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개관 및 가계 부분 요약
한국은행에서는 매년 한해를 요약하는 방대한 보고서들을 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한국은행이 주요 보고서로 묶어놓은 보고서가 총 6개가 있습니다.
(1) 한국은행의 업무상태와 통화 및 정부의 외환 정책을 개략적으로 분석한 '연차보고서'
(2)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3) 금융시스템에 내재된 위험요인을 평가, 분석하는 '금융안정보고서'
(4) 대내외 여건과 거시경제를 전망하는 '경제전망보고서'
(5) 우리나라의 지역별 경제 동향을 분석하는 '지역경제보고서'
(6) 개인과 기업 등의 지급결제(현금, 카드, 계좌이체 등 지급수단과 시스템)에 관한 '지급결제보고서'
6개 보고서를 모두 합치면 대략 1,000p 정도의 방대한 분량입니다. 모든 보고서의 내용을 꼼꼼하게 숙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겠지요. 그래도 몇 가지 관심이 가는 내용들 위주로 정리를 해 보고, 다른 자료들과 같이 고민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우선 (1) 연차보고서와 (6) 지급결제보고서는 아직 2022년의 내용이 나오지 않은 바, 2022년 기준의 자료가 나온 보고서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대상은 '금융안정보고서'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다수가 아시다시피 '22년은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그에 대항하기 위한 강력한 긴축정책이 나왔던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일부 자산을 제외한 전반적인 자산시장은 뼈아픈 가격 하락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평생 없었던 큰 위기, 퍼펙트 스톰, 자산 시장의 붕괴 등' 무시무시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낙관주의는 제품 홍보처럼 들리고, 비관주의는 나를 도와주려는 말처럼 들리는 법입니다. 사실 비관주의가 틀릴 경우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은 '돈을 벌 기회를 잃었다'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낙관주의가 틀리게 되면 자칫하면 우리의 삶과 소중한 가족에게 큰 위험이 닥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비관주의에 더욱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은 일견 합리적입니다. (사람들이 낙관주의에 더 가깝다면 보험산업은 절대 성립할 수 없었겠지요.)
균형 잡힌 시각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위의 그림과 같이 투자의 세상에서 팔아야 하는 이유는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물론 '22년 초에 만들어진 위 그래프가 어떻게 나오게 될지는 시간이 가봐야 알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투자 시장에서 가장 큰 대가를 치른 말은 '이번에는 다르다'였지만, 그 또한 통계적, 경험칙적인 것이지 자연법칙은 아닌 바, 정말 이번에는 다른 시대가 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투자의 세상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비관주의를 가진다고 해도 나름의 근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낙관주의가 근거가 없다면 그것은 역시 무책임한 태도일 것입니다.) 물론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론이 잘못된 전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 결과가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아무리 검토를 하고 고민을 하더라도 인간이 내릴 수 있는 예측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비관론에 빠져 밤잠을 설치거나, 낙관론에 빠져 All is Well 만 외치고 있는 것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군요. 엉터리 전망이 될지언정 (그리고 10년 뒤 이불을 찰지언정) 한번 나름대로 부딪혀 볼까 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제가 금융안정보고서로 시작한 이유는 '정말 대중의 심리만큼 위험한 상황인가?'를 고민하기 위함입니다. 최소한 한국은행에서 나온 보고서면 제가 대충 책상에서 인터넷, 책자 뒤적이며 만든 결론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물론 많은 전설적인 투자의 대가들은 교수와 전문가들의 말은 쓰레기통에 버려라고 하지만요^^)
[본 자료는 한국은행 홈페이지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니까 사용에 부담도 없네요. 생각보다 우리나라의 공적 통계는 꽤 방대하고 꼼꼼합니다.]
1. 개관 부분
- '22년의 통화긴축, 우크라이나 전쟁 및 레고랜드 사태 등 국내의 돌발적인 사건에 따라 단기 지수인 금융불안지수는 위기단계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1월 정부와 한국은행은 급하게 시장안정화조치를 취해야 했지요. (*금융불안지수 : 금융안정 관련 실물 및 금융 부문의 20개 월별 지표를 표준화하여 산출한 종합지수)
- 다만 중장기적 금융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는 '21년 하반기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가 지속되었고, 은행부문의 자산건전성과 복원력이 여전히 양호하기 때문에 중장기 Risk는 감소 추세입니다. (**금융취약성지수 : 자산가격, 신용축적, 금융시스템 복원력과 관련된 39개 지표를 표준화하여 산출한 종합지수)
- 금융불안지수는 코로나 시점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과 비교하면 아직은 대응의 여지가 있는 상황 같군요. 중장기적인 금융취약성지수가 빠르게 꺾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장기 평균 대비해서는 아직 높으므로 조금 더 주의가 필요하겠군요.
