이 겉으로는 한 팀이지만 속으로는 1:100의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닌가? 서로가 동상이몽을 하며 아쉬운 속내만을 감춘 채로 생존과 성장 그리고 고성장을 꿈꾼다면 이것은 설득력이 있는 주장인가? 내 의견이 가장 탁월해 보이는 편향을 이케아 효과라고도 한다. 저렴한 가격의 조립식 제품을 많이 파는 이케아에서 배송받은 가구를 내 손으로 땀을 흘려 조립하고 나면 왠지 다른 값비싼 기성품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고 믿게 되는 편향을 일컫는 말이다. 내가 낸 최초의 의견이 남의 생각보다 더 가치 있다고 느끼는 편향, 오랫동안 있으면서 쌓은 노하우나 지식이 더 가치가 있다고 믿게 되는 편향을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새로운 가능성이 들어설 자리는 없게 된다. 이는 단순히 대표만을 직격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1과 100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오해는 없길 바란다.
정리하면서 한 가지 좋은 힌트를 드리고자 한다. 여러모로 경영자의 리더십을 점검해야 하겠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마음껏 낼 수 있는 조직 문화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하나의 목표로 향해 나가야 하는 조직에서 1:100의 내부 싸움을 멈추고 서로에게 안전한 느낌을 주는 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성과만을 운운하기보다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1인의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런 상황에 대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I speak last. 저는 마지막에 말합니다. 저의 경험상으로 제가 참여하는 미팅에서 제가 먼저 말을 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준비하고 꼭 발표하려고 맘먹은 탁월한 직원조차도 베이조스 회장이 저렇게 말하면 그게 맞을 거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참여하는 미팅에서는 웬만하면 가장 직급이 낮은 사람부터 고위 직급자의 순으로 발표하게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마지막에 말하죠. 이렇게 되면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의견을 낼 수 있게 됩니다.” 아마존은 교보문고처럼 책을 파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미국의 교보문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 이런 큰 차이를 만들어 냈을까? 제프 베이조스의 인터뷰 내용에서 작은 힌트를 찾았으면 한다. 지난 칼럼에서도 말한바 있는 인내심도 꼭 장착하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