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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덕여 Apr 12. 2023

2023년 4월을 처음 살고 있는 30대 남자의 단상

4월 둘째 주

1.

 류이치 사카모토, 사카모토 류이치. 류이치 사카모토가 기나긴 고통 끝에 영면永眠에 들었다. 일면식도 없지만 류이치 사카모토는 나의 우상이고 슈퍼스타였다. 그는 죽음의 순간까지도 '완벽했고' 뮤지션으로서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뒤 떠났다. 한때 나는 그와 같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다. 괴짜 같지만 음악에 대한 순수함은 그 자체로도 '완전한'것 같이 느껴졌다고, 아무도 밟아 보지 않은 눈 위에 발자국을 내었다.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2학년쯤이었던 것 같다. 늘 라디오를 끼고 살았고, 허영심만 가득한 중2였기에 이해도 안 되는 영화와 음악을 탐닉하며 스스로 또래와 구분 지을 수 있음을 자신 여기며 거친 사춘기를 보냈다. 그 당시 심야 라디오(특히 영화음악을 다루었던 심야 프로들)에서는 그의 음악이 주구장창 흘러나왔고 뭔지 모를 신비함이 좋았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있었고  <Rain>이 있었다. 이끌리듯 그의 음악을 찾아들었고, 그 나이 잼민이가 보면 안 됐지만 <마지막 황제>와 <전장의 크리스마스>도 보게 되었다. 물론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나는 '류이치 사카모토'란 뮤지션을 만나게 되었다.


 그의 피아노가 그냥 좋았다. <Coda>가 좋았고 <1996>은 더더욱 좋았다. 최근 그의 음악을 표절했단 기사를 접하면서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그를 오마쥬 하지 않았을까란 미심쩍지만 당연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이 글을 쓰면서 <Coda> 앨범을 틀었고 이어 <Tong Poo>를 들었다. 그는 세상에 없지만 그가 그렇게 좋아했던 드뷔시처럼 나에겐 그의 이름이 영원히 남지 않을까 싶다. 



* <Tong Poo>

https://www.youtube.com/watch?v=gmrlDJdY6yA


* <andata>

https://www.youtube.com/watch?v=6g9LEBYJ1oU



* <Rain>

https://www.youtube.com/watch?v=8eB-7l7ysX8



* <Self Portrait>

https://www.youtube.com/watch?v=7fvFIJpZmZA&t=3s



* <koko>

https://www.youtube.com/watch?v=dbs1LIlS7GQ



* <The Other Side of Love>

https://www.youtube.com/watch?v=pzkHZ0wsk8s




2.

 근황. 최근 들어 복잡한 일들이 많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했으며, 앞으로 예상되는 여러 변수들이 나를 복잡하게 만든다. 어떤 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쉽게 넘겨짚고 있으며 어떤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함에도 일어날 것처럼 느껴진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거절당하고 무시당하는 듯한 기분을 에둘러 밀어내려 해 봐도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는다. 삶은 우연히 주은 500원짜리 동전 같다가도 무심코 종이에 베인 엄지 손가락 같다. 


 머리로 이해되어야만 편안해지는 나로서 이해되지 않는 여러 현상은 베인 손가락처럼 자꾸 신경 쓰인다. 대부분 '시발'이라고 읊조리며 툭툭 털지만 이 마법의 주문을 외웠음에도 툭툭 털리지 않는 것들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일련의 일들이 그러했고 앞으로도 무수히도 그런 일들이 생길 것 같아 먹먹하다.


 다른 주문을 찾아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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