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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그녀의 인생

박금경

by 쥬디

#불펌 #눈으로구경만해요 #박금경 #공모전 #그림은그녀의인생



얼마 전 주변에 화가 한 분을 알게 되었다. 그분의 이름은 ‘박금경’이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사진을 찾아보다가 문득 마음에 드는 게 있다. 어딘가를 가다가 문득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 휴대폰에 저장한다. 그리고 그녀만의 감각과 색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리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주저하지 않고 머릿속에 먼저 그리고, 그다음 손을 통해 캔버스에 옮긴다. 아! 완성된 그림을 보며 부족함도 느끼지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림은 그녀의 인생이다.


KakaoTalk_20250718_233911416.jpg 부산의 바닷가 골목


작렬하는 여름 태양이 푸른 바다 위를 사정없이 내리쬐고 바닷가 하얀 벽돌 골목을 뜨겁게 달군다. 눈이 부셔 눈뜨기 어렵고 걸어 다니는 건 더 어렵다. 그래도 8월이 가기 전, 부산을 뜨기 전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림 속에 뜨거운 여름을 가두고 저장하고 싶다. 그림을 볼 때마다 기억을 떠올리겠지. 빨간 파라솔이 파란 바다색과 제법 어울린다. 하나의 양산을 쓴 젊은 커플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지나간다. 아이스크림이 팔월 태양에 녹고 청춘들의 뜨거운 사랑에 녹아 뚝뚝 떨어진다. 저 멀리 뱃고동이 길게 울리고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가 들린다.


KakaoTalk_20250718_233911416_01.jpg 분노에서 슬픔으로

“뭐, 뭐라고? 이제 와서 헤어지자고?”

“그래. 미안해. 우리는 여기까지 인 거 같아.”

“왜? 대체 왜 그러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고 흥분하지 좀 마.”

“내가 흥분 안 하게 생겼어?”

여자는 예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매서운 눈빛으로 남자를 쏘아보았다. 목에 핏발이 서고 근육이 긴장한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나오는 분노가 남자의 마음을 대차게 공격해 위축되게 만든다. 그러다 이내 큰 눈망울에서 눈물이 넘쳐날 거만 같다.


KakaoTalk_20250718_233911416_02.jpg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 난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한 구절)


아침에 뜰에 나가니 학의 깃털같이 생긴 모란이 피어있었다. 꽃잎이 꽤 크다. 이슬이 아직 맺혀있다. 청초한 자태. 소쩍새가 운다. 벚꽃과 철쭉이 지고 장미가 막 피기 시작하는 그 어디메쯤 모란이 핀다. 나의 존재감을 좀 보시오. 장미처럼 진한 향기는 아니더라도 찬란한 봄날에 잠깐 다니러 왔다가는 방문객 같은 그대 이름은 모란.


KakaoTalk_20250718_233911416_04.jpg 진한 향기 그대는 백합

밤새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시끄럽게 하더니 내리는 폭우는 땅을 시끄럽게 한다. 아침이 되니 비가 잠시 멈추고 해가 나왔다. 주택가 사이사이 텃밭을 지나는데 진한 향기가 난다. 어린 날 시골집 뜰에 여름이면 피던 흰 백합이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어린 날 기억 속 향기. 꽃분홍색 백합이 피어있다. 비가 오고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 사람들이 야단법석을 떨어도 백합은 교교히 여름을 즐긴다. 백합을 여러송이 꺽어 꽃병에 넣어 실내에 두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향이 진하다. 그림 속 백합에서 향이 뿜어져 나온다. 어지러워서 글을 여기서 마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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