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천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인권 전’에 주변 사람들을 모시고 네 번 방문했다. 똑같은 내용으로 해설하는 도슨트의 설명을 듣지만 새로운 내용이 하나씩 마음에 들어온다. 인권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교육으로 배우며 습득하는 것이고 타인이 혹은 사회가 인권을 유린하려고 하면 도움을 요청하고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쟁취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유엔에서 세계 여러 나라, 특히 인권이 취약한 나라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시키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 대중에게 가장 흡수가 빠른 경로 중 하나는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작품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를 언급하길래 어젯밤 찾아보았다. 디즈니 애니답게 화려하고 빠르고 재밌는 요소가 가득하고 주제가도 귓가에 오래 맴돈다. 애니는 2016년 작품이고 공교롭게도 내일 주토피아 2가 개봉한다. 인권 전에서 나에게 주토피아 1, 2를 연결해 준 셈이다.
주토피아는 토끼 경찰인 주디(나는 쥬디) 홉스와 여우 닉 와일드가 연쇄 실종 사건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편견과 음모를 파헤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주디는 초식동물 사회에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며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는다. 토끼 부모는 그건 육식동물들이나 하는 일이라며 어릴 때부터 헛된 꿈을 버리고 당근이나 키워 팔자고 한다. 이제껏 토끼 경찰관은 없었다고 하면서. 그러자 당당한 주디는
“그럼 난 최초의 토끼 경찰 1호가 되는 거네요.”
라며 경찰이 되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드디어 꿈을 이룬다. 여기서 첫 번째 사회적 편견이 나온다. 초식동물은 약하다. 초식동물 중에 한 번도 경찰이 된 경우는 없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라는 암묵적인 사회에 팽배한 인식 즉 편견의 힘은 보기보다 세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살아야 한다.’ -이 얼마나 힘 빠지는 말인가. 무기력의 끝판왕이다. 인권이란 어쩌면 편견과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수석으로 졸업해 경찰이 되어 꿈의 도시 주토피아로 발령 났지만 주디에게 주차 단속의 업무가 주어지면서 실망에 빠진다. 두 번째 편견이다. 토끼는 약할 것이다, 그러니 범죄 단속이 아니라 비교적 쉬운 주차단속이나 하는 일을 주면 된다는. 단속 중 여우 닉을 만나 도와주지만 교활한 구석이 있는 사기꾼이다. 그러다 실종사건을 알게 되어 주디는 닉과 함께 팀을 이뤄 수사에 착수한다. 상사는 주디가 아직 초보이고 초식동물이라 일을 잘하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해 임무를 주려고 하지 않다가 어쩔 수 없이 맡긴다. 이게 세 번째 편견이다.
나무늘보의 느린 반응에 웃음이 터진다 한 팀이 되어 수사하면서 여우인 닉이 어린 시절 육식동물들은 무조건 공격적이고 여우는 교활해라는 편견으로 초식동물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걸 알게 된다. 네 번째 편견이다. 닉은 그때 받은 상처로 다른 동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대로 보여주지 하며 사기 치면서 태연히 살아왔다. 둘은 나무늘보 플래시에게 도움을 받으며 단서를 따라 실종자들이 갇힌 시설과 사자 시장의 개입을 확인한다. 이때 애니에서 배꼽 잡고 한참 웃을 수밖에 없는 포인트가 나온다. 바로 나무늘보의 한참 늦은 반응과 말이다. 아!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이걸 생각해 낸 애니메이션 감독은 천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주디는 기자회견에서 실종된 동물은 거의 다 맹수이고 결국 DNA-즉 육식동물은 오래된 유전자의 특징상(공격성)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를 언급해 육식동물인 닉에게 상처를 준다. 다섯 번째 편견이다. 주디의 언급으로 초식동물들의 기세는 올라가고 육식동물들은 갈 자리를 잃는다.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급 후회하고 고향에 돌아가 부모를 도와주다가 밤의 울음 꽃이 공격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닉에게 사과라고 둘은 다시 팀이 되어 배후는 부시장인 양 벨에더(순하기만 할 거라는)가 맹수들을 야성화시켜 초식동물들의 권력을 노린 음모가 있었다는 걸 밝혀낸다. 순한 양이 그런 짓을 할 리 없어라고 믿게 되는 여섯 번째 편견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애니메이션이다. 개그 요소도 많아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태어나 자라면서 주입된 사회적 도리, 상식, 인정 등이 문화라는 그럴듯한 말로 자리 잡고 살아가는 배경을 이룬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편견일 수 있는 것이 버젓이 전통이다, 관습이다, 이게 도리다는 이름으로 불리며 당연한 위세를 이어간다. 주디의 꿈을 응원해 주는 게 아니라 이룰 수 없는 게 당연한 거처럼 말리는 부모를 봐도 알 수 있다. 주디는 편견의 벽을 넘었기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 –꿈의 주토피아-또한 편견으로 가득했다. 하나하나 편견과 맞서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편견에 둘러싸여 있단 걸 알게 된다.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주디.
우리는 매일 자신을 혁명해야 한다. 타인과 사회만이 편견에 가득하다고만 불평할 게 아니라 자신도 거기에 젖어 고여가는 물이 되는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실수도 한다. 정정하면서 나아간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할 할 권리인 ‘인권’도 잘 생각해 보면 그 바탕에는 존중이 있어야 존재한다. 존중보다 먼저 무의식에 깔린 편견이 앞장서고, 거기다 이기심이 붙어 큰 목소리를 낸다. 존중은 사라지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힘없는 사람은 끌려가는 형세가 만들어진다. 무서운 일이다.
진정한 인권을 지키는 길은 사회와 타인이 만들어놓은 알게 모르게 무의식에 뿌리 박힌 선입견과 편견에 맞서 싸우고, 뛰어넘어 쟁취하는 속에 있다. 올바른 철학이 필요하다. 그리고 바탕에는 생명존중 사상이 있어야 한다.
Try everything
...
도망치지 않을래요
모든 걸 해볼래요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겠어요
계속 실수를 하게 되겠죠
매일 실수를 하게 될 거예요
새로운 실수들을요
모든 걸 해볼래요
(주토피아 ost)
주토피아 2 딱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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