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무슨 프로그램이예요? 처음 보는 건데?”
타학교에서 전근오신 원정 샘은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들에 관심이 많고 조금은 이상적인 사고방식들로 무언가 색다름이 느껴진다. 원정 샘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어 내가 물었다.
“아, 이거 노션이라는 건데, 제가 파일을 올리면 아이들과 공유가 가능해요. 아이들이 볼 수도 있고 아이들이 직접 파일을 올릴 수도 있어서 소통이 가능하고 편해요. 샘도 해보실래요?”
지난번에는 원정 샘이 했던 인성교육 자료를 받아 수업에 적용한 적도 있다. 많은 정보를 공유하려는 태도가 참 고맙다.
“어려운 거 아니예요?, 난 컴퓨터랑 안 친해서 어려운 프로그램 사용 못해요..”
“아니에요. 배울 수 있는 연수 사이트도 알려 드릴께요. 딱 5시간만 공부하면 노션 전체는 아니어도 교사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는 충분히 배울 수 있어요”
“일단 어떤 건지 들어볼께요”
열심히 프로그램을 설명해주고 연수 사이트도 알려준다.
“땡큐, 근데 난 일단 키핑!!! 나는 지금 시간도 빠듯하고 나는 배우려면 샘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거 같아요.”
난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고민을 많이 하고 그리고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편이다. 그러다가 기회를 놓치거나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최대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하지만 지금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는 건 사실이다.
“또 뭐 좋은 거 있어요? 나도 알려줘요...”, “뭐예요?”
교무실 선생님들 4~5명이 원정샘을 둘러싼다.
나는 거기서 빠져나와 내 자리에 앉는다.
우리 교무실은 50대 3명, 40대 7명, 30대 2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학교에 비해 연령층이 높은 편이고 나는 나보다 한 살 많은 선생님 다음으로 두 번째다.
원정 샘을 둘러싸고 있는 샘들 중 숙경 언니에게 묻는다.
“숙경 언니, 언니도 노션 배우려고?”
“아니, 뭔지 일단 들어는 보려고... 근데 나는 컴퓨터로 새로운 거 하는 거 어렵더라.”
“나두... 역시 언니랑 나는 컴퓨터는 아닌 거 같아”
아이들의 입시자료를 노션에 업로드 해놓고 아이들과 교사가 사이트를 공유하고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자료를 업로드해서 입시 자료들을 축적해 놓는데 좋다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이야기를 다 듣고 숙경샘이 이야기한다.
“그냥 출력해서 형광펜으로 표시해서 파일에 껴두면 안돼? 꼭 프로그램에 저장해 놓아야 하는 거야?”
끝에서 두 번째 막내가 동의한다.
“저도 그냥 형광펜이 좋은 거 같아요. 꼭 컴퓨터에 저정할 필요 없잖아요..”
그 이후 교무실에는 (노션을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들과 혹은 어떤 선생님은 학부모님들과 입시자료를 공유하는 선생님들) vs (입시자료를 출력하고 아이들에게 맞는 자료에 형광펜으로 표시하여 파일에 끼워두는 선생님들)로 나뉘어졌다.
“이번에 노션에 정리해서 어머니들께 보여 드리고 공유했는데 결국에는 출력해 달라고 하시네요.. 형광펜이 나은 건가?”
“다른 반은 학부모님들이 볼 수 있게 자료 공유하는데 우리 반은 왜 안 해주냐고 말씀하시는 학부모님들이 계시네요, 나도 노션 배워야 하는 건가?”
코로나 이후, 학교에 디지털 자료 및 프로그램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교사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교사를 대상으로 어떤 교육도 하지 않으면서 정부는 학교가 IT화 되기를 바라고 압력을 가한다. 제발, 우리들 나이도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 후 학교에는 디지털에 민감한 교사들과 아직도 아날로그를 고수하고자 하는 교사들이 서로 공존하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해지고 점점 타인과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아이들, 그 이유로 디지털적인 것을 요구하는 정부의 정책 등으로 학교는 혼란스럽다. 디지털이 아이들과 소통하는데 좋고 선진적인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챗 GPT와 토론을 하는 연수를 들었다. 챗 GPT를 이용하여 토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교사가 개발했다. 재밌기도 하고 활용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토론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일인데 토론까지 사람이 아닌 기계와 해야 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즉,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곳이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인간적인 만남을 통해 배움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은 그 배움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디지털을 꺼려하는 나의 변명일지라도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항상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