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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Dec 28. 2022

한국은행_금융안정보고서(2편)

- 2022년 가계 부분_정말 괜찮은 거 맞나요?

 안녕하십니까. 지난번 글에 이어서 한국은행의 2022년 금융안정보고서 속 이야기를 계속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적은 글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자산시장에 꽤나 긍정적인 view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Long Position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영향을 주었겠지요. (저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앞의 글에서 적었듯이 근거 없는 낙관주의 또한 끝이 없는 비관주의와 마찬가지로 배제대상이겠지요. 이번에는 한번 위 보고서를 보면서 '정말 괜찮은 거 맞아?'라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d49f624066694e7/58


 먼저 앞의 글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다룬 가계부채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단기적 금융불안은 증가하고 있으나, 중장기적 취약성은 완화 추세

(2) 가계신용 증가율은 하락. 하지만 아직 GDP 대비 상승 속도는 빠르다.

(3)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는 양호. 연체율은 상승했으나 절대적인 수치는 아직 낮다.

(4) 가계대출에서 고신용자, 고소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그것이 system risk에 대한 우려는 줄여주고 있다.


 보고서를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래도 생각보다는 상황이 나쁘지 않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작년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으나 최소한 언론에서 떠드는 것보다 엉망진창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한국은행 등 중앙은행의 역할은 system risk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즉 system 자체가 망가지지 않는 경우라면 어떤 구성원들에게는 좋지 않은 결과가 오더라도 그 결과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보고서를 읽을 때는 '한국은행이 괜찮다고 했어!'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금 더 꼼꼼하게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행이 몇 가지 주의할 부분에 대하여도 다룬 내용이 있어 그 부분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1. 주택임대차시장 여건 변화가 가계대출 건전성 등에 미치는 영향 


(1) 전세시장 개황


- 앞의 글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공식적으로 약 1,900조 원에 달한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계대출에는 개인인 임대인이 개인인 임차인에게 부담하는 전세보증금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임차인이 전세 대출을 받은 것은 포함되어 있으니, 모든 전세보증금이 빠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 그동안 주거용 부동산 매매가격의 하락은 전세 수요의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매매가가 하락하니 매매 수요가 잠시 전세로 머물렀던 것입니다. 하지만 '22년 고금리 상황에서 전세 수요 또한 매매 수요와 같은 추세로 하락하고 있으며, 대신 그 자리를 월세 수요가 차지하였습니다. ('22년 1~9월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 : 51.8%)

 

(2) 전세가격 하락의 영향


- 한국은행은 전체 전세임대가구 중 약 80%가 전세가격 하락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2019년 대비 2021년 임대보증금이 5%를 초과 상승한 가구 및 2017년 대비 2019년 임대보증금이 5%를 초과 상승한 가구를 기준)


- 만약 전세보증금이 10% 하락할 경우 (**이는 2020년~21년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이 11%였다는 점에서 10%를 전제함) 96.3%의 임대인은 금융자산 또는 차입을 통해 보증금 감소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전세가가 더 하락할수록 Risk는 더 커집니다. 그러나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이 40% 하락하는 극단적인 경우라도 약 89%의 임대인은 보증금 감소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하니 역시 통계에 잡히는 영역에서의 Risk는 생각보다는 크지 않아 보입니다.


- 추가적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할 경우 그만큼 임차인은 차액의 전세자금대출을 상환하게 됩니다. 이것이 전반적인 가계부채 Risk를 떨어뜨리는 영향이 있습니다. 물론 임대인의 속은 타겠지만 '22년 전세가격의 하락의 영향으로 전세자금대출 차주(임차인)의 신용 Risk는 그만큼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문제는 임대인 통계가 가구수 기준이라는 점


- 이것만 봐서는 그럭저럭 괜찮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맹점은 위 조사는 임대인 가구를 기준으로 통계를 내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1~2채를 임대하는 임대인 가구의 경우는 조사한 바와 같이 Risk가 낮을 수 있으나, 1가구가 수십 채, 100채 이상을 임대하는 경우라면 1가구가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져 버립니다. 즉 1채를 임대주는 99가구와 101채를 임대주는 1가구가 있을 경우, 후자가 문제가 생기면 99%의 임대인은 문제가 없지만, 50%가 넘는 임차인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 매매가와 전세가의 GAP이 40~50% 수준인 서울이나 수도권, 광역시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편입니다. 이 경우 높아진 전세가격만큼 금융기관의 전세대출 심사도 더 꼼꼼한 편이고, 상대적으로 소득/자산 규모가 상위인 사람들이 임차를 하다 보니 각종 법령이나 안전망에 대하여 사전지식이 있는 경우도 다수입니다. (또한 임대인도 필요 자금이 많기 때문에 다수의 물건을 쉽게 돌릴 수 없는 구조지요.)


