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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Apr 02. 2022

가끔 회사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 만 10년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안녕하세요. 너구리팬더입니다.


 2022년도 벌써 1/4 이상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나마 단순히 바쁘게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하나하나 소중하고 의미 있게 사용한다는 점에서 지치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1분기를 보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회사일과 가정에 쏟아야 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투자에 대한 공부나 생각, 책을 읽고 글을 쓸 시간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정도일까요... 여하튼 여러모로 쉽지 않았던 2022년도 1분기였지만 저는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고, 생존 신고도 할 겸 가볍게 글을 한번 올려볼까 합니다.



# 만 10년이 지나고, 11년 차 직장인... 꽤나 잘 버텨왔다.


 작년 12월이 제가 입사한 지 만 10년이 된 시점이었습니다. 머리로 생각하면 9년이나 11년이나 뭐 그렇게 크게 다를까 하지만 10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이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무의식 중에 10년이라는 숫자를 의식하나 봅니다. '나에게 회사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입사한 2011년 12월 즈음이 저희 회사가 속해있던 그룹의 대외적 위상이 꽤나 좋았던 시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마치 피크아웃을 찍고 떨어지기만 하는 주식처럼 지난 시간 동안 상태는 점점 나빠져만 갔었지요.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는 "젠장 내가 상투를 잡았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사이 동기들, 선후배들이 하나씩 떠나고, 그룹의 계열사들과 자산도 점점 줄어들기만 했습니다. 2년 전인 2020년만 해도 업무를 하면서 '나의 첫 회사 생활이 이렇게 종을 치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그로부터 2년 여가 지난 2022년, 아직은 섣부르지만 조금씩 머릿속으로는 '이제 바닥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조금씩 하게 됩니다. 그동안 쭉 사업과 자산을 팔기만 했는데, 올해 초에는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하고 다른 회사를 인수하고 있습니다. 뭔가 실무적으로 backup 업무를 하면서 어색함을 느꼈는데, 그동안 회사가 어렵다 보니 무엇인가 사 온다는 것을 전혀 상상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한 직장에서 10년이라는 그렇게 짧지만은 않은 시간을 용케 잘 버텨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바닥을 찍은 것 같다는 제 느낌이 맞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지난 시간들에 비해서 그래도 조금은 더 괜찮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현재 팀에서 차석 정도의 위치에 있습니다. 하도 직원들이 많이 나가다 보니 남아 있는 사람에게 일은 몰리고, 조금 경력에 맞지 않게 이른 시기부터 그 역할을 해왔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현재 팀장들은 대충 저랑 띠동갑 차이에, 그 중간 다리는 몇 사람 없고, 회사가 어려워서 직원을 잘 뽑지 않으니 후배들과는 또 어느 정도 GAP이 벌어진 상태고, 어쩌다 보니 꽤나 풀린 군번(?)이 결과적으로 되어 버렸습니다. 여하튼 회사만 잘 버텨준다면 나중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지금 일이 많아서 허덕거리기는 합니다만...ㅜㅜ)



# 어쩌면 정신승리지만... 회사가 어려웠기에 얻은 것들.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지요. 살다 보니 그 시점에서의 합리적인 선택이 나중에는 그렇게 합리적인 결과가 되지만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물론 적어놓고 보니 결과론적인 정신승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여하튼 제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대부분 피크아웃이 되는 것들이 그렇듯이, 회사가 겉으로는 좋았지만 속으로는 문제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이 점은 전체 그룹사의 최상단에 위치한 회사에서 재무, 회계를 관장하는 조직에 있다 보니 이 점을 남들보다 빠르게 느낄 수 있었지요. 그러다 보니 입사 2년 차 정도부터 속으로 이런 생각을 계속해 왔습니다. '과연 내년에도 회사가 존속하고, 내 자리가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 정도 불투명한 미래가 보이는 상황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습니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다른 예비책을 마련해 두거나였죠. 다만 제 스펙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장 좋은 회사를 간 것이다 보니 첫 번째 방법은 그렇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자산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방향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미래가 불안하고 회사만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저를 더 빠르게 자산시장으로 초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제가 조금 더 안정적이고 더 많은 급여를 주는 회사에 몸을 담았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꽤나 달랐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제가 재테크로 일가를 이루었다거나 경제적 자유를 빠르게 달성했다거나 하는 수준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시장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꽤나 슬픈 시간을 보낼 뻔했습니다. 입사 2년 뒤부터 종종 임금이 동결되지 않나, 인원 충원이 멈추지 않나, 계열사들을 하나둘 팔지 않나... 점점 나빠져만 가는 회사에서 버텨낸 것은 다른 기댈 곳이 없다면 쉽지 않았겠지요. 



# 어쩌면 재테크에도 꽤나 중요한 회사의 의미


 자산 시장에 뛰어든 많은 이들은 전업투자를 꿈꿉니다. 특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사람이라면, 회사에서 쏟는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입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꽤나 하는 편이지요. 물론 자산 시장에서 전업으로 활동하면서 회사 생활을 계속하면 꿈도 꾸지 못할 수준의 큰 부를 쌓은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의 길을 따라가는 것은 많은 준비와, 독한 각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운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꽤나 많은 이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은 '월급쟁이 재테크'가 될 것이겠지요.


