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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수학공식이 아니다

자기 멋대로

by 쥬디

사람은 자기 멋대로 상대에게 기대했다가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자기 멋대로’란 말이다. 다음부터는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멋대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한다. 기대하는 순간에는 부풀고 행복해하다가 이뤄지지 않으면 속상해하고 화를 내고 미워하기까지 한다. 따지고 보면 상대는 가만있는데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있는 셈이다. 화가 나는 이유를 깊이 헤아려보면 아주 이기적인 계산이 깔려있다.


‘내가 이렇게 너에게 해주고 있는데, 나와 너는 이렇게 가깝다고 믿고 있는데, 네가 이 정도는 충분히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안 된다고? 완전 대실망이다.’

멋대로 보상받고 싶어 하는 기대심리가 작동하는 이상, 인간관계는 참으로 피곤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내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상대를 달래기도 하며 완전하지 않은 완전할 수 없는 인간관계를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모습이 제삼자들에게서 벌어지면 객관화가 돼서 분석이 가능한데 내 일이 되면 결코 객관화가 될 수 없으니 복잡한 진흙탕 속에 빠진 기분이 든다. 그리고는 제삼자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기도 한다. 그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진흙탕에 빠진 걸지도 모른다.



‘아 진짜 저 사람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빙고!

이해는 수학 공식이 아니다.

속상해하며 이 말을 무의식적으로 하지만 사실 이 말이 팩트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가까운 지인이라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 정확한 착각이라고 생각해야 불편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해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순간 온갖 환상이 딸려 온다.


‘어쩌면 이럴 수가,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아니 이럴 줄 정말 몰랐네.’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돼 머리를 쥐어뜯을 때가 많은데, 내가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확신한단 말인가. 눈부신 기술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AI를 발명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나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아직까지는 변화무쌍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계속해서 이해해 주길 바라고 타인을 이해했다고 믿고 산다. 미완성적인 인격을 완성이라 믿고 싶어 한다. 참 욕심도 많다. 때로는 욕심이 화를 부른다. 손쉬운 행복을 뿌리치고 불행을 건드리기까지 한다. 실수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하기에 인간이 정말 인간적이라는 말이 나온 걸 지도 모른다.


사람은 외로워서 타인을 만나지만 그 타인으로 더 외로워지기도 한다. 부딪히고 깨져도 사람은 또 만나고 상처를 주고받고를 반복한다. 그 속에서 강해지고 내성이 생기며 꿋꿋이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한다. 생물학적인 한계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극복하기도 하고 인문학적인 한계를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연민을 갖고 이해하며 풀어가기도 한다. 둘 다 한계에 부딪히면 무의식의 세계라는 관점까지 끌어들여 심층분석을 한다. 이 과정에서 철학과 종교가 생겨난 걸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사람은 참 복잡다단한 존재다. 나와 타인을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오만일 수 있다. 오만이다. 50프로만 아니 10프로만 이해해도 잘하고 사는 걸 수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른 고유한 존재이다. 특히 부모 자식, 형제 등 50대 50의 유전자를 공통으로 갖고 있어도 반대로 나머지 50은 자신의 고유 영역이다. 결국 이 말은 독립된 인격체라고 보는 게 맞다. 우리는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빛나는 유일무이하게 독립된 인격체다.


가족이든 지인이든 사회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 대해

' 나도 내 마음을 백 프로 이해 못 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50프로 정도만-50프로도 너무 많은 걸 수도- 해도 많이 한 거야 '

이렇게 정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이런 객관적인 글을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인간관계의 수많은 터널을 지나온 사람이다. 이해하려고 노력한 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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