- 하지만 위의 기사에서 언급된 빌라와 오피스텔 그리고 가격대비 전세가의 큰 차이가 없는 아파트의 경우에는 한 곳에서 맥이 막히면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쉽습니다. 기존의 보증금 + 소액의 자기 자본을 통해 매입하여 임차를 주는 경우가 많고, 신축빌라 같이 가격 비교가 쉽지 않은 경우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사례도 있습니다.


- 그나마 보증보험으로 보호를 받는 경우면 다행이지만, 이 경우도 결국 보증보험으로 부실이 전이가 됩니다. 자료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2022년 1~9월 중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건수는 3,050건, 대위변제액은 5,292억원으로 2021년 연간 수준(각각 2,799건, 5,040억원)을 이미 상회하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금액은 1조원 미만으로 system risk를 말한 단계는 아닙니다만...


-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위와 같이 빌라와 오피스텔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system risk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앞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통계에 잡히는 가계부채중 상당수는 고신용, 고소득자의 몫이고 당연히 이들의 연체율은 낮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1금융권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으므로, 은행권의 risk 또한 낮게 잡힙니다. (이 부분은 본 보고서의 '금융기관의 복원력' 항목에서 더 상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앞에서 개인인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전세보증금은 금융기관에서 세입자가 받은 전세대출을 제외하고는 가계대출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기재한 바 있습니다. 즉 전세대출분을 제외한 보증금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임대인과 임차인의 사인간의 거래 문제일 뿐, 금융기관으로의 위험 전이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행 또한 임대차 시장의 변화에 따른 risk를 검토하되, 그것이 금융안정성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기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 또한 이 문제는 한국은행의 영역이라기보다 정부의 영역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2. 자영업자대출의 부실위험규모 추정 및 시사점


(1) 자영업자 업황 및 대출 동향


- 역시 대한민국 경제의 뇌관으로 알려져 있는 자영업자대출 분야입니다. 자영업자의 경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성격을 나눠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업이 영세할수록 가계대출의 성격이 더 강해지겠지요. 경기 불황이 온다고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은 자산시장과는 달리 자영업자 시장은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는 쪽입니다. 자료를 보기 전에 걱정부터 되는군요...


-  우선 매출을 기준으로 '여가' 업종에 속한 자영업자는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19년을 100으로 본 소득지표를 봐도 임금근로자의 소득은 이전 수준 이상이나, 자영업자의 소득 수준은 아직 기준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 2022년 3Q말 자영업자대출 규모는 약 1,014조원이며 차주는 309만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는 개인 사업자 대출이 665조원, 가계대출이 349조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영업자대출 증가율도 꺾이는 추세이나, 가계대출에 비하면 그 추세가 불확실합니다. 특히 앞의 글에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는 것은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투자 수요 감소가 그 이유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선택의 영역에 가까운 투자와 다르게 자영업자의 대출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본업에 가깝다는 점에서 가계대출 증가세 대비 추세가 쉽게 꺾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우려스러운 점은 비취약차주/은행대출 증가율은 하락 추세가 확연한 것에 비해, 취약차주/비은행대출의 대출 증가율은 아직 상승 추세라는 것입니다. 이쪽은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후퇴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쪽은 대면업종의 비율도 높을 것 같습니다. (일부 비대면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었던 쪽을 제외하곤)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으로 대응하지 '못한' 비중이 취약성도 더욱 높아졌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합니다.



(2) 자영업자대출의 부실 위험성_너무 의외로 낮다?


- 다행스럽게도 자영업자대출의 연체율은 2022년 3Q말 0.19%로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통상 대출건전성 지표로 사용되는 연체율 지표(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가 차주의 신용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자영업자의 경우 다중채무비율(22년 3/4분기말 70.7%)이 높아 특정 계좌가 부실화되는 경우 연쇄적으로 다른 계좌도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연체율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연체가 시작된 차주와 세금 체납 등으로 신용정보관리대상에 등록된 차주가 보유한 대출잔액 전체를 부실위험대출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리고 동 대출이 전체 자영업자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하 ‘부실위험률’)의 변화를 분석하였습니다.