2. 가계신용
- 가계대출 증가세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꺾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가세가 꺾인 것이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경제가 성장하면서 신용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계신용/명목 GDP는 105로서 GDP보다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 상세 자료를 보면 가계부채는 '22년 3Q말 기준으로 1,870조원이며,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1,008조원으로 약 5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행대출이 903조원으로 약 48%를 차지하고 있군요.
- 기업대출의 증가세는 꺾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 글은 일단 가계대출을 우선 다루고, 기업대출은 다른 글에서 더 자세하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3-1. 가계대출 건전성 개괄
- 본 보고서를 보면서 꽤 놀랐던 부분입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6% 밖에 되지 않는군요. 추가로 더 확인하고자 국가공식정보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5054)에서 관련 내용을 추가로 가져와 보았습니다. 166%면 2015년에 가까운 수치군요. 가계부채도 올랐지만 그동안 소득도 꾸준히 상승한 이유일까요?
-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0%대로 일견 양호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오히려 부동산자산(또는 총 자산대비) 부채 비율이 들어가면 더 좋아 보이긴 합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주택담보대출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니까요.
- 연체율은 상승 추세입니다. 코로나 정부 지원이 약해진 효과로 추정되네요. 그러나 은행권 연체율은 매우 낮은 수준 (0.19%)이며, 전체 연체율도 코로나 전과 비교했을 때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은 가급적 연체를 시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향후 추세는 계속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3-2. 신용도 및 소득 수준별 가계대출 구성비
- 매우 흥미로운 자료였습니다. 가계대출에서 신용점수 840점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이 77.6%네요. 추가로 소득 상위 30%가 차지하는 비중도 63.4%입니다.
- 아무래도 몇 년 사이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생계 대출보다는 주택구매나 투자 등에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뒷받침해줄 자료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은행의 연체율이 낮은 이유를 설명해주는 자료기도 하네요.
-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이 낮으면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는' 곳에서는 사실상 대출이 쉽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주기도 합니다. 금융 정책상으로는 통계 밖의 취약차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고민해야 할 듯하네요. 그런데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취약차주의 문제는 system risk를 가져올 확률은 낮습니다. 금액 및 비중이 낮고 이미 어느 정도 금융권에서 반영이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3-3. 꽤나 합리적인 의심 : 이 또한 공포 마케팅이로다
와 무섭습니다. 주담대 금리 8% 눈앞, 육박, 영끌족의 울분... 요즘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기사지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주담대 금리 8%는 시중은행의 금리 상단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그 금리 상단을 적용받는 대상자는 사실 대출이 나오지 않지 않을까요? 실제 대출은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OO% ~ OO% 까지 밴드가 정해져 있습니다. 모든 차주가 금리 상단을 적용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올해 통계를 구하면 좋았는데... 생각보다 신용점수 900점이 좋아할 것 아니더라고요. 여하튼 위에서 신용점수 840점 이상이 77.6%라니까 900점 이상이 40% 이상이라는 통계도 이상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거의 주담대의 80%는 5~6% 사이의 금리가 적용된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봐도 되지 않을까 하네요.
4. 더 생각해보고 싶은 주제
- 오늘('22년 12월 26일) 갑자기 언론에서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DSR 비율이 60%를 넘었다고 꽤나 시끄러웠습니다. 사실 '18년 이전 자료를 찾고 싶었는데 한국은행에도 자료가 없더라고요. 평균 DSR이 60%인 것은 fact인데 이것이 과거에는 어떤 정도였는지 통계가 있으면 어느 정도 문제인지가 더 명확해질 것 같은데 말이죠.
- 일단 한국은행에서는 차주 단위 DSR로 가구원 소득을 포함할 경우 더 낮아진다. 또한 차주의 실제 원리금상환부담 및 미래 임대소득 등을 감안하고, 실제 원금이 분할상환되지 않는 대출이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한다면 실제 DSR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서에 기재되어 있기는 합니다.
- 작년 대비 DSR비율이 55%에서 60%로 오른 것이 좋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세상 무너진 것처럼 대서특필할 일인가 싶기는 합니다. (연봉 세전 1억원인 사람이 6천만원 원리금 상환하면 1,700만원으로 1년 살아야 하니 뭐니 하면서...) 사실 작년 대비 금리가 2배 가까이 올랐는데, DSR 부담은 5%p 오른 수준이고, 연체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군요.
보고서 하나의 일부분만 요약했는데도 굉장히 많은 내용이 들어가 있군요. 이 속도로 가면 꽤나 많은 글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자료들을 보는 것이 머리 회전에도 좋고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군요.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씩 파 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