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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따라 하기

인문학과 과학의 통합 통섭

by 쥬디

밀리의 서재 오디오 북을 자주 듣는다. 밥 먹을 때나 집안일하는 사이사이 틀어놓기만 하면 들을 수 있어 좋다. 어떤 책을 정해 조금 듣다가 크게 흥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다른 책으로 건너뛴다. 그러다 얼마 전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를 듣게 되었는데 앞부분에 직접 작가의 음성이 나와 관심이 쏠렸다. 내용에 점점 빨려 들어갔다. 경제학을 전공한 작가로서 평생을 인문학 책 만 읽으며 최고의 인문학 작가이자 강연가로 살아왔는데 2009년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종의 기원’이 대대적으로 판매되는 걸 보고 그때부터 여러 과학책을 읽게 되면서 인문학보다 먼저 알고 배워야 하는 게 사실은 과학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즉 철학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보다 앞서야 하는 질문이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어디서 왔고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생겨났는가.라는 질문에 과학은 답할 수 있고 그 기반 위에 우리 인간의 특성을 이해하면 내가 누구인가를 사유해 보는 인문학적인 질문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었다. 과연 그럴수 있겠구나 싶다. 작년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무릎을 탁 쳤던 느낌과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유발 하라리는 역사학자이지만 아주 냉철하게 사피엔스라는 종의 특성을 과학적으로도 많이 언급하고 있어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었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서도 사피엔스인 인간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과학적 지식을 알고 이해하면 훨씬 더 인문학적인 접근이 수월해질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문학과 과학의 통섭과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도 문과였고 수학과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사람으로 작가의 주장에 동의한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문학 작가가 경제학자, 천문학자, 화학자 등을 만나면서 종횡무진으로 대화하고 세계의 통합을 외쳤던 게 생각났다.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공통된 대화가 이루어질까 했는데 대담집이 수십 권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졌었다.


유시민 작가는 하도 유명해서 들어만 보고 내가 전혀 읽지 않고 있던 책과 작가 소개를 아주 자세히 하고 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경제학자 JK 갈브래이스의 ‘불확실성의 시대’ 등이다. 이 중 ‘코스모스’는 작은애가 초등학교 때 별과 천체에 관심을 가지면서 책을 사놓고 몇 번 뒤적거리고는 그 양의 방대함과 내용의 어려움에 엄두도 못 내고 먼지만 쌓이게 모셔놓고 있던 책이다. 책꽂이를 지나다닐 때마다 언젠가 읽어야지라고만 생각한 책인데 드디어 때가 왔나 보다. 유시민 작가의 글을 접하면 이런 책들을 반드시 읽어야 할 거 같은 의욕이 솟는다. 그만큼 글의 설득력과 재미가 있다. 강연도 정말 잘한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갈 브래이스의 ‘불확실성의 시대’를 주문했다. 먼저 ‘불확실성의 시대’를 조금 읽다가 좀 어려워져서 ‘종의 기원’으로 넘어갔는데 이것 역시 어려워서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있다. 물론 이 책도 만만치 않다. 우주의 언어인 수학과 과학용어를 인문학적으로 아주 쉽게 써놓은 책들이라 소개해서 샀는데 전혀 쉽지 않다. 이제껏 익숙했던 내용들과 많이 다르고 생소해서 머리에 빨리 와닿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인정하고 천천히 읽는 수밖에. 나도 읽으면서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유시민 작가가 깨달은 걸 조금이나마 느낀다면 성공한 셈이다. 올해는 독서와 글쓰기의 스펙트럼을 더 확장하는 해라 정하고 끈기 있게 도전해 볼 계획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위대한 점은

“나는 과학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수학적인 언어로 몇 가지 미묘하고 복잡한 생각들을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라는 점에 있지 않을까. 그건 칼 세이건이나 갤브레이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어려운 수학 과학 경제의 언어와 세계를 대중에게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려고 애쓰면서 깊고 넓은 지식으로 인류를 위해 기꺼이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행동했다. 리처드 도킨스와 갤브레이스는 유명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형식적인 것만 따지고 연구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거만한 지식인을 아주 싫어했다.


책을 읽는 기쁨 중 하나는 수많은 인용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결되고 확장되는 세계가 재미있다. 유튜브에서 유시민 작가와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대담도 정말 흥미롭다. 그야말로 인문학과 과학의 통합 대담이다. 세계는 독립되어 있는 거처럼 보이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무수히 연결되어 있다. 서로 다른 지식과 지혜를 배워가는 속에 세계를 확장해 가면서 타인을 더 알아가고 존경해 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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