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모든 것(백수린)을 읽고
옆자리 선생님이 빌려준 에세이‘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읽고 백수린 작가를 알게 되었다. 따뜻하면서도 편안한 그러면서도 자신의 소신이 느껴지는 그렇지만 굵지 않고 가려린 느낌의 글이었다. 무언가 간질간질한 느낌이다. 나른한 봄에 옥상에서 따스한 햇볕을 받는 듯했다. 인터넷에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소설가란다. 그렇다면 내 단골 도서관에 폭풍 검색... 가장 최근의 소설을 빌려야지. 당연 대출중이다. 예약을 걸고 기다린다. 일주일 정도 후에 책을 받았다. 그 책이 바로 ‘봄밤의 모든 것’. 기대감을 안고 책을 펼친다.
일곱 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아주 환한 날들, 빛이 다가올 때, 봄밤의 우리, 흰 눈과 개, 호우, 눈이 내리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뒤의 세 편은 친구 세 명의 각 서사를 다룬 연작 소설이다. 제목만 보고 화창하고 아지랑이처럼 아련한 표지와 글을 기대했지만 다소 어두운 듯한 표지와 봄보다는 눈과 겨울이 더 많은 소설 내용이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다른 네편의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나는 세 편의 연작 소설이 맘에 든다. 그 중 '호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몇 일 동안 많은 비가 내렸고 주인공 소희의 집 근방에 사는 노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왜 이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모르겠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거나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가는, 눈이 가는 사람이 있다. 학교에서 학생도 마찬가지다. 말을 많이 건네지도 못했고 챙겨주지 못했고 가끔씩 웃어 주는 것 빼고는 해 주지 못했지만 내내 가슴 한켠에 걸리는 아이들이 있다. 조금만 더 신경 써 줄 걸, 조금만 더 말을 걸어볼 걸 이라는 아쉬움을 남기는 존재들이 있다. 항상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의 후회다. 그 때는 알지 못했고 그 당시에는 용기 내지 못했다. 주인공 소희의 입장에 쉽게 몰입되었다. 어쩌면 용기 없는 소시민의 전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작가의 에세이처럼 따뜻하고 친근하기 보다는 호우처럼 무언가 소외되고 외로운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들이 모두 홀로 고립된 듯한... ‘호우’의 주인공도 남편과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안주하며 살아가는, ‘아주 환한 날들’도 혼자 사는 어머니가 앵무새와 소통하는, ‘봄밤의 우리’도 키우던 개의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상대를 찾지 못하는 소외된 인간들의 모습이다. 이 느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결론은 이 작가의 다른 글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오늘 참 글 안써진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