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것

by 주댕맘

아이와 거리두기를 다짐한 다음 날.


평소 같았으면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챙겨줬을 가방, 옷, 먹은 아침 식사 치우기 등을 놓고 내버려 두었다. 주어진 등교 준비 시간은 짧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말로라도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렇지만, 뭘 하나 못챙기더라도 큰 일 나는 건 없고, 결국 책임도 본인이 질거라 마음 먹으니 괜찮다. 늘 기대보다 3분에서 5분 남짓 뒤늦게 시작하지만, 나름 뭘 해야 하는지 기억해 낸다.


나도 내 옷을 입고 아이도 자기 옷을 입고. 각자 향해야 할 곳을 위해 준비를 마친다.


엄마 오늘 꼭 8시 10분에는 나가야 해.
같이 나설 거면 맞춰서 준비해.

아이는 꼭 나와 같이 가겠다며 막판에는 가방, 폰, 패딩을 손에 마구잡이로 챙겨 나선다. 마지막으로 모자를 푹 눌러 쓰고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1층에 도착하는 순간,


아, 마스크. 엄마 1층에서 기다려 주면 안돼?

안돼, 엄마 지금 바로 출발해야 해. 안그럼 늦어.


평소 같으면 늦더라도 기다려줬을 엄마가 원망스럽다는 눈빛을 쏘아대고 홀로 다시 올라가는 아이. 나는 그대로 출발. 지하철을 타니 아이 문자가 도착한다.


난 엄마가 싫어

홧김에 한 말이란 걸 잘 알지만 나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누르고 늦으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알겠다는 ‘ㅇㅇ’뒤, 또 이어진 문자.


그래도 싫어

서운하다는 것이다. 몇 번의 위로 후, 더 뭐라 할 말이 없어 문자를 멈춘다. 싫다는 말을 한번 더 쓰며 겪는 그 감정에 마음 쓰지 않길 바라고, 결국 본인이 이해해야 함을 수용하길 바라면서.


신학기 적응에 맘졸일 아이가 엄마인 나와도 멀어질까 두려울까봐, 그래서 정말 외로워질까라는 걱정이 깊어지려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역시나 일이다. 아이가 학교에 있는 종일 나는 내 일을 한다. 이따금씩 아이가 배가 아프진 않을지, 학교에서 긴장하고 있진 않을지, 혹시 그래서 연락이 오지 않을지 핸드폰을 들여다 본다.


그럼과 동시에 혹시라도 다시 만났을 때 기운 빠진 아이를 안아주려면, 지금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었다. 내가 지금 내 일을 하며 의미를 느끼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내 기분을 사사로운 것에 망치지 말고 좋은 것들만을 기억하며 유능감 있게 해내는 것. 그러면서 내 아이도 그 시간에 즐겁고 행복하길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 혹시 마음이 다쳐서 돌아오면 이 좋은 기운으로 안아줘야 한다고, 그 마음의 여분을 남기고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린다는 것은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내 삶을 단단하게 가꿔 그 건강한 마음으로 아이를 더 크게 품는 걸 의미한다.


그런 좋은 기운들이 흘러 들어가 잠시 흔들리더라도 결국 나아질 것을 되새기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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