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by 주댕맘

1.

아이가 새 학기를 맞이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다시 관계 맺기를 시도 중이다.


거친 친구 두 명과 같은 반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바랐거늘, 여자아이 한 명과만 같은 반이 되었다, 희한하게도. 그러니 마치 전학 온 것 마냥 다시 친해져야 하는 상황이 아이에게 어려운 것이다. 첫째 주 곁에 앉은 짝과 친해지고 짝 친구와 사귀게 돼 해맑게 웃고 돌아온 아이. 축구를 하게 됐다며 우리는 골키퍼인 아이를 위한 장갑을 주문하고 주말에 연습까지 했다.


다음 주가 시작되자 방과 후 수업으로 인해 축구를 못하게 되서 아이가 아쉬워했다. 화요일이 되자 아이가 학교에서 배가 아파서 조퇴할까 했다 한다. 뭔가 낌새가 이상했고, 역시나 두 친구 중 한 명이 아이를 질투한다는 것이다. 뭔가 자기를 다시 슬며시 배제하려는 의도에 아이는 불편했던 것 같다. 학원을 쉬고 12시간을 내리 잔 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다시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며 속내를 비추었다. 수학도 어렵고, 친구도 어렵고.


그렇지만 아이를 달래고 보냈다. 정 아프면 조퇴할 수 있다면서. 친구 관계는 원래 오래 걸린다면서. 결이 맞는 다른 아이가 있냐는 말에 2학년때 단짝과 비슷한 아이가 있다고 했다. 항상 줄서기에서 옆이나, 자리에서 곁에 앉은 친구와 친해지는 아이. 엄마는 이렇게 너의 회복탄력성을 믿으며 불안을 누르고 너를 보냈다. 상황이 잘 흘러가길, 니가 헤쳐가길 바라면서.


매번 관계가 어려운 아이가 안쓰럽지만, 이 또한 과정이니 겪어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심각해지면 다른 대체 방안을 마련한다는 마음으로. 너의 낯빛이 어두워지거나 배가 아프다는 말만 들어도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다. 니가 언제고 돌아올 때를 대비해 미리 일을 해두기로 하고 오늘을 산다. 잘 되도, 잘 되지 않아도 넉넉하게 널 돌봄 힘을 남겨둘게.


2.

위와 같은 글을 쓴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이는 더 외로워했다. 쉬는 시간에 친해진 아이 둘이서만 체스를 해 홀로 책을 읽었다고 했다. 본인 말로는 체스가 싫어서 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아이 얼굴에 드러난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싫었다고 말하고 싶은 상황이구나.


지난주 매일 가방 속에 넣고 다녔던 골키퍼 장갑을 집 책상 위에 둔 아이.


이거 내일 필요해?

란 물음에, 잠시 망설이다,


아니야, 엄마. 괜찮아.

란 짤막한 답으로 더 같이 하고 싶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다른 아이의 일로 들었으면 그럴 수도 있지, 란 말이, 정작 내 아이의 일이 되니 그저 속상하기만 한.


또래보다 어리숙하고 마음이 여린 아이. 착하게만 키우면 될 것이라 여겼는데, 교실은 또 하나의 정치의 장이다. 그 다양한 힘의 관계 속에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거기서 나름 살아남아야 한다. 목소리가 큰 아이들 속에서, 내 불편함도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하고. 뭐든 다 수용해주는 것은 곧 우스워지는 일일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하고. 그 미묘한 차이를 아이가 이해하긴 어려운 듯 하다.


기다리기로, 거리두기로 했지만. 그래서 내색하지 않지만, 아이의 좌절을 곁에서 보는 것은 힘이 빠지는 일이다. 내 일을 열정적으로 해나가다가도, 아이 문제가 턱 명치에 걸리면 모든 것은 멈춘다. 불안의 구름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나의 어떤 선택으로 아이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각종 분석과 죄책감 모드가 켜진다. 그 순간, 나의 유능감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무기력한 부모의 모습만이 남게 된다.


스쳐 지나가는 너의 표정만 봐도, 그걸 읽어내고 싶지 않아도 바로 알아 차리고야 마는. 결국 너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껴버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없이 지켜보기 위해 견딘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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