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고 좋은 물건과 오래오래 함께

[리뷰] 모쪼록 살려내도록_죽음의 바느질 클럽

by kim

아주 좋아하던 잠옷이 있었다. 무인양품에서 구입한 분홍색 체크무늬 순면 잠옷이다. 잘 때 입는 옷을 나름의 거금을 주고 구입한 것은 처음이었고, 제품도 착용감이 아주 좋아서 매우 만족스럽게 입었던 옷이다. 그런데 어느날 아기고양이 마리의 발톱에 무릎부분 올이 나갔고 그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바지를 입을 수 없게 되었다. 세트로 구입한 내 애착 잠옷은 그렇게 내 손을 떠났다. 나는 그렇게 분홍색 잠옷을 잊고 지냈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죽음의 바느질 클럽'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들의 저서 [모쪼록 살려내도록]을 읽고 다시 분홍색 잠옷을 떠올렸다. 그 때 이런 방법을 알았더라면 잠옷을 그렇게 보내지는 않았을텐데. 낡은 것을 힙하게 수선해서 더 멋진 물건으로 변신시키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듯한 느낌이었다. 바느질이 이렇게 멋진 일이었다니! 그리고 내 물건을 좋아하기에 더 오래 쓰고 싶어서 수선하는 그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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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오래되고 낡아서 고장난 물건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버리고 새로 구입하기였다. 그 편이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했다. 쿠팡에서 최저가로 다시 구입하는 것은 아주 쉬운 선택지였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았는데 저 책을 읽고 나서 수선과 쓰임, 수공예의 즐거움, 업사이클링,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를 생각하다 보니 문득 나의 공간에 있는 물건들이 문득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쓸모를 잃거나, 조금 고장나면 언제든 대체되는 물건들로 가득 찬, 낯선 새로운 물건들이 가득한 내 방에서 처음으로 불편함을 느꼈다.


이제는 익숙하고 편안한, 좋아하는 물건들과 오래오래 함께하는 일상을 추구한다. 물건을 구입할 때에는 신중하게 좋은 물건을 고르고, 익숙해진 물건들은 가능한 한 수선해서 계속 사용하려 한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나눔을 해서 새 주인을 찾아주거나, 원재료로 활용해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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