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 너무 바쁘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대학 졸업 후 여러 사정으로 20대 중반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일을 하며 살게 된 나.
대학교 친구들은 다들 내가 심심할까봐 걱정이 되나보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서울로 가고 싶지 않아?", 두번째는 "시골에서 사는 거 안 심심해?"
친구들은 모른다. 시골이 얼마나 바쁜데...
나는 타고난 집순이다. 용건이 없으면 집 밖을 나서지 않는데, 서울에 거주할 때에도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었기에 쾌적한 주거환경이 있는 시골은 나에겐 천국이었다. 넓은 집, 맑은 공기. 창문을 열면 새소리가 들리고, 산이 보이고,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이는 소리가 들리는 시골이 서울보다 훨씬 좋다.
사람은 타고난 성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고, 자기계발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는 등의 성취를 지향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자기만의 속도에 따라 사는 것을 추구하기도 한다. 나는 따지자면 후자인 사람이다. 사냥을 하는 육식동물의 세계에서 동떨어져 풀을 찾아 먹는 초식동물같달까.
시골에서 사는 것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감각한다. 계절이 바뀌면 바람이 달라지고, 냄새가 달라진다. 긴 겨울이 끝나면 거름냄새가 봄의 시작을 알리는데, 처음엔 숨막히게 괴로웠지만 지금은 '봄이 왔구나' 하고 만다. 봄이 되면 겨우내 잠자던 동물친구들도 보인다. 동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동물들을 만나는 것이 게임 속 특별한 이벤트처럼 느껴진다.
나무는 새 잎을 낸다. 봄의 잎사귀는 연두색으로 아주 예쁘다. 봄에만 볼 수 있는 색상이다. 식물을 좋아해서 베란다에서 화분에 여러 식물을 기르며 실내 가드닝을 하고 있지만, 자연이 기르는 식물들은 정말 멋지다. 자연은 위대한 가드너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의 장소 중 하나가 바위공원이다. 이곳은 주말이 되면 캠퍼들이 모여 멋진 분위기를 조성한다. 텐트를 치고 알전구 켜두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제법 힙한 느낌이 난다. 언젠간 나도 바위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알전구로 꾸미고 닭꼬치를 구워먹을거다.
옛날에 테라리움을 만들어보고, 그 뒤로 이끼의 매력에 빠져서 이끼를 좋아하게 되었다. 바위공원에는 다양한 이끼가 많이 살고 있어서, 자생하는 이끼를 관찰하기에 아주 좋다. 이끼는 너무 귀엽고 신기한 식물이라서, 다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언니는 이끼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고 한다. 다들 좋아하는 건 아닌가보다.
집 밖에 이렇게 볼 게 많은데, 심심할 틈이 있을까!
아직 집안에서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도 안했다. 베이킹, 미싱, 가드닝, 필사, 독서, 영화 등등.... 너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