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의 변신은 무죄!!!

by 김영현

“선영이는 커서 빵집에 시집 보낼꺼다”


우리 엄마가 입에 달고 하시던 말씀이예요.

나는 빵집에 시집가는 게 아니고 빵과 결혼해도 좋을 만큼 빵을 사랑했던 것 같아요.


가장 어렸을 적 기억은 엄마 손을 잡고 갔던 우리의 단골집인 동백 제과점입니다. 우리는 각 빵이 나오는 시간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중 우리의 최애는 단연 식빵이예요. 모두들 식빵이 무슨 맛이냐고 하지만 제대로 빵을 먹는 사람이라면 식빵을 거부할 수 없죠. 일단 식빵은 다양하게 변신하는 재간둥이 빵이예요.


우리는 빵이 나오는 시간을 미리 체크하고 방문해서 빵을 자르기 전에 통째로 따뜻할 때 가지고 온답니다. 식빵이 뜨거울 때는 빵끈으로 묶어서는 안 되요. 빵이 떡이 되거든요. 옆이 트여 있는 비닐 봉지에 조심히 담아서 가능하면 가로로 고이 모셔 와야 해요. 모셔 온 식빵을 손으로 쭉~ 찢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먹는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적당한 밀가루 냄새와 쌉쏘롬한 이스트 맛이 어우러지고 빵의 겉면에 바른 버터향이 더해지면 아직 덩어리지지 않은 식빵의 결이 느껴지며 입에서 사르르 녹는답니다.


식빵이 나오는 시간을 놓쳐서 식빵이 썰어져 있어도 상관없어요. 썰어진 식빵을 가장 손쉽게 먹는 방법은 엄마가 만드신 수제 딸기잼을 이용하는 거죠. 엄마는 딸기 끝물이 되면 어김없이 딸기잼을 한 솥 끓이십니다. 프리마 병에 담겨져 10병 가까이 되는 잼이 냉장고에 차곡차곡 쟁여져 있는 걸 보면 흐뭇하고 보기만 해도 입에 단맛이 돌죠. 식빵 한 장에 수제 딸기잼을 바르고 다른 한 장의 빵에는 땅콩 버터를 바릅니다. 그리고 두 장을 겹쳐서 한 입 베어 물면 그 묘한 조합이 사람을 세상 행복하게 만들죠. 이런 조합은 도대체 누가 생각해낸 걸까요?


잼과 땅콩 버터로도 부족하다면 우리의 다음 선택은 마가린입니다. 트랜스 지방의 집합체라도 상관없어요. 마가린을 한쪽에 살짝 얹고 뜨겁지 않게 살짝 달궈진 후라이팬에 얹으면 기름진 냄새와 더불어 마가린이 녹는 소리가 ‘치지직’ 들립니다. 반대 편에도 마가린을 얹어 빵을 뒤집어요. 위로 올라온 구워진 빵의 모습은 먹지 않아도 바삭, 짭조롭하고 고소한 맛이 느껴지고 입에 침이 고입니다. 우리집 전기 후라이팬에는 식빵이 네 개 올라갈 수 있어요. 우리 삼 남매의 눈이 후라이팬에서 접시로 옮겨지면 세 개의 손이 후다닥 빵을 갈취하여 입으로 가져갑니다.


이걸로도 만족스럽지 않으시다면, 음 비장의 무기를 꺼내야 겠네요. 마지막 식빵을 즐기는 방법은 우리 모두 예상되는 그 맛, 프렌치 토스트입니다. 노~오란 달걀에 우유를 살짝 섞으면 예쁜 병아리색의 달걀물이 만들어져요. 식용유로 코팅된 후라이팬이 또다시 등장해야 해요. 푹 담궈서 빵이 달걀물을 듬뿍 먹어야 해요. 흐물흐물해져도 괜찮아요. 그래야 후라이팬에 익히면 보드랍고 맛있는 토스트가 만들어지니까요. 설탕을 뿌릴까요? 말까요? 그건 그대의 선택이랍니다. 어떻게 해도 만족스러우실 꺼예요. 프렌치 토스트는 우리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답니다.


저는 그중에 엄마가 마가린을 발라 구워주신 토스트가 가장 맛있어요. 먹고나면 입술에 기름이 한가득 발려지고 손도 기름투성이가 되지만 그래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엄마는 그 후라이팬에 토스트 외에도 여러 가지를 해 주셨어요. 가장 최애 음식은 ‘빠다 야끼’였어요. 이름이 생소하죠? 아마도 엄마가 만드신 이름인 듯... 우리 이름으로 하자면 구운 닭 정도 될 것 같네요. 일단 닭을 마가린에 구워요(그때는 버터가 없던지라...) 구운 닭에 간장 양념을 발라서 다시 구우면 고소하면서 단짠단짠한 맛있는 닭요리가 만들어져요. 지금 생각해보면 수원 왕갈비 통닭의 기원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저는 그때부터 닭날개를 좋아했던 거 같아요. 날개의 껍질이 바삭하면서도 살보다는 양념이 많아 맛있는 날개만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손님들을 초대하면 어김없이 빠다 야끼를 먹을 수 있었고 많은 손님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어요.


엄마의 요리가 많이 그립네요. 이제는 맛난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때의 음식이 그리운 이유는 요리에서 느껴지는 엄마의 냄새와 기억 때문이겠죠?


오늘도 빵을 사러 가야 하는데 이제는 온천지 ‘빠바’ 밖에 없네요. 동백 제과점처럼 지역 빵집들이 사라져서 아쉬워요. 얼마 전 성심당이 대기업 영업 이익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봤어요. 저도 성심당에 갔다가 두손 가득 빵을 담아왔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길 가다 대기업 빵집이 아니고 조금 손때가 묻은 듯한 곳이 있으면 꼭 들러봐요. 이제는 밀가루 섭취를 줄이면서 빵을 즐겨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변에 작고 소소한 빵집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요.


‘저는 빵집에 시집가지도 않았구요. 빵과 결혼하지도 않았지만 딸기잼을 바른 빵처럼 달콤하게, 막 구운 식빵처럼 쫄깃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마가린 식빵처럼 고소하게 살꺼예요,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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