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 카페 2
‘흠. 이 작달막하고 오종종하게 생긴 사람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소장이구나.’
바로 내 앞에서 소장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섭섭하다는 말을 듣고 바로 와서인지 딱딱한 표정이라 그 기분을 누그러뜨리려고 나는 최대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남편 소식은 이 부장에게 전해 듣고 있었다. 어차피 와도 면회 안되어 월요일쯤 보호자 만나러 오려했다. 회사가 이제 바빠지는데 걱정스럽다. 산재 신청은 아닌’거 같다. 등등의 말이었다. 나는 어느새 긴장감이 사라지고 이왕 만났으니 내 상황을 말해야겠다 싶었다.
“소장님 말씀 잘 들었어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남편이 급작스럽게 시술을 하게 되고 긴장과 걱정으로 경황이 없었다. 너무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거 같다. 병원비 중간정산 이야기가 나오는데 벌써 수백만 원이 넘었다. 회사 측에서 먼저 어떤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와보려고도 않고 아무 이야기 없어 좀 서운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사람에 대한 대우가 이런 정도인 거냐’ 등등의 말을 미소와 함께 손짓을 섞어가며 말했다. 소장은 미리 못 온 건 너무 바빠서였고 굳이 본사까지 이 일을 확대시키고 싶지 않다. 병원비는 현장에서 마련해 보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 옆에 있던 관리부장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말을 보태가며 너스레도 떨고 농담도 하면서 남편과 지낸 재미난 에피소드를 말해 분위기가 편안해졌다.
단지, 카페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강렬해서 안이 너무 더웠다. 재킷을 벗을 수도 없고 땀이 나서 혼났다. 마치 긴장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할 거 같다. 내가 모르는 남편에 대한 장난스러운 말들이 오갔다. 낯설다. 이 사람들과 내가 만날 일이 전혀 없을듯했는데 이렇게 만나고 있다니. 또 한 사람의 직원도 남편과 동갑이라며 친하다고 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고 좀 더 배려를 해달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차를 탔는데 급 피로감이 몰려왔다. 잘 만난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다. 내 몸을 너무 혹사시키는 느낌의 하루다. 그래도 어떤 사람들과 지내는지는 알게 되어 조금은 안심이 된다.
숙소로 오는데 아가씨한테 전화가 왔다. 내일 부모님을 모시고 나를 만나러 오겠다한다. 내일은 시댁식구들과 만나야 한다.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겠군. 에너지는 이상하다. 충전되기도 방전되기도 한다. 조금 전 4명의 직원들을 만나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 숙소에 거의 다 왔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앞으로 입원생활에 대한 거 퇴원할 때 생활습관 개선상담등 한참 이야기를 하며 에너지를 또 많이 썼다. 몰랐던 제도에 대해 알게 된다. 병원과 국가가 환자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숙소에 들어서면 허전함과 쓸쓸함이 맞아주는 느낌이다. 남편과 춘천에 같이 있지만 같이 있지 않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남편, 여러 상황과 마주하며 춘천에서의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나. 춘천에 와서야 알았다. 내가 많이 감상적이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 사람이란 걸. 쓸쓸함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다. 굳이 떨쳐내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혼자라 그러기도 하지만 남편과 최근 수년동안 제대로 화합하지 못하고 지낸 나날들에 대한 생각이 더 쓸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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