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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8

업그레이드된 아들과 엄마

by 쥬디

비가 자주 오는 요즘이구나. 빗소리에 재즈를 들으며 편지를 쓴다. 오늘 낮에 우체국 가서 아들이 필요하다고 한 물품과 일주일치 편지를 함께 동봉해 보냈단다. 형에게 보내던 게 생각났어. 편지를 한꺼번에 보내니 천천히 읽어보길 바라. 아들은 엄마가 책을 냈어도 읽어본 적 없잖아. 엄마도 서운하다기보다는 왠지 아들이 읽는 게 더 쑥스러워서 뭐라 하지 않았지. 편지는 아들이 꼼짝없이 읽어야겠네.


요즘 장마철이라 이상한 벌레들이 많이 날아다닌다. 아들이 있는 곳은 시골이라 벌레가 더 많겠네. 형이 군에 있을 때 벌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지.

오늘 오전에 엄마가 등산 가는 주변 주말농장에서 농사짓는 사장님이 전화가 온 거 있지. 애호박과 오이가 달렸다면서 사가라고 해서 한달음에 달려갔지. 주말농장치고는 꽤 큰 밭에 고추, 오이, 대파, 감자, 고구마, 그리고 주변으로 강낭콩, 옥수수, 호박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밭을 작물로 풍성하게 가꾸고 계신 거 있지. 싱싱한 애호박과 오이와 대파와 당근등을 저렴하게 사 오는데 얼마나 뿌듯하던지. 야채를 잘 안 먹는 아들에게 맛나게 요리해서 같이 먹고 싶더라. 군대 밥이 맛있다니 너무 다행이다. 사장님 성격이 농사짓는 밭에도 드러나더라. 깔끔한 농장 사장님은 풀 한 포기 없이 작물들을 가꾸고 어수선한 곳 없이 정갈하게 밭을 정리하면서 관리하고 있더라. 다음 주에는 감자도 캐신다니 엄마는 정말 기대되네.


낮에 문자로 오래전 알던 네 친구엄마가 소식을 전해왔더라. 엄마가 다니던 미용실에 가니 엄마가 생각났다면서 차 한잔 하자고 오라는 거야. 예전에도 늘 이런 식이 었지. 즉흥적으로. 그때는 서둘러 가서 얼굴을 보곤 했는데 막상 약속을 한 날에는 자주 어겨서 김 빠진 적이 많았단다. 어느 날부터는 이런 약속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 사람과 왜 내 시간을 써야 하나 하며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오늘도 역시 그런 식이었지. 반갑긴 하고, 볼일도 조금 있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더 이상 이런 상황에 엮이기 싫어서 바쁘다는 말만 하고 안 갔어. 자기가 궁금하면 전화를 하던가, 내가 있는 곳으로 오던가. 그것도 아니고 엄마보고 다짜고짜 나오라니. 이제는 철저히 약속을 지키고 자신의 꿈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기도 바빠. 엄마가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게 좋아.

일기를 쓰고 있다니 궁금하구나. 군대 가기 전 힘든 알바를 해봐서 지금의 생활에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늘 안전하게 지내길 기원한단다. 이 비가 싫지만은 않구나. 요즘 작년 여름에 아들과 많이 거닐던 황톳길에 다시 가고 있거든. 비가 그치면 황토는 말랑말랑해져 있겠지. 어제 가니 딱딱해서 걷는 맛이 안나더라. 내일 말랑흙이 기다려지는 밤이구나.

오늘도 우리 아들 수고했고 많이 많이 사랑한다. 기원을 보내며.


2025년 6월 24일 8일째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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