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
집에서 준비해 온 물건이 거의 없어 숙소에서 나오는 걸로 대강 사용한다. 불만 없다. 그런 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춘천에서 세 번째 날이 밝았다. 아침 일찍 언니와 형부한테 전화가 왔다. '병원비는 산재 처리 하는 거냐. 남편회사에서는 어떻게 하겠다는 연락 있었냐. 직원을 너무 믿지 마라. 회사에 할 말은 해놔라.' 등등의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실비 청구하려 했다라고 하니 회사에서 일하다 병원을 간 거니 회사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한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산재처리 됐던 지인, 몇 년이나 법적인 싸움에서 산재가 안 됐던 지인 등. 대강 아는 지식들은 사람을 더 헷갈리게 만든다. 아! 팔랑귀. 형부 이야기 들으니 매일 남편의 안부를 묻는 고마운 직원에게 한마디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홍 차장은 좀 어때요?"
"네 잘 회복하고 있어요. 저~"
침 한번 꼴깍 삼키고 형부가 하라고 했던 말을 했다. 회사 소장이 직접 안와보고 직원에게 중간에서 전해 듣기만 하는 것도 서운하다는 말도 하라고 한 거까지 다했다. 직원은 잠시 멈칫하더니 산재는 상해를 입어 그만두는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하는 거다 그리고 자신은 이 회사에 그리 오래 다니지 않아 뭐라 말을 못 하겠다. 우선 소장한테 섭섭한 거 전달하겠다라고 했다.
함께 병원에 동행해 준 고마운 직원에게 괜히 말했나 싶기도 했지만 이왕 이쪽의 의견을 타진하는 건 맞다고 생각했다.
아침은 사과 한 알을 생수로 씻어서 과도가 없으니 통째로 먹었다. 어릴 때 과수원에 가면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 우적우적 먹곤 했다. 그때의 아삭함이 전혀 없고 푸석푸석하다. 아! 스펀지 같다. 이는 딱딱하지 않아서 좋아할 듯하다.
중환자실 앞에 12시 전에 도착해 무거운 침묵 속에 기다리다가 들어간다. 하루 중 십오 분 만을 기다리는 사람들. 나도 포함. 지금 이 순간 나와 그들의 바람은 오직 환자의 건강뿐. 동지애가 느껴진다. 남편이 어제와 다르게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나를 반긴다. 얼굴빛도 밝다.
"왔어? 어제는 머리가 너무 아팠는데 오늘은 좀 낫네. "
내 얼굴에 미소가 띠어진다. 마침 점심이 나와있어 먹여주니 잘 먹는다. 팔다리 몸도 다 괜찮다. 절대안정이라 침대에서 내려오지는 못한다. 얼마나 답답할까. 중환자실 환자들이 다 그렇다. 연장자들이 많고 얼굴이 거의 흙빛이다. 말 그대로 중환자다. 간호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아무 걱정 하지 마. 알았지?" 나는 이 말만 힘주어한다. 남편은 내가 어디서 지내냐 묻는다. 숙소를 얻었다. 걱정 마라 하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주차장으로 나오는데 회사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소장과 직원들이 환자는 볼 수 없으니 보호자인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한다. 어머나! 아침에 말한 거에 바로 반응을 보이다니. 갑자기 당황스럽다. 병원에 오기 전 화장품이 없어 선크림과 립스틱을 사서 바른 게 너무 다행이었다. 안 그럼 맨얼굴로 만날 뻔했다. 그런 걸 따질 때는 아니지만 너무 꾀죄죄한 모습은 좀 그렇지 않은가!
검색을 해서 도착한 카페는 소양강 옆에 있었다. 아! 그 유명한 노래 소양강 처녀의 장소가 여기구나. 2층 카페에 먼저 올라가 강을 바라보니 경치가 수려하다. 놀러 온 거라면 와! 멋지다. 감탄할 텐데 그럴 때가 아니다. 살짝 긴장된다. 뭐라 말하지?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직원을 포함해 곤색 유니폼 점퍼를 입은 네 명의 남자들이 들어온다. 최대한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았다. 4대 1이다. 순간 어색한 긴장감이 흘렀다.
#소양강 #회복중 #산재 #동지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