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배민다움
아이디어를 찾는 법을 훈련했나요?
아이디어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아니라 문제 자체를 찾는데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문제점을 보는 데 집중하기보다 해결책을 먼저 찾을 때가 많잖아요. 무엇이 문제인지는 나중에 거꾸로 논리적으로 설명을 붙이죠. 그러니까 무의식중에 '이게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고나서 왜 그랬으면 좋겠냐고 물으면, 문제점은 그다음에 이야기하는 거죠. 순서가 바뀌었어요. 문제점을 제대로 찾아야 해결책이 나오는데, 해결책을 먼저 보고 문제점을 끼워 맞추려 하는 거죠.
보통 창업자들이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려고 창업했다'고 이야기들 하잖아요. 열심히 듣다 보면 '저게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가끔 30분 넘게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나서 제가 조심스럽게 물어볼 때도 있어요. "그거 꼭 해결해야 되는 문제였어요? 해결 안해도 되는 것 아니에요? 그게 진짜 문제인가요?" 하고요.
우선 많은 사람들이 전단지를 보고 주문을 하는데, 그에 대한 리뷰나 평가를 공유할 수 없다는 게 의아했어요.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네이버 기사에 댓글이 수천 개는 쉽게 달리는 세상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치킨을 시켜먹은 다른 사람의 리뷰나 평가를 공유할 수 없다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두 번째는 전단지 자체의 비효율성이었어요. 가령 수천 장의 전단지를 뿌리고도 거기서 주문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측정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지금은 사장님(업게에서는 '가맹점주''사장님'으로 호칭한다)들이 배민을 쓰면서 주문이 얼마나 왔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는데요. 배민은 한 번 써봐서 효과가 있으면 계속 쓰고, 아니면 안 쓰면 되는데 전단지는 순전히 감에 의지해야 하죠.
그 정도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많이 느꼈을 텐데요.
맞아요.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문제를 어떻게 정의(difine)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요. 저는 모든 일은 '정의 내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최초에 정의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은 저의 멘토 역할을 해주시는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님이 늘 해주시는 이야기에요.
오늘은 스파르타 이범규 대표님과 팀빌딩 확정 미팅이 있는 날입니다. 그리고 선릉역 스파르타 사무실에 가기 전 한시간이 남아서 배민다움을 읽고 있어요.
어제 새벽 4시까지 우리 팀이 어떤 창업을 할 건지 잘 설명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피칭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피칭 자료의 주제는 Problem, Solutuon, Market Potential 등을 포함한 사업개요입니다.
창업의 시작점과 존재의 이유를 결정하는 'Problem'에 작성한 내용은 '기존 쉐도잉 학습 서비스들은 유저의 모든 취향을 담아낼 수 없다'였습니다. 그런데 배민다움을 읽으면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사실 제가 창업한 이유는 사람들이 재미있고 쉽게 외국어를 학습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업개요에 작성한 내용은 전혀 그런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네요. 그래서 '영어를 배우는 콘텐츠가 재미없기 때문에 학습을 지속하기 어렵다'로 수정했습니다.
전에 쓴 내용보다 보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보여지네요!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과연 재미있게 배우고 싶어할지는 검증해야 할 가설이지만 문제를 더 집중해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12년간 영어를 배우고도 식당에서 주문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지속성이 없고 수동적인 커리큘럼이 원인이다고 정의했어요. 이 부분은 학습자들의 잘못이 아닌 지속적인 실패를 통한 재구매를 유도하려는 교육업계의 부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속성을 갖추려면 성취감과 재미가 있어야 하죠. 어렵게 지루한 학습은 금방 지치게 만들고 휘발성도 높을 수 밖에 없어요. 또한 자신과 연관있는 말이나 필요한 말들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