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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Dec 26. 2021

자산과 실물 인플레이션의
미묘한 차이

- 문제는 공급망 인플레이션


안녕하세요.


제가 요즘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주변에서 질문을 주신 것이 있어 짧게 제 생각을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경우 굉장히 복잡한 개념이면서 이론상으로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보니 짧은 글로 설명이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질문을 받고 고민을 하고 그 결과물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점점 저만의 생각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 재테크, 경제 활동을 계속하는 한 끝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하는 흥미진진한 주제가 될 것 같아 이렇게 공개된 자리에도 공유해 봅니다. (심심할 틈은 없을 것 같네요^^)


[Q]

"인플레이션이 오면 물가가 비싸지듯이 주식 가격도 올라가나요?"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서 주식에 돈을 넣는 것이 도움이 되나요? 아파트처럼)


[A]

1. 일단 인플레이션의 유형을 아래와 같이 2가지로 나누어 보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A. 하나는 자산 (부동산, 주식 등) 시장에서의 인플레이션

B. 하나는 실물 (비내구재, 필수소비재 등) 경제에서의 인플레이션입니다.


A. 자산 시장에서의 인플레이션

자산 시장의 인플레이션은 많은 경우 '디플레이션'에서 촉발됩니다. 물론 경제가 성장하면 자산시장이 같이 상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통상적으로 말하는 인플레이션 시 자산 시장이 상승한다는 말도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다만 자산 시장의 큰 상승은 저성장에 따른 디플레이션으로 국가와 중앙은행 등이 대규모의 부양책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리를 낮춘다거나 직접 지원금을 뿌린다거나 대규모 공사 등 부양정책을 쓴다거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돈의 가치가 하락' 하는 결과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 시장에서는 '디플레이션 → 유동성 공급 → 인플레이션'이라는 결과적인 측면으로 이해, 즉 인플레이션이 오면 자산이 올라간다가 아니라 자산이 오른 것이 (자산 시장의) 인플레이션이다라고 이해하는 것이 조금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 물론 자산 자체의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당연히 있지만 일단 최근의 글로벌 자산 가치 상승은 유동성 공급의 결과가 더 높은 원인이라 생각하여 그쪽의 관점에서 적었습니다.


B. 실물 경제에서의 인플레이션

실물 경제에서의 인플레이션은 다시 2가지 경우로 나누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a. 경기가 좋아짐에 따른 수요 증가 및 그에 따른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b. 경기는 좋지 않지만 공급 차질에 따른 공급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a.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의 경우 우리나라 80년대 ~ 90년대를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성장률이 높음 → 소비자의 소득이 상승 →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올려도 부담이 덜함

→ 소비자는 제품,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리라 예상하기에 (이것을 기대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미리 구매

→ 수요가 증가하니 기업 이익이 증가 → (선순환) 


이러한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은 실물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기에 자연스럽게 재화 가치의 상승과 함께 임금의 상승까지 가져오는 측면이 있습니다 


b.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은 최근의 글로벌 경제가 적절한 예시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로 개도국의 공장이 닫고 항만이 막히는 등 물류 속도가 차질이 일어나고 막혔던 물류가 한 번에 풀리니 배를 구하지 못해 물류비도 증가. 친환경 압력으로 광산, 유정 운영이 쉽지 않으니 원자재 가격이 상승,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농경지가 황폐해지니 농산물 가격이 상승.... 등등


전반적으로 기업의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는데 소비자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생긴

인플레이션이 아니므로 기업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성장이 훼손되는 유형의 인플레이션입니다.



