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딱지_화가 난 리더가 해야 할 딱 20가지

공감력은 지능이다

by 박중근 KEMP KOREA

몇 년 전 ‘그 해 우리는’ 이란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공감력 없는 누군가에게 한 말이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팀장님, 공감력도 지능입니다.” 기업 교육에서 필자가 지속해 주장했던 바와 결을 같이 하고 있었다.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던 리더십의 시대는 답 없는 세상의 출현으로 점점 저물고 있기 때문이며 집단지성을 발휘하도록 돕는 경청과 공감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엠지세대는 기성 리더들에게 지속해 공감력을 요구하면서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하는 건이 지속해 증가하는 모습에서도 심각해지는 상황을 살짝 엿볼 수 있다.

공감력이 중요하다는 말은 너무나 많이 듣는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는 공감적 구성원이 되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한다고 말한다. 리더는 조심스럽게 말한다고 한다. 신세대 구성원도 세상이, 특히 미디어에서, 떠드는 것과는 달리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고 한다. 사실 양측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조직은 공감력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는 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걸까? 특히 리더를 향한 따가운 시선이 조직을 녹일 정도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질문은 무엇일까? 내가 뭐가 문제야, 일까 아니면 나는 과연 객관적으로 공감력 있는 사람일까? 20년 전에 이와 관련 재미난 실험이 미국의 한 유명 대학 주최로 진행되었다. 바로 2006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 노스웨스턴 켈로그 경영대에서 진행한 알파벳 E 실험이다. 실험자를 리더그룹과 직원그룹으로 나누고 자기 이마에 알파벳 E를 적게 했다. 그룹별로 E를 바로 적은 사람과 거꾸로 적은 사람이 나왔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각 그룹에서 E를 거꾸로 적은 사람의 비율이었다. 리더그룹은 33% 직원그룹은 12%가 E를 거꾸로 적었다. 흔히 선거나 여론 조사에서 말하는 오차 범위를 훨씬 넘는 뒤집을 수 없는 격차를 보였다. 그런데 이 실험을 한 이유를 조금 더 설명해 드리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뇌 과학자들은 사람이 권력을 잡을수록 공감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뇌에서 공감력을 담당하는 3영역에 자극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심지어 아예 작동을 멈춘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 실험이 바로 알파벳 E 실험이다.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할 것이다. 바로와 거꾸로의 차이점이 중요하다. E를 바로 적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건 상대가 봤을 때, 혹은 앞에서 봤을 때 바로 보일까를 한 번만 진중하게 고민해도 바로 적을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 이것이 공감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즉 내 생각, 판단, 경험을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4년간 이 실험을 대부분의 강의나 워크숍에서 진행하고 있다. 훈민정음 ㄹ 실험이다. 미국에서는 이마에 직접 펜으로 쓰는 촌극을 펼쳤지만, 이 실험에서는 문명의 이기 포스트잇을 이마에 붙이게 하고 적는다. 실험의 결과는 참으로 재미난다. 그룹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맨손으로 자수성가한 회사 대표분들의 모임에서는 대략 60% 정도가 ㄹ을 거꾸로 적는다. 교장, 교감 선생님 그룹에서는 45~50%가 거꾸로 적는다. 그런데 강의 시작 전에 서로 즐거운 이야기를 주고받고 화기애애한 교감 선생님 그룹에서는 30%대로 비율이 확 떨어진다. 20대가 비교적 많은 조직은 30% 근방을 기록한다. 20대 사병이 훨씬 많은 군부대에서 실험한 적이 있다. 15~17%대를 기록한 적이 있다. 특이점은 이 부대의 지휘관이 공감력이 많은 분이라는 사실이다. 군부대에서 종종 강연을 요청하면 어디든 달려가는데 강의가 끝나고 지휘관이 자필로 직접 감사의 편지를 써준 지휘관이 있는 부대의 공감력 지수는 훨씬 높다는 사실이었다. 공감력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영력임이 틀림없지만 리더의 공감력이 조직 전체의 공감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경우였다. 공감력이 높은 리더가 더 큰 성과를 끌어내기 쉬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리더가 어떤 변신을 해야 하는 것일까?

리더가 가진 회사 관련 지식이 신입이나 연차가 낮은 직원보다는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자연스레 답이 나에게 있다는 생각을 갖기가 쉽다. 과거 선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는 정보를 높은 직급의 사람들이 독점하던 시대였고 지금은 오히려 정보의 역전이 일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욱이 AI는 정보와 정보의 가공 능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9년 전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세계적인 바둑 황제들을 하나씩 꺾어 나갈 때 세상은 1차 충격을 받았다. 충격이 다소 진정되고 나서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의 시간을 줄여주고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비교적 창의성이 떨어지는 일자리가 엄청난 수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현실은 창의적인 영역까지 AI가 너무나 손쉽게 침범해 들어오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그러기에 리더가 해야 할 역할도 엄청난 속도록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내가 답을 주고 모두가 따르던 시대의 향수를 그리워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어떻게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조직 전체의 현명한 결정을 도울 수 있을까를 제도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할 때이다. 리더의 역할을 빠르게 재정의하는 조직이 성장 가능성이 더욱 높을 것이다.

몇 가지 제안을 던져본다. 우선 리더 위주의 의사 결정 방식에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 직원들이 더 좋은 생각,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를 바란다. 그들 속에 변화의 중요한 단서가 들어있다고 믿기를 바란다. 이것이 공감력의 중요한 모습이다. 내 답이 정답이라는 생각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부터 공감력이 싹트는 것이다. 리더가 먼저 말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주간 회의 문화부터 변화하기를 바란다. 리더가 먼저 치고 나가면 직원들은 자기 생각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거나 또 답정너가 나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의 생각을 더 듣기 위한 문화의 변화도 추천한다. 한국인에서 진행된 MBTI의 결과를 보면 I가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 방식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브레인 롸이팅(brain writing)도 병행해 보길 바란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질문을 하고 답을 하라고 말하면 강한 E 성향의 참석자들 몇 명만이 대답할 뿐이지만 QR코드로 답을 하게 하면 거의 대부분 참석자가 열심히 의견을 낸다. 씁쓸한 비유가 될지 도 모르나 사내 블라인드가 차고 넘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직원을 공감하는 것이 경청하고 고개만 끄덕인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궁극의 공감은 그들의 가능성을 믿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직원에게 적극적인 공감과 신뢰를 보내는 조직이 국내외적으로 점점 커져만 가는 불확실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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