- 그런데 역시 통계상으로는 조금 놀랍습니다. 위와 같이 조금 더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자영업자의 부실위험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12년~'14년의 기간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군요. 뭔가 체감과 통계가 따로 가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이것도 언론의 겁주기에 우리가 당한 것일까요?


(3) 하지만 정부지원 효과를 배제한다면?


- 조금 더 보고서를 읽어보았습니다. 역시 한국은행도 이상함을 느낀 모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 3가지 부정적인 가정을 더하여 부실위험률을 추가로 산출했군요.


1) 2023년 중 대출금리 평균이 50bp가 상승하고, 

2) 모두의 우려와 같이 경기침체가 와서 서비스업 경기가 둔화되고 (증가율 0.7% 전제)

3) 정부의 금융지원조치 효과 소멸을 전제


아래의 파란색 선이 현재의 추세, 그리고 S1이 위의 1)과 2)를 반영한 수치, 그리고 S2가 위의 1)~3)을 반영한 수치입니다. (비취약차주는 정부의 금융지원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전제군요)


그리고 이 경우 자영업자대출에서 부실 위험 대출은 취약차주의 경우 약 19.5조원 (취약차주 대출 전체의 19.1%) 비취약차주의 경우 약 19.7조원 (비취약차주 대출 전체의 1.92%) 수준으로 추산되었습니다.

- 그래프를 보면 비취약차주의 비중이 꽤 높은 것 같지만 이것은 시각 자료의 착시 현상이지, 실제 한국은행의 부정적 가정을 더하더라도 부실위험규모는 2% 내외로 산출됩니다. 참 애매한 결론이지만, 역시 자영업자 대출 쪽에서도 전체적인 상황은 괜찮다. (취약차주와 비취약차주를 모두 합산하더라도 부실위험규모는 3.47%이기 때문이지요) but 취약차주 쪽을 신경 써야 한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오게 되겠네요.



3. 중간 시사점

- 앞의 글에서 본 전체 가계부채 통계, 그리고 이번 글에서 본 임대차 관련 통계, 자영업자 대출 통계 모두가 공통적으로 1) 생각보다 상황은 괜찮다. 2) 하지만 어려운 쪽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 어떻게 보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동안 가계대출, 전세보증금, 자영업자 대출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Risk 요인이고, 이들로 인해 엄청나게 큰 위기가 온다는 주장이 많았거든요. 일단 통계를 보면 우려사항은 있지만 아직은 정책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 하지만 문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 통계에 잡히더라도 취약층으로 분류되는 쪽이 될 것입니다. 저신용자, 저소득자는 공식 금융 Risk에 잘 반영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금융시장을 이용할 수 조차 없기 때문이지요. 임대물건의 가격이 높은 서울과 주요 지역의 아파트 전세 계약의 부실(임대인의 상환불능) 위험은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소수의 임대인이 다수의 임차인에게 영향을 주는 빌라, 오피스텔 시장이 괜찮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도도 한국은행의 보수적 전제를 감안해도 3.5%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 위험의 절반은 전체 자영업자 대출 규모의 10% 미만인 취약차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 이 점이 겉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입니다.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위험도가 낮다는 점은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주지만 소수의 취약층에게는 굉장히 잔인한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면 그 위험이 눈에 보일 정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취약계층의 일부가 붕괴되는 정도가 아닌 전면적인 붕괴가 일어나야 움직일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무너진 취약층은 '자본주의 cycle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로 간주되고 잊히지 않을까요?


- 저는 자본주의 system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에 가장 자연스럽게 맞는 경제체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 또한 감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번에 다가올 경기 침체 또한 취약 계층에 더 큰 피해를 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피해 자체를 상상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그들의 피해는 그저 자본주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더욱 씁쓸합니다.


- 어려운 문제입니다. 생각이 많아지네요. 그래도 일단 이번 글은 이 정도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슴속에 먹먹한 고민을 하나 품고, 다음글은 금융안정보고서의 기업신용과 자산시장 (특히 기업신용과 밀접하게 관련된 자금조달 및 PF대출 시장)에 대한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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