[각 유형의 인플레이션에서 자산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A. 유형의 경우 자산의 성장은 따질 것이 없습니다. 이미 자산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 결과니까요. 즉 저성장이 지속되는 경우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도 그만둘 수 없기에 자산의 가치는 계속 올라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인지, 고성장 기조로 바뀔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만약 저성장 기조가 조금이라도 완화되면 그만큼 정부와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줄일 것이므로, 점점 모든 자산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이 줄어도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자산 위주로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즉 이런 시점이 되면 '자산 본연의 가치 상승'에 주목해야 하는데,


부동산의 경우 교통망이나 학군, 주요 업무 지구 (직장) 과의 거리, 개발 가능성이 높은지 등이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고 주식의 경우 앞으로 성장하는 산업인지, 내년 내후년에도 이익이 계속 성장하는지, 재무지표가 우량하고 배당 등이 꾸준한지 등이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B.a의 경우에도 크게 고민할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는 일명 '시장의 체력이 받쳐주는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물 경제에서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와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경제 자체가 성장 추세에 있다면 유동성이 조금 줄어들어도 경제가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만들어내고, 자산의 가치를 올리게 됩니다. 물론 이때 자산 가치의 상승은 폭발적인 상승이 아닌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 하는 점진적인 우상향이 될 것이겠지요.


즉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인플레이션이 자산 가격을 올린다는 말에 가장 부합하는 경우고, 글로벌 경제 강국들이 (속으로는) 가장 바라는 유형의 인플레이션입니다.


문제는 B.b의 경우가 될 것입니다. 공급 측면에서 각종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경우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개입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금리를 올리는 등 유동성을 줄여야 합니다.


원화 금리를 올리는 것은 원화가 상대적으로 귀하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되므로,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리게 되면 원/$ 환율이 상대적으로 방어가 됩니다. 국제 무역은 $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 대비 원화 가치가 버텨준다는 말은 (차마 원화가 강세가 된다는 말까지는 못 하겠네요. 그냥 방어는 어느 정도 된다로 봅시다) 수입 물가를 억제하는 것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금리를 무한으로 올릴 수는 없습니다. 저성장 기조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면 올릴수록 성장률은 낮아지고 한계 기업, 한계 가구의 파산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금리 인상을 한다고 한들 개도국의 공장이 잘 돌아가거나, 글로벌 물류가 원활해지거나 광물, 원유, 음식료 등 원자재 생산국이 갑자기 생산을 늘리거나 할 이유는 없겠지요. 


즉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여 유동성을 줄이는 것은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에서는


1) 유동성을 무한으로 줄일 수는 없고

2) 우리나라의 유동성 변화가 글로벌 공급망과는 큰 상관이 없으므로 금리 인상이 적합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


과 같은 근본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자산 시장은 냉각되게 됩니다. 유동성을 줄이기 때문에 (최소한 더 풀기는 어려우므로) 상승 동력이 훼손되면서 우리나라의 정부와 중앙은행의 힘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자칫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심리가 좋아질 수는 없는 구조지요. 그렇기 때문에 공급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은 '자산 시장에 좋지 않다'는 측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단계는 어떻게 보는가?]


개인적으로 지금 단계는 장기적 추세로는 A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장은 B.b 단계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 분들이 이런 걱정을 하고 계시지요) 일단 B.a 단계가 가장 좋은데... 이 단계가 될 가능성도 0%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으로서 가능성은 낮아 보이네요 그래서 계속 모니터링해 봐야 할 지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미국 $ 지수 및 원/$ 환율


2) 미국 국채 금리 (10년 물 장기금리, 2~3년 물 단기금리) / 대한민국 국채 금리는 매크로 지표에서는 아주 큰 의미는 없지만... 보는 김에 봅시다


3) 원자재 지수

- 가장 중요한 것은 원유 지표입니다. 원유가 미치는 영향이 경제적/정치적으로 매우 큽니다.

- 구리는 산업 성장을 따지기에는 좋은 지표지만, 현재 공급 인플레 측면에서는 원유 지표를 보는

것이 더 나아 보입니다.


4) 성장률 전망치 : 미국과 대한민국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 긴축이 어렵습니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글로벌 공급망 issue가 풀려야 

가장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게 될 것입니다.


일단 제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 및 실제 적용하고 있는 것을 적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꾸준히 고민하고 공부를 해야 할 자산 시장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네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장은 한 가지 Risk가 해소되면 시장은 또다시 새로운 Risk를 (일부러라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것에 사로잡혀만 있다면 투자를 시작할 수는 없겠지요. 


계속 고민을 하되 그 고민에 너무 사로잡히지는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 글은 여기까지 적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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