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더워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놀라고 있단다. 낮에 기온이 32도를 찍었네. 아들이 있는 곳도 많이 덥지? 더워도 엄마는 오늘 중요한 일을 두 가지나 해냈단다. 무더위 속에 할 일을 마치고 편의점에서 지인이 사준 옥수수수염차 맛은 정말 기똥차더구나. 이 차가 이렇게 맛있었나? 싶었어. 아들도 더위 속에 훈련 마치고 마시는 시원한 물이 그렇게 느껴졌으려나?
만나는 사람한테 마다 나도 모르게 아들 군대 갔다는 말을 하고 있어. 상대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동으로 나오네. 머릿속에 아들 생각이 맴맴 도니 그럴밖에. 오늘 아침에는 그냥 혼자 아들 이름을 불러봤네. 방에서 대답하고 금방 나오지 않는 아들이었지.
어제 ‘더 캠프’라는 앱을 깔았단다. 아들의 훈련모습과 여러 자료를 올려놓는다고 해서 말이야. 오늘 확인하니 사진은 아직 없고 전역일까지 548일 중 3일이 지나가니 545일 남았다고 뜨고 일병까지 76일 남았다고 나오네. 까마득하다. 자유게시판에는 부모들이 남긴 메시지가 몇 개 떠있더라. 어떤 엄마는 아들이 계란 알레르기가 심해 걱정이라 대체식이 있냐는 질문, 휴대폰 사용하는 날은 언제냐는 질문, 소포 받을 수 있냐는 질문등이 적혀있구나. 걱정이 되는 부모마음은 똑같은 거 같아. 그러고 보니 형이 군대 갔을 때 밸런타인데이 즈음이어서 초콜릿을 동료들과 나눠먹으라고 잔뜩 보냈다가 뒤늦게 형한테 먹는 음식은 반입이 안된다는 말을 들었던 게 기억나네. 오늘 아들이 먹은 식단을 보니 엄청 균형 잡힌 식단이구나. 저녁에는 불새버거에 맛감자튀김 딸기드레싱샐러드 시리얼 탄산음료 백색우유까지 으흠! 이대로만 확실히 준다면야 불만이 쏙 들어가겠는데?
오늘 지인을 사무실까지 데려다주는 길이 아들 고등학교 데려다주던 길이라 그때가 생각났어. 지각할까 봐 아슬아슬 태워다 준 적이 많았지. 물론 지각한 적도 많았고. 우리가 늘 티격태격하던 길이었네. 그런 길도 그런 시간도 다 지나가는구나. 계속될 것만 같은 일도 그 끝은 있는 거야. 결국 우리는 흐르는 시간을 달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어. 우리 아들이 벌써 군인이 됐잖니?
오늘 저녁부터 비가 많이 온다고 하더라. 엄마는 오늘도 사랑과 기원을 보낸다. 잘 자고 내일 다시 찾아올게. 사랑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