 그래도 잘 생각해 본다면 회사라는 것이 꼭 재테크의 장애 요인이 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급여의 힘은 생각보다 크거든요. '흑자도산'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어떤 회사가 매출도 많이 내고 이익도 나는데, 당장 필요한 현금흐름이 막혀서 큰 낭패를 보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산 시장에서도 크게 자산의 규모를 늘리고 평가 이익을 늘려놓는다고 하여도, 당장 유동화할 수 있는 자금이 없는 경우 계획과 다르게 쌓아둔 자산을 허물어야 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또한 회사를 통한 근로소득은 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버티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자산시장은 항상 상승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해온 자산이라 할지라도 어느 순간에는 자산이 하락하는 아픔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시장이지요) 자산의 규모가 상당한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큰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아직 자산의 규모가 애매한 사람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그런 상황을 버티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받는 근로소득이 있고, 그 소득의 범위 내에서 생활의 유지가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의 자산 가격의 하락에는 상대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저 또한 몇 년 전부터 자산시장으로 불린 자산이 지금까지 받은 급여를 초과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근로소득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아직 자산의 덩치를 불리는 시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 자산은 비유동성, 차익형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목표로 한 규모까지 자산의 볼륨을 불리고 그 자산을 현금흐름을 가져오는 자산으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아직은 꾸준히 들어오는 현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꾸준히 들어오는 현금 흐름이 있기에 제가 크게 조바심을 가지지 않고 차익형 자산을 모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보면 그동안 자산 시장이 힘든 회사에서 제가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지만, 반대로 그동안 회사에서 버틴 것이 향후 자산 시장에서의 성공을 가져다 줄 으뜸 패가 되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많은 이들이 회사에서 탈출하는 것을 바란다. 하지만...


 회사에서 다른 사람의 돈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꿈을 꾸며 주말을 보내겠지요. (저 또한 그 꿈을 계속 꾸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몇 달 전에 인터넷에서 본 꽤나 인상 깊었던 글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만약 당신이 어떤 것을 (하기) 위해서라면 지금 퇴사를 하시라!

하지만 당신이 어떤 것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퇴사를 하지 마시라!'


 글의 제목에서 적은 바와 같이 저는 가끔 '회사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재테크에서의 장점 외에도, 회사는 제가 자산 시장에서 실패하더라도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줍니다. 회사에서의 각종 업무 경험을 제가 앞으로 계속하고자 하는 자산 시장, 특히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주는 각종 복지 혜택은 앞에서는 큰 티가 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생활비를 절감하고 월급에서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한 회사라는 울타리가 주는 신용과 소득은 정말 필요할 때 원하는 자금을 대출을 통해 조달하는 것에도 도움이 됩니다.


 Staff 부서라는 저는 업무 특성상 저에게는 조금 힘들겠지만 어떤 분들은 회사에서의 업무 경험을 접목하여 향후 자신만의 사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회사에서 만나고 업무로 교류했던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줄 수도 있겠지요. 하다못해 제가 사회 초년생 때 가졌던 것처럼 회사에 가진 불안과 불만이 재테크의 의욕을 활활 타오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퇴사를 진지하게 준비하는 분이 계시다면, 퇴사 후 자신의 길이 위와 같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길인지를 고민해 보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퇴사를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현재 자신의 자리가 위에서 말한 것들을 포함하여 과연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자리인지를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진지하게 생각하여도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면 하루라도 빠르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겠지요.


 주식 고수분들에게 "언제 주식을 팔아야 하나요?"라고 질문을 하면 많은 분들이 "그 회사의 성장이 멈출 때 팝니다."라고 답변을 합니다. 저는 아직 고수라 불리기에는 부족하지만, "언제 퇴사를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답을 할 것 같습니다.


"저는 회사를 다니는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퇴사를 할 것입니다."


 사회 초년생 때 회사 동기들과의 식사자리에서 "회사에서 10년 정도가 지나면 자신의 길에 대하여 어느 정도 방향은 잡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래도 스스로 한 말을 어설프게나마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저의 회사 급여만으로 아내와 아이를 부양할 수 있고, 

쌓아둔 자산이 아주 크지는 않으나 회사가 없더라도 당장 무너지지 않을 수준은 되며,

따라서 눈앞의 현실에 종속되지 않고 차분하게 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상태니까요.


 그럼 이 글이 오늘도 회사에서 짓눌리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작게나마 생각해볼 단초를 제공할 수 있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접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뱀발) 

 조금 일이 많아지고 체력적으로 꽤나 힘든 상황입니다만, 커리어 패스 측면에서는 현 상황에서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앞에서도 밝혔듯이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시간이 줄어든 점은 조금 아쉽네요. 배움을 게을리함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지만 어느 정도 변화가 몸에 익기 전까지는 이 정도 빈도로 찾아뵐 수밖에 없음은 이 글을 빌어 양해를 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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