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아직은 꽤나 침착한 시장
오늘 (21년 12월 16일)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정례 회의(FOMC)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금융 정책은 글로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많은 이들이 집중하는 이벤트였는데, 이날 매우 중요한 몇 가지 발표가 있었습니다.
우선 월 150억$씩 내년 (2022년) 6월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테이퍼링을 월 300억$씩 내년 3월까지로 진행하고 종료하는 것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즉 코로나 이후 계속되던 유동성 공급의 수도꼭지를 내년 3월까지 조금씩 잠그겠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기존과 다르게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포기하고, 인플레이션 대응이 필요함을 천명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뉴스는 FOMC 회의에서 총 18명의 위원들 중 미국의 기준금리를 내년 3회는 올려야 한다고 보는 위원이 9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계획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내년 말이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의 0.25%에서 1%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동성을 줄이는 테이퍼링 일정이 빨라진 것과, 유동성을 회수하는 금리 인상 계획이 빨라진 것 (당장 9월 FOMC 때만 해도 내년에 미국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한 위원이 총 9명으로 과반수였다는 점을 보면 3개월 만에 상황이 꽤나 긴박하게 돌아간 격입니다.)은 금융시장에는 악재로 해석됩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금리 인상 후 각종 언론에서는 세상이 난리가 난 것인 마냥 난리를 치곤 하지요.
그런데 막상 어제 FOMC에서 발표가 나온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미국의 주식은 급등을 하였습니다. 특히 금리 인상 시 일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칭해지는 성장주/기술주 (나스닥) 지수가 다우나 S&P 지수보다 더 크게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 시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가며, 신흥국의 금융 시장이 타격을 입었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은 선진국, 신흥국을 가릴 것 없이 글로벌 주요 증시가 모두 상승하였습니다.
# 금리 인상을 했으니 자산 시장은 와장창이 나야 는데?
- 그런데 왜 성장주/기술주가 포진해 있는 나스닥이 더 오르는 거냐?
꽤나 기존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인데,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단언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이 점도표를 상세하게 분석한다면 어느 정도 힌트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선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2022년의 금리 전망은 크게 수정되었습니다. (표의 붉은색 항목) 일단 이것만 보면 굉장히 큰 변화고 엄청난 속도로 긴축이 진행되는 것이라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24년의 금리 전망 (표의 녹색 항목)은 9월에도 2% (한 칸당 0.25%라 보시면 됩니다)에 머물러 있고, 12월의 경우 2%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1.75%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도 나타났습니다. 또한 2024년 이후의 장기 금리 전망 (표의 보라색 항목) 또한 2.5% 수준에서 크게 변동은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3개년 이후의 장기 전망은 사실 큰 의미는 없다고 보셔도 무방할 듯 하지만... 즉 2022년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3년 후인 2024년에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할 만큼 고금리 상황으로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안도감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FED가 자본 시장과 그동안 밀당을 한 것이 생각보다 잘 먹혔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고요.
또한 FED가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거두지 않았지만, 현실 상황은 그렇게 만만하게 돌아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지난달(21년 11월) 미국의 생산자 물가 지수가 작년 11월 대비 9.6% 상승으로 통계 작성 기준으로 (사실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닙니다만)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이제 내년에 있을 미국의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었습니다. 정말 이례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tv에 나와서 "이번 달 인플레이션 숫자가 매우 높게 나올 것인데, 사실 12월은 조금 꺾이고 있으니 너무 놀라지 마시라!"라고 발표까지 한 상황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계속 FED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말을 반복한다면, 더욱더 FED가 상황 판단이 되지 않는구나라고 불안해할 판이었습니다. 그래도 FED가 말을 바꿈으로써 시장은 "그래도 상황 파악은 되고 있으니, 이제 물가에 개입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아무래도 내년에 3번이나 금리를 인상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느 정도 사람들도 좀 맞춰서 대응하지 않겠습니까. 당장 12월이 되어 80$을 넘어가던 유가도 70$대로 내려온 상황이며, 미국 항구의 물동량 정체 현상도 조금씩 풀리고 있다고 하니 이번에 FED의 대응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조금 줄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는 것 같습니다.
# 장기적인 저성장 기조가 아직 바뀐 것은 아니라는 생각
- 아직 필자는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2024년의 금리 전망을 보면 장기적인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느 정도 금리를 올리더라도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정해져 있는 상황이며, 기업의 성장이 이 정도의 금리 인상으로는 크게 훼손받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저성장 시대에 강한 성장주/기술주 (나스닥)의 강세를 이끈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현재 미국의 고용시장이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실업률이 4%대로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이 되었는데, 정작 고용자 수는 과거 수준으로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11월 고용지표 발표에도 실업률은 줄어들었는데, 신규 고용자수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쇼크를 기록했지요) 즉 그만큼 구직을 단념한 사람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1. 코로나로 전염병이 퍼지자 그동안 은퇴를 고민하던 고령층이 은퇴 후 다시 일자리로 복귀하지 않는 것
2. 코로나로 자금 지원이 늘어났고, 자산 시장 호황으로 일자리로 복귀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3. 코로나로 미국 기업들이 대량으로 구조 조정을 했는데, 막상 그 인력들이 없어도 회사가 별 무리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
만약 1번과 2번이 주된 이유라면 수요 측의 ISSUE 이므로, 직원이 필요한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급여를 높일 수밖에 없고 그것이 또다시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위험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3번이 주된 이유라면 그만큼 미국의 기업들이 코로나를 계기로 팽창되어 있던 조직을 정리하고, 그만큼 경영효율화를 이루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인력을 정리한 후에 회사의 실적은 그만큼 올라가기 마련이지요. 아무래도 공장 시설을 돌려야 하는 제조 기업들보다는 IT시스템을 주로 활용하는 IT 대기업(APPLE, MS, AMAZON 등)에서 경영효율화가 더 쉽겠지요. 결국 미국도 고소득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일자리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결과가 오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저성장) 압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아직은 섣부르지만 생각을 해볼 부분은 아닌가 합니다.
#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언론이나 대중들은 오늘의 FOMC 회의 결과를 두고 FED가 매파 (hawks)에 가까웠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오늘 자금시장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매로 완전히 탈바꿈하지 못한 비둘기' 등의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아니 대체 그럼 내년에 당장 금리를 2% 이상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기라도 했던 것이려나요 -_-)
하지만 지난 9월의 전망이 12월에 단기적으로는 급하게 바뀐 것과 같이,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에 따라 더 급격한 긴축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오미크론 변이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과 꽤나 심각한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단 전자의 경우가 더 우세합니다) 만약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 보급과 의료 시설이 열악한 개발 도상국을 강타하게 되면, 지난여름과 같이 개발 도상국에 있는 제조 공장들이나 시설들이 SHUT-DOWN 되면서 또다시 물류대란 =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남아 있습니다.
또한 현재는 원유 가격이 조금 떨어진 상황이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연료 소비가 늘어나는 겨울이 지나가는 것도 아직은 한두 달 더 남은 상황입니다. 요즘 기후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이상 한파가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다시 원료 수요는 언제든 늘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긴장을 늦추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요.
올해 주식 시장을 괴롭혔던 큰 이슈 중 하나인 미국의 금리 문제는 어느 정도 이제 확정된 이벤트가 된 듯합니다. 물론 시장은 언제든 걱정거리가 없다면 걱정할 것을 만드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큰 산을 넘은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장 이벤트가 끝났다고 하여 가즈아~ 를 외치는 것은 아직은 조금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악재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맞기를 바라며 이번 글은 여기까지 적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