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짜?

소설'혼모노(성해나)'를 읽고

by 김영현

@ 혼모노: 진짜라는 의미의 일본말, 니세모노의 반대말


0. 2025년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는 책이고 제목이 독특해서 눈에 띄었다. 도서관에서 많은 예약 시도를 통해 간신히 빌려 읽었다. 일곱 개의 단편 소설(길티클럽: 호랑이 만지기, 스무드, 혼모노, 구의 집:갈월동 98번지, 우호적 감정, 잉태기, 메탈)로 구성되어 있다. 글은 문체가 부드러워 어렵지 않고 편하고 쉽게 읽힌다. 그러나 소재가 독특하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어쩌면 마음이 불편할 수 있는 소재들을 편한 문체로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영화 감독의 팬, 태극기 부대 할아버지와 만난 재미교포, 남영동 대공분실을 만든 건축가 등 다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평범하지 않는 상황과 무언가 한번 꼬아 놓은 관계들로 인해 읽고 나면 무언가 찜찜한 마음이 남는다. 나는 그중에서 ‘혼모노’와 ‘구의 집’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1. ‘혼모노’는 한물간 무당과 새내기 무당의 신경전이다. 자신이 섬기는 신령이 새내기 무당에게 옮겨가면서 선배 무당이 자신의 지위를 잃고 밀려난다. 이제 자신은 혼모노가 아닌 니세모노가 되어 간다. 이 소설에서는 무당으로 설정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직업과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세대 간 갈등의 문제와 유사하다. 경험이 있고 연륜이 있어도 나이가 들면 찬밥 신세가 되어 뒷방으로 물러나야 하는, 또는 은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버텨보려는 기성세대의 몸부림이다. 제 아무리 몸부림쳐도 기성 세대는 이제 적응해 내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젊은 세대는 풋내가 나지만 젊음의 열정과 변화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적응력을 장착하고 있다. 장유유서, 연륜과 경험 등은 이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2.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는 분명 허구임에도 진짜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갈월동 98번지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의미하고 있음을... 젊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구보승’은 합리성을 무기로 건축에 접근한다. 합리적, 이성적이라는 단어가 현대 사회에서 만능키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으로 대하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인간 또는 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진리라고 여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모두‘인간’을 위한 것이다. 건축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이 편하고 안락하게 살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건축이다. 인간이라는 단어가 빠지는 순간 우리는 가치전도를 겪게 된다. 인간이 수단이 되어 버리는...


위의 두 작품 모두 무당과 건축의 이야기인듯 하지만 결국에는 인간의 이야기이고 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조용하고 평이한 느낌이지만 무언가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생각이 꼬리를 물게 하는 작품들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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