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꿈속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엉엉 울고 불며 아이를 찾아 나선다. 너무 울어서인지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 도무지 누가 누군지 분간이 되지 않는 상황 속에 기필코 아이를 찾아야겠다는 마음만 앞선다. 분명 내 옆에 있었는데. 손 잡고 걷기 싫다고 손을 뿌리칠 때, 꼭 잡아야 했어.
“누가 데려간 걸까? 어디로 간 걸까?”
전혀 알 수 없다.
아이가 스마트폰 사 달라고 했을 때 바로 사 줄 걸.
연락이 닿으면 아이를 바로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이건 다 스마트폰을 사 주지 않은 내 잘못이다.
“미안해, 미안해.”
길거리를 서성이다 그만 주저앉는다.
어디선가 나를 찾고 있을 아이를 생각한다.
나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다.
알람이 울린다. 일어나자마자 아이가 있는지 침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새근새근, 이불을 걷어차고 잠들어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찾았다, 찾았어.”
꿈속에서 그토록 찾던 아이가 바로 옆에 있다. 안도감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간 밤에 꾼 꿈이 너무도 선명해서, 진짜 같아서, 아이를 잃어버린 캄캄한 밤이 무서웠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라니. 그날 이후, 잠드는 게 무서웠다. 다시 꿈속에서 아이를 잃어버릴까 봐. 잠자는 아이 손을 꼭 잡고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일어나 배고프다고 밥 달라는 아이에게 지난밤 꿈 이야기를 머금는다. 생생하고 선명했던 순간들을 나 혼자 삼킨다. 아이를 위해 따뜻한 밥을 짓는다.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며 꿈속에서 잃어버린 엄마를 열심히 찾아다니느라 힘들었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한 그릇 더 달라는 말에 밥을 넉넉하게 푼다.
“엄마, 나 꿈꿨어.”
아이가 밥을 먹으며 자다가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어? 무슨 꿈인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묻는다.
이럴 수가. 너도 꿈을 꾸었구나.
“내가 학교에 갔어, 그런데 운동장에 미끄럼틀이 수백 개가 있는 거야. 미끄럼틀 타느라 정신이 없었지.”
“미끄럼틀?”
“응. 미끄럼틀이 지인짜 많았어.”
지난밤을 상상한다. 너는 학교 운동장에서 수백 개의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고, 그래서 널 찾지 못했었구나. 찾을 수 없었던 게 당연했었구나 싶다.
문득 너의 꿈과 나의 꿈이 만나는 세계를 상상한다. 미끄럼틀 다 타고 집에 갈 시간이 되면 엄마를 찾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엄마는 네가 좋아하는 빨간 미끄럼틀 맨 밑에서 기다리고 있지. 마지막 빨간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그 끝에 네가 내려오는 거야. 두 팔을 벌려 아이를 안아 주며, 환하게 웃는다. 배고프지? 집에 가서 맛있는 거 해 줄게,라고 말하며 아이의 손을 꼭 잡는다.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꿈에서 만나자.”
잠들기 전에 아이에게 해 주는 말이다.
“엄마, 어디에서 만나?”
“거기 알지? 베어프런트 역 1번 출구에 있는 피아노.”
아이랑 만날 장소를 정확하게 정한다. 엄마가 안 보여도 싱가포르 베어프런트 역 1번 출구에 놓여 있는 피아노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으라고 말해둔다. 꿈에서 잃어버려도 우리가 만날 장소를 정하면 된다. 그렇게 잠이 드는 밤, 베어프런트 역 1번 출구 피아노로 향한다.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