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 죽겠는 나에게

헤맨 만큼 내 땅이길

by 양지드림

‘헤맨 만큼 내 땅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이 말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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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알고리즘인지, SNS나 숏폼 영상에서는 비슷한 내용이 자주 뜬다. “그때 샀어야 했는데 못 샀다”, “이미 집 산 사람은 못 따라간다”,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진다” 같은 이야기들. 이런 말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불안 속에는 ‘억울함’이 있다.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에게는 이런 기회나 운이 없는 걸까.

얼마 전, 한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너는 아이 둘 낳고 휴직했는데, 회사에서 승진 같은 건 잘 챙겨줬어?” 나도 솔직히 속상한 부분은 있지만, 이미 선택한 일이니 어쩌겠냐고 답했다. 그러자 친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회사에서 일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은 대리가 과장으로 승진했다며, 그게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너는 그런 거 보면 화 안 나?”라고 다시 묻는다.


글쎄...

화가 날 수도 있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누군가는 나를 그렇게 바라볼 수도 있겠구나.

나 역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나는 적당히 하니까 승진 안 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보상을 원한다. 그리고 ‘정말 일을 안 한다’고 보이는 사람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객관적으로 ‘이 사람은 정당하다’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내가 타인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나 또한 누군가의 기준에서 평가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친구는 퇴사를 선택했다. 이유는 “회사에서 나만 일하는 것 같다”며, 다른 사람들은 다 ‘월급 루팡’ 같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너는 그렇게까지 헌신적인 ‘지원마인드가 강한 사람은 아닐텐데...’은 아니었는데 혹시 그 일이 너에게 버거웠던 건 아닐까.


‘나만 고생하고 있다’는 감정.

그 억울함, 정말 잘 안다. 얼마 전에는 아이 엄마들과 모인 자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잠을 못 잔다, 아이가 유독 힘들다, 남편이 도와주지 않는다, 시어머니의 도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각자의 상황 속에서 불만과 억울함이 쏟아졌다. 그 자리에서는 일단 진심으로 "힘드셨겠어요.." 공감하며 위로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제 4시간밖에 못 잤고, 아이 키우는 삶은 원래 쉽지 않다. 그리고 나는 내가 선택해서 아이를 낳았다. 시댁이나 친정의 도움이 꼭 ‘당연한 것’일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그 상황이 부럽기도 했다.(자랑인가?...)

그렇게 여러 대화와 상황을 지나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억울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그리고 타인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공로도 인정받기 어렵다.


예를 들면 시어머니가 육아를 도와주러 왔을 때 표정이나 말로 불편함을 드러낸다면, 그 관계 속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회사에서 ‘월급 루팡’이라 생각한 사람이 승진했을 때 그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내가 승진했을 때 진심 어린 축하를 받을 수 있을까.


결국 그것은 타인은 보지 않고, 나의 공로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울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친구와 다시 통화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 요즘 이 말이 공감되더라. ‘헤맨 만큼 내 땅이다.’”


나만 일이 많을 수도 있다.

나만 힘든 상황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나에게만 더 많은 일을 맡겼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한다는 건 어쩌면 교만일 수 도 있겠다.

육아도, 일도,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모든 경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어쩌면 나만 일이 많고 나만 힘든 상황이라고 인정해보자 그래서 그 일을 잘 하게 됐을때, 내 삶의 성장이고, 성취다. 곧 나의 경험이다. 인생이 어떻게 쉽기만 할까. 힘들어도 힘듦을 느껴보는 것 또한 내 삶이구나.


삶은 시험 성적처럼 명확하게 줄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각자의 삶은 각자의 목적과 방향이 있고, 누구도 그것을 쉽게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내게 주어진 경험을 감사하기로 '선택'했다.


내가 감당하는 책임도, 조금은 즐겨보기로 했다.

힘든 시간이 쌓이면 어느새 그것이 ‘내 땅’이 된다.


반대로, 억울함만 쌓는 시간은 성장이 아니라 제자리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인정도 결국 얻지 못한다.


나도 사실은 억울한 일이 있다. 해소되지 않는 일들도 있다. 이 감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내 생각은 이렇다고 마법을 걸어본다. 그럼 더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나로 성장할테니까.


오늘, 작은 감사 하나를 만들어본다.

내 땅이 넓어진 만큼, 우리 아이는 더 넓은 곳에서 숨 쉬며 살아가겠지.

엄마는 땅을 키워야한다. 좀 헤매는 시간을 즐겨볼 수 밖에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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