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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플랑크톤

급격한 변화

by 쥬디

어제 한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데 세상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걸 실감했다. 그분은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이제 70이 되셨는데 벌써 4대의 후손까지 보고 대가족이 모이면 21명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부터 아파트 대단지에 통장을 맡아 활약해 한 가구 한 가구 모르는 사람이 없고 지역사회 돌아가는 상황을 빠삭하게 알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건네면서 인맥을 넓히고 구역의 터주대감으로 지내왔다. 지인은 증손주들이 셋이나 있어서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데 그 유치원들이 얼마 안 있어 사라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정확히는 사라지는 게 아니고 노인유치원으로 변경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없어서 운영이 안 되는데 반대로 노령인구는 늘어나 그렇게 변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주들 손잡고 데려다주던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이제는 당신들이 직접 다니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매일 지역사회 활동을 하고 눈으로 보는 사람이라 정보가 빠르고 정확하다.

또 다른 지인한테는 사과 이야기를 들었다.


“작년에 수확했던 우리 친정 과수원 사과가 진짜 맛있었어요. 수입도 짭짤했다니까요. 올해도 기대돼요”

나는 대뜸 친정이 경북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니요. 모르셨어요? 사과가 점점 북쪽으로 올라와 이제 강원도에서 많이 재배하잖아요. 친정이 강원도 양구인데 지금 거기 사과 과수원 엄청 많이 생겼어요”


세상에. 기후변화가 주변에서 이렇게 빨리 진행되고 있구나. 몇 년 전 큰아들이 경북 영천에서 군 복무해서 면회 갔을 때 끝없이 이어지던 사과밭이 참 인상적이었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영상을 자주 찾아보는데 한 번은 책 소개하고 있었다. 네 번째 소개하는 책이 벤야민 폰 브라켈의 ‘피난하는 자연-기후변화 시대 생명들의 피난 일지-였다. 생물들이 온난화로 점점 북쪽으로, 산꼭대기로 이동하고 있다는 내용이라 한다. 전쟁이 발발해서 사람들이 피난했던 거처럼 동물과 식물도 최악의 피난 행렬에 올라 변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해양생물은 10년에 72킬로미터, 육지생물은 17킬로씩 더 차가운 곳을 찾아 이동한다고 한다. 심각한 건 피난 행렬의 종착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의 환경저널리스트인 저자가 4년에 걸쳐 전 세계를 다니며 취재해 책을 썼다고 한다.



올 겨울 눈도 정말 많이 내린다. 일교차도 급격하다. 어제 오전에는 눈이 내리고 뿌옇게 미세먼지가 끼어 기온이 온화했다가 오후 되면서 몇 시간 만에 갑자기 찬 공기로 변해 옷 속을 파고든다.


지난해 전 세계 바다 온도가 관측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해양 표층 온도가 상승하면 바다는 겹겹이 쌓인 케이크처럼 층을 이루며 성층화가 강화된다. 심해에 머무르던 영양염들이 표층으로 올라오는 길목을 차단해 식물 플랑크톤에게 좋은 재료를 공급받지 못한다. 수온 상승에 따른 성층화 현상은 해양 산성화, 염도 변화 그리고 인간의 각종 오염물질 유입 등 다양한 환경스트레스 요인과 얽혀 있다 한다. 다행히 플랑크톤이 영양염이 부족한 상태에서 세포 내 대사 과정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전략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생물들이 자신들만의 생존법을 찾아내는 동안 인간사회는 자연의 신호마저 무시한 채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과 같은 거대한 문제에만 집착해 왔다.



이 신문 기사를 읽고 생각이 많아진다. 미생물에게 기대하고 감사만 해야 하는 시점은 아닌 거 같다.


#화광신문 #SDGs #피난하는자연 #강원도사과 #플랑크톤위기 #벤야민폰브라켈 #성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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