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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연함과 유연함

이 정도쯤이야와 그럴 수도 있지

by 쥬디

살아가면서 우리는 말과 생각과 행동으로 좋은 업(業)을 쌓기도, 나쁜 업(業)을 쌓기도 한다. 영화 ‘트루먼 쇼’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어디선가 누군가 나의 말과 생각과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사실은 어디선가 누군가가 아니라 자신이 한 대로 그대로 생명에 쌓이고 있다. 그것이 인과이법이다. 좋은 업을 쌓으면 너무나 좋겠지만 적어도 나쁜 업을 쌓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두 가지 마음의 자세가 있다. 바로 ‘의연함’과 ‘유연함’이다. 이들은 쉽게 생각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걸 제지하는 작용을 한다. '이런것쯤이야' ‘그럴 수 있지’ ‘그래 별거 아닐 거야’라고. 두 가지가 부족하면 금세 부르르 하며 감정에 빠져 나쁘게 생각하고, 좋지 않은 말이 나가고, 좋지 않은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두 가지 자세가 생겨나지만 나이 어릴 때부터 생명에 갖추고 있는 사람도 많다. 나는 예전에는 부족했다가 나이 들면서 자신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두 가지 자세를 조금 키운 케이스다. 젊을 때는 어떤 상황에서 의연하게 대응하는 사람을 보면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건지 아주 답답해 보였다. 즉각 반응을 보이고 정열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멋지고 좋아 보였다. 자신 또한 그런 기질이 있어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호들갑부터 떨고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며 타인과 어떤 상황에 대해 좋으면 너무 좋다고 하고, 자신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면 실망하고 평가하면서 악업을 쌓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자신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변해보려 노력하기도 하고, 점점 귀차니즘이 발생하기도, 정열도 조금 식으면서 의연함이나 유연함과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원래부터 그런 걸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들이었는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유유히 흐르는 맑은 강물 같다. 고이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의연히 대응해 가는 강물.



오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차가 없어 택시를 부르는데 트렁크에 짐을 싣고 카트를 갖다 놓느라 시간 걸려서 차에 탔다. 기사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내릴 때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고 손으로 닫으려는데 ‘그냥 놔둬요’라고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자동으로 닫았다. 다른 때 같으면 뭐 저런 아저씨가 있어?라고 할 텐데 그냥 아 더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다. 평가하면서 악업을 쌓고 싶지는 않으니까.



의연함과 유연함이 중요하다. 중요함을 알게 되니 이제는 작은 거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불편하다. 감정은 전염되기 때문이다. 나의 의연함과 유연함의 기운이 더 세서 전염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더 커다란 마음이 되고 지금보다 힘을 더 키워야 한다.



어릴 때 동네에서 집안끼리 친하게 지냈던 지인이 있었다. 한결같이 다정하게 말하는 지인을 보며 뭔가 맹숭맹숭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었다. 수십 년이 지나 만날 일이 있었는데 여전히 그때의 다정한 말투다. 대화하는 순간 마음이 평온해진다. 언제까지나 말해도 피곤하지 않을 거 같다. 복을 부르는 말투다. 닮고 싶다.



어떤 감정과 상황에도 의연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이 나오게 되고 선업으로 쌓이고 주변도 밝아지고 운세도 좋아질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파란 여름하늘에 유유히 떠가는 하얀 구름같은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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