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참 잘 헤어졌다

관계에 이기적으로 임하지 않으려면?

by 스템텔라

늦은 새벽이었지만, 걸려오는 A의 전화를 우선 받았다. A는 최근 경제서적을 몇 달간 총망라해서 탐독한 엑기스 내용을 10분 만에 훌륭한 강의를 해주겠다고 열심히 설명했다. 경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는 그 내용을 들으면서 감탄사와 물개 박수를 보내면서도 A의 평소 같지 않은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의 텐션보다 기운 없이 축 쳐지고 말하는 동안 까칠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느낌이 영 좋지 않아서 이상하다 싶은 찰나 A의 연인의 안부를 물었더니 헤어졌다는 대답을 했다.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이제하면 어떡하니? 둘이 완전히 끝난 거라고?"


A는 상대에게 먼저 이별을 고했다고 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상대가 관계에 대해 이기적으로 임한다는 생각이 지속되고 동반되는 노력도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결심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이 말에 A에게 내 생각을 대답했다.


"너는...상대를 사랑하지 않은 것 같아."


나 또한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으나 관계에 대해 이기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일 것 같았기 때문 그저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서 생긴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A와 대화를 하면서 순간 내가 감정이입이 되어서 주마등처럼 지나간 예전의 시간들이 떠오르는바람에 잠시 생각에 잠겨버렸다. 한편으로 매우 씁쓸했다.


"너는 어쩜 그렇게 네 입장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니?"


내가 살면서 꽤 많이 들었던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상대에 대해 배려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고 손해를 감수하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는 '쿨병'에 걸린 사람처럼 살아왔다. 어쩌면 이렇게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자체가 일종의 계산이었을 것이고 손해를 감수하기는커녕 한 치의 손해를 더 안보는 양상이었을 텐데...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사람이 되어서 감정에 호소하는 것으로 상황을 모면해왔던 것 같기도 하다.


상대에 대해 이기적으로 느껴질 때도 감수하는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공적인 영역에서 작용하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행하는 인간관계 외에 본능에 충실한 감성이 전적으로 작용하는 사적인 영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진심 어린 노력'일 것이다. 본인이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굳이 노력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며, 이는 '애정'이 기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개인의 성향 차이는 있겠으나,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애정이 없으면 관계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A가 연인과 미래까지 생각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상황에서 "그래, 참 잘 헤어졌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말하는 것이 서로에게 잘 된 것이다."라고 진심으로 말을 전했다. 전화를 끊는 A의 목소리에 활력이 많이 생긴 것 같아서 나도 안도를 했다.

인생은 길고 세상에 좋은 사람은 많을 텐데,
맞춰보고 아니다 싶으면 판단은 빠르고 깔끔하게!
굳이 관계적인 것에 감정 소모할 필요 없이
서로 마음 맞는 사람 또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사진출처:picu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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