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간의 대화
나의 감기는 다 나은지 오래고 어머니도 무사히 회복되어 퇴원하셨다. 뿐만 아니라 1차로 퇴원할 때는 긴 호스로 된 산소호흡기를 다는 조건이었다면 이번에는 완전히 때인 채로 퇴원하셨다. 반찬 몇 가지를 해서 찾아뵈었는데 마르고 수척해진 모습이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심의 표정과 편안함이 느껴져 다행스러웠다.
기도삽관을 한 채로 누워있는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눈앞이 캄캄하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눈물이 계속 나왔다고 한다. 누군가 와서 손을 잡고 얼굴과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못 알아봤다 한다. 아버님이었는데 말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옥을 다녀왔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고통이리라. 추측만 할 뿐이다. 아직 기운이 없어 앉아만 있거나 누워있고 아주 조금 일어나 움직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몸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등 한탄의 말들이 자주 튀어나왔다.
그런 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나는 긍정의 기운을 내시라고 ‘내 몸아 고마워, 견뎌줘서 고마워, 아 퇴원해서 감사합니다.’ 등의 말을 하시라고 말했다. 살짝 웃으며 그래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힘겹고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간다. 음악을 들을까요?, 누구 노래 좋아하시냐 물으니 금세 밝아지면서 나훈아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틀어드리니 엄청 기뻐하는 모습이다. 예전에 친구와 콘서트 갔던 이야기도 신나서 하신다. 어머니만의 유일한 추억이리라. 스마트폰 사용을 겁내하셔서 아직도 효도폰이라 유튜브로 음악을 들을 수도 없다. 사시라 하니 몰라, 그런 거. 라고 한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늘 어머니 옆에 있으면 어린아이 취급당하는 느낌이고 상하관계가 느껴져 압박감과 답답함이 느껴진 적이 더 많았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고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적도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아프고 힘이 없어 보이는 어머니가 어쩐 일인지 나를 친구처럼 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금 시대의 기술만 급변하는 게 아니라 사실 매일 우리 몸도 급변하고 있는 걸 눈치못채고 있다가 어디 크게 아프면 아니, 이게 웬일이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라고 당황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다.
마사지하는 도구를 이용하고 직접 손으로도 어머니 발등과 발바닥을 계속 문질러드렸다. 도구 드릴 테니 이걸로 열심히 문지르시라고 알려드리자 고맙다를 연발하며 웃었다. 가져간 국과 반찬으로 식사를 차려 같이 먹는데 맛있다는 말을 연발한다. 예전에는 뭔가를 해가면 꼭 평가를 하거나 당신의 솜씨와는 비교가 안되니 계속 가르치려고만 해서 불편했다. 밥그릇 수저도 정해진대로 놓지 않으면 뭐라 해서 편하지 않았다. 늘 건강이 최고야 식구들 건강 챙겨라 라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정작 당신의 건강은 소홀히 했다. 나는 아버님이 건강한 이유는 늘 아침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하고 꾸준한 운동을 실천하셔서 그런거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인정한다면서 귀찮아서 밥 건너뛰고, 귀찮아서 안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해는 되지만 이제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신문도 읽어드리고 많은 대화를 한 후 아가씨가 볼일 보고 들어와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왜 건강할 때 가까워지지 못하고 이렇게 아프니까 다정해지게 되는걸까. 건강이 나빠진 건 어머니가 소홀한 것도 있지만 생로병사 중 늙고 병들어가는 괴로움의 과정이라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 역시 세월이 갈수록 몸이 더디게 반응하고 약해지는 모습에 놀라기도 인정해가기도 하고 있지 않은가.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만 할 필요도 없고 지금 주어진 이 상황을 인지하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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