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배민다움
김봉진 대표는 창업의 세 요소로 아이디어와 돈, 사람을 꼽았다. 아이디어와 그를 뒷받침할 기술이 있으면 본격적으로 창업의 발동을 걸게 된다. 창업에서 자금은 물론 중요하지만, 자금 그 자체보다는 다른 사람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에게 돈을 받아 쉽게 시작한 사업이 잘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조직하는 능력이다. 처음에는 개인이 뛰지만, 점차 사람들을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춰가야 한다. 시스템 구축을 소홀히 여겼다가는 물이 새는 바가지처럼 경험이 축적되기보다 헛바퀴를 굴리며 에너지를 소진하기 쉽다.
그런데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기업을 손수 운영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업가적 정신과 행동에 익숙하지 않다. 배민은 수많은 결정의 순간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비즈니스에서 타이밍이 중요하잖아요.
스타트업은 어떨 때 기민하게 움직이고 어떨 때 신중해야 할까요?
타이밍을 잡기 위해 규모를 작게하고 빠르게 테스트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빨리 해보고 아니면 뒤로 빠지고, 그렇게 여러번 해보는 거죠. 작게는 프로모션, 크게는 사업을 할 때 처음부터 많은 자원을 투여하지 않으면 실패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거든요.
큰 의사결정일수록 사전에 여러 번 작은 시도를 해야겠죠. 가령 50억짜리 사업을 하는데 바로 들어가면 반드시 문제가 생겨요. 작은 규모로 치고 빠질 수 있어야 하더라고요.
권투에서처럼, 큰 펀치 날리기 전에 잽으로 간을 보란 말이죠?
그렇죠.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너무 많이 신경을 쓰거나 상처를 받아도 문제가 커지거든요. 우리가 실수할 수도 있고, 일이 잘못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죠. 안 좋은 결과를 놓고 서로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빨리 뒤로 빠져서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요. 무엇이든 너무 크게 봐도, 너무 작게 봐도 안되겠지만요.
사회학자인 제임스 배런 교수가 스탠퍼드 대학 재직시, 실리콘밸리에서 200여 개에 달하는 기업의 창업가들을 면담했다. 어떤 조직이 벤쳐기업을 성공시키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면담결과를 바탕으로 그는 조직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는데, 전문가 중심조직, 유망주 중심조직, 헌신형 중심조직이다.
전문가 중심조직의 창업가는 특정분야의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보유한 직원을 채용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유망주 중심조직의 창업가는 현재 전문성이 부족해도 미래의 잠재력이 있는 인재들을 채용하거나, 심지어 그들은 다른 회사에서 빼내왔다.
헌신형 중심조직의 창업가들은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나 규범과 어울리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했다.
이중에서 실패율이 가장 낮은 조직은 어떤 유형일까? 헌신형 중심조직이다. 단 한 기업도 파산하지 않았다. 유망주 중심조직의 실패율은 상당했고, 전문가 중심조직의 실패율은 그보다도 세 배 이상 높았다.
헌신형 중심조직을 선택한 창업가들은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도 독특했다. 그들은 직원들과 조직 간에 강함 감정적 유대감을 조성하려고 애썼다. '가족'이나 '애정'깊은 단어들을 자주 사용하며, 은연중에 조직 내의 동료애를 강조했다. 직원 또한 조직이 추구하는 사명에 대해 열정적이었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초창기에는 헌신형 중심조직이 결실을 거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력이 떨어지는 경험이 있다. 일단 살아남아 기업공개를 하고 나면, 헌신형 중심 조직의 주식가치는 유망주 중심조직보다 140% 느리게 성장했고, 전문가 중심조직보다는 25% 느리게 성장했다.
왜 그럴까? 기업이 커가면서 자연스레 성장통을 겪는데, 그럴때일수록 창업가들은 자신과 동일한 시각을 지닌 친구와 동료들로부터 자문을 구하는 경향이 있다. 어려움에 봉착한 그들은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불편해하고, 합의라는 편안함을 택하곤 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정반대로 해야 하는데 말이다.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실수를 바로잡고, 혁신을 추구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기업은 도태되고 만다. 이 시점에 필요한 사람이 멘토다.
초기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을 시작할 때 반드시 느끼는 감정이 있다. 바로 '의심'이다. 팀빌딩을 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는 과정에서 시장조사를 하고 고객을 만나다 보면 '이미 하고 있네?','경쟁사 대비 차별화 포인트가 없네','고객 니즈가 전혀 없네'라는 생각이 들며 원대했던 꿈은 점차 쪼그라든다.
우리 팀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처음 뜨겁게 다짐했던 목표는 이내 무색해진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이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것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사무실과 자동반복 업무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같은 비전을 바라볼 때 가장 빠른 실행력을 낼 수 있다. 오죽하면 의사결정의 프로세스까지 맞추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을 끊임없이 말해주는 일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물리적 공간인 사무실이 필요하다. 분명 효율성을 운운하며 재택을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정신은 맹목적 효율을 찾는 것이 아니다. 때론 안될 걸 알면서도 부딪혀가며 의외의 인사이트를 얻어야지만 성장에 가속을 얻을 수 있다. 매일 잡담하고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거나 이슈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일은 유대감이 될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유대감을 만드는 일 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창의력과 대단한 의지가 필요하지 않은 자동반복업무를 하는 일이 때론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들어 데일리호텔의 신재식, 신인식 대표는 오전에는 온라인 마케팅을하고 오후에는 호텔에 영업을 하러 다녔다. 서울시에 있는 모든 호텔을 리스트업하고 매일 영업하러 돌아다니는 업무는 어떻게 보면 반복되고 지루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가인 그들도 '우리의 서비스로 세상을 바꿀꺼야'라는 마음으로 매일 창의적인 생각을 하며 움직이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 '그 일'을 하다보면 어느날부터 비효율이 보이고 핵심을 찾을 수 있다. 그때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니 열정이 뜨겁지 않다거나 처음과 같지 않다고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타트업은 인터벌 트레이닝과 비슷하다. 기회를 포착했을 때 전력질주하되 성과를 보는데 까지는 마라톤과 같기에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일이 없을 때 완전히 멈춰버리면 몸이 굳어버리기 때문에 다시 전력질주할 수 있을정도의 체온이 필요하다. 이때 천천히 달리기가 바로 자동반복업무이다. 누군가는 스타트업은 최소 2년 전력질주해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은 아무리 강한 의지나 다짐도 필연적으로 망각하게 되어있다. 이런 마인드셋을 관리를 해야지만 레이스를 지혜롭게 운영하며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만들어낼 원동력을 갖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