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군대 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4

내일을 기다리며

by 쥬디

어젯밤부터 장맛비가 내려 이 시간에도 그치질 않는구나. 개구리 소리가 난다. 아들이 있는 곳은 시골이라 더 그러겠지? 지금쯤 피곤해서 개구리 소리를 뒤로하고 잠들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비와 바람이 어수선하게 날리는 날이었어. 엄마의 마음도 오후가 되어 누군가를 만나고 날씨만큼 마음이 어수선해지더구나. 마음도 날씨를 타나보다.


오늘 ‘더 캠프’ 앱에 중대장의 서신이 올라와 있더라. 품 안에서 소중히 자란 아들이 입대해 노심초사 걱정하실 부모님들에게 감사한다는 말로 시작해 아들과 동료들이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고 중대의 간부와 조교가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심을 주는 글이더구나. 무분별한 택배는 삼가 달라 하고 전화통화 시 부모가 격려의 말을 꼭 해달라고 하는구나. 엄마는 잠깐 통화시간이 주어지는 내일 토요일이 기다려지는구나. 사진도 올라온다는데 과연 군복 입은 아들 모습이 기대되네.



조금 전 엄마가 참여하는 독서 온라인 모임에서 어느 작가님이 자신의 자작시 수십 편을 소개하며 어떤 시에 ‘초신성’을 본 내용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한때는 천문학자를 꿈꾸던 아들이 늘 ‘초신성’을 신나서 이야기하던 게 떠오르지 뭐니. 아들 옆에서 들은 지식이 있어서 조금 아는 체를 했지. 똑똑한 아들 덕분에 엄마가 알게 된 게 참 많아. 아들아, 혹시 부대는 주변이 산이라 빛이 없으니 네가 그렇게 보길 원했던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도시에서는 별 보는 게 어려워 우리는 일부러 빛이 없는 곳을 갔었지. 본적도 있지만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면 시골이라도 볼 수 없는 경우도 많았어. 아들이 어쩌면 거기서 수많은 별을 보는 작은 행운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는 그저 점 하나로 햇빛을 받아 반짝일 뿐인데 사람들의 마음은 왜 이렇게 복잡하게 뒤엉켜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우주대로 키우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우리는 왜 그렇게 복닥복닥 행복보다는 그렇지 않은 면에 더 포커스를 두려고 할까? 오늘 누군가 별거 아닌 걸로 엄마를 안 좋게 말하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힘이 빠졌었어. 잘했고 잘못했고를 따지는데 과연 그건 누구 기준일까. 결국은 자기 기준이잖아. 엄마도 타인을 평가할때 그 기준 역시 엄마 생각이겠지. 내가 혹은 상대가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



아들과도 다르다는 기준보다 서로가 틀렸다고 말하며 날을 세운적이 많았지. 감자가 부딪히며 껍질이 벗겨지듯이 사람도 그런 건가보다. 아들도 새로운 동료들과 다름을 인정해 가는 지금의 시기가 쉽지 않을 거야. 그래도 우리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 나가야 하는 존재가 아니겠니. 엄마가 이 정도 살아보니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더라. 자신도 타인도. 그냥 조금 다르고 어느 정도의 용기로 인정해 나가고 그렇게 살아가야 하더라고.


내일은 비가 그치고 해를 볼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드디어 아들 목소리로 군대 생활을 듣게 되겠네. 오늘도 사랑과 기원을 보낸다. 군대 가기 전 불안해하던 아들 마음을 많이 못 알아줘서 미안해. 그럼 내일 전화로 만나자. 사랑해.


2025년 6월 20일 넷째 날 사랑하는 엄마가.


#별을보는행운이 #장맛비 #우주대 #틀린게아니라다른것 #사랑하는아들 #좋은인연 #편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군대 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