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오늘 아들에게 보낸 우편물과 편지가 도착했다고 문자가 뜨더라. 잘 받았지? 더운 여름날 한줄기 소나기 같기를 바란다. 아들 목소리가 기다려지는 수요일이구나.
어제 비가 왔지만 그렇게 많이 오지 않은 상태로 그런대로 황톳길이 질퍽해졌을 거라 기대하고 아침에 나가니 겉표면만 살짝 미끄러질 정도로 예상과 많이 다른 거에 조금 놀랐어. 그때 깨달은 게 있어. 지난주에는 이틀 동안 많은 비가 퍼부어서 길이 말랑해졌던 거고 오늘은 오는 듯 마는듯한 비의 양이라 딱딱한 상태 그대로였다는걸 말이야. 즉 뭔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것과 진지하게 하는 거에는 차이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걸 깨달은 거지. 겉표면만 미끌거리는 길을 걷는 내내 생각했단다.
내일은 엄마와 다른 작가님들과 세 번째 북토크를 하는 날이다. 목표한 대로 한 달에 한 번씩 도서관이나 북카페에서 북토크를 하고 있어. 많이 많이 연습해야지! 하면서도 한두 번 하면 힘이 들어 쉬엄쉬엄하게 되네. 편지 마치고 또 연습해야지. 목표가 중요한 거 같아. 하게 되면 하고 아니면 말고 가 아니라 확고한 일념이 보이지 않는 길을 뚫고 가는 느낌이다. 쑥스럽지만 또 한 번 연기를 해야지. 어차피 인생은 연극이잖아. 내일 엄마가 강연할 주제는 영원한 희망의 시인 ‘시바타 도요’와 그녀의 시에 관해서야. 92세 시를 배우기 시작해 99세 첫 시집을 내고 100세에 두 번째 시집을 낸 분이지. 어린아이 같은 상상력에 1세기를 살아온 통찰력이 번뜩이는 시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 같아. 즐거운 북토크가 될 거야.
아들, 오늘도 훈련하느라 노고 많았어. 자신을 잘 격려하면서 지내길 바라. 사랑과 기원을 보내며.
2025년 6월 25일 아홉째날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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