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처럼 살아보기
나만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DAY 5 _ 책>
"다독상을 수여합니다."
상을 받았다.
그것도 도서관에서.
일 년 동안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사람에게 수여되는 다독상.
"그냥 읽다 보니 다독상을 받게 되었네요!"
다독상 수상 소감이 마치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라고 말하는 수능 만점자 같다. 그랬다. 그냥 책이 좋아서 읽고 또 읽다 보니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많이 읽은 것이랄까.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 때, 도서관은 나의 놀이터였다. 책은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놀이터에 가면 아무 생각 없이 흙장난하며 즐겁게 놀듯이 도서관에 가면 서가의 책들에 둘러 쌓여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실은 도서관 지하 1층에서 파는 쫄면이 기가 막혔다. 쫄면 먹으러 도서관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환상적인 맛. 책을 읽다가 배가 고프면 새콤달콤 쫄면으로 허기를 채웠다. 탱탱한 면발과 새콤달콤한 초장의 만남은 지금까지 먹은 쫄면 중 단연코 1등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 쫄면이 다독상을 받게 해 줬다고. 이 자리를 빌려 도서관 쫄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쉽게도 지금은 도서관 리뉴얼로 인해 지하 1층 식당이 사라졌다)
도서관에 대한 좋았던 추억이 어른이 된 후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게 해 주었다. 책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일까. 100번대 철학부터 900번대 세계사까지 종횡무진하며 도서관을 누볐다. 소크라테스, 공자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데카르트, 칸트의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졌다. 철학 용어들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책의 내용을 공책에 필사하고 요약했다. 그렇게 나만의 독서 비법 노트에 이야기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1년에 100권 읽고 서평 쓰기 목표가 어느덧 1년에 200권 읽고 서평 쓰기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오늘 읽은 책은 2024년 부커상을 수상한 서맨사 히비의 <궤도>이다. 우주정거장에서 궤도를 따라 우주여행을 하는 여섯 명의 우주여행사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구라는 창백한 푸른 점을 우주에서 바라보며 시적인 서사와 일렁이는 심리 등 다각도로 해부하고 있다. NASA 홈페이지에 들어가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보기도 한다. 잘 알지 못하는 SF소설에 대한 지평이 확장되는 순간이다.
"지금 우리는 무상하게
피어난 삶을 살고 있다.
광란의 존재가 딱 한 번
손가락을 튕기면 모두 끝나리란 것도 안다.
여름에 터져 나오는 이 생명은
새싹보다 폭탄에 가깝다.
이 풍요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 <궤도>, 201쪽 중에서 -
찰나의 존재는 지구에서 벗어나 우주로 갔다가 달로 갔다가 다시 우주선 안으로 들어온다. 우주비행사가 되어 열여섯 번의 일출과 열여섯 번의 일몰을 본다. SF소설 <궤도>가 주는 황홀한 몰입은 읽은 자만이 알 수 있는 마법이다. 문학은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장르에 비해서 진입 장벽이 높다고 말한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의 의견에 동의한다. 책이라는 물성을 읽어 본 자들만이 알 수 있는 비밀 언어다. 오늘도 비밀 언어를 해독하러 책이라는 모험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