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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듬 텐동

튀김덮밥

by HB

남편과 나는 이번 회차에 올릴 요리를 고민하다가, 지난 토요일에 배운 '모듬 텐동'으로 정했다. 요리 학원에서 배우고, 실습해서 가져온 '모듬 텐동'의 맛이 좋았기도 했지만, 곧 다가올 추석을 생각하면 시기적으로 잘 맞아 보였다. 비록 일식요리이긴 해도 우리나라 명절 음식인 각종 튀김 요리와 흡사하여 무리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결혼 후 첫 명절을 보내기 위해, 형님들의 특명을 받고, 나는 부산 시댁으로 앞서 내려갔다. 결혼 전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유교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자랐기에 차례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차례음식은 내게 익숙한 요리 중 하나이고, 특별히 어려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큰 착각이라는 것을 시댁에 도착해서 바로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준비하신 각종 전과 튀김재료의 방대한 양에 기가 눌렸기 때문이었다. 시간 내에 다 해내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않고 일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거의 명절 음식이 마무리될 즈음, 서둘러 뒷정리를 하고, 우리는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있는 유명 카페로 갔다. 하루 종일 수고한 나에게 주는 시어머니의 배려였다. 몸은 지쳤지만 언덕 위의 카페에서 내려다보는 해운대의 밤풍경은 지친 하루의 피로를 씻어 주기에 충분했다.


큰아이 백일이 지나고 곧바로 설명절이 찾아왔다. 한겨울이라 날씨는 매우 추웠고, 이동할 때마다 아이의 짐이 많아 차 없이 먼 길을 떠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긴 귀성행렬에 장시간 운전을 하며 가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그러다 티브이에서 명절 귀향 열차 예매에 대한 뉴스를 봤다. 잠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우리는 기차표를 예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명절 기차표 예매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서울역 대합실 바닥에 자리를 깔고 줄지어 앉아 밤새워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었다. 나는 갓난 아들을 둘러업어 포대기를 단단히 조여 메고는 서울역으로 갔다. 이미 역 대합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고 당황했지만, 자리를 잡고 앉아서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렸다. 기차표 예매에 성공은 했다. 그러나 그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했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차가운 바닥에서 밤을 새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해였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무작정 서울역으로 가서 일단 입석을 끊었다. (기억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새마을호에는 식당칸이 있었고, 우리는 거기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며 자리가 나도록 기다렸다. 기차가 대구역에 멈추면 빈자리가 하나둘씩 생겼고, 우린 역무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기차표를 샀다. 그 이후 부산까지는 편히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그 방법이 다소 무모해 보일 수는 있어도 우리에겐 달리 다른 방도가 없었다. 지나고 나니 이것 또한 명절 때마다 소환되는 단골 에피소드가 되었고,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요리를 마치고 함께 맛을 보며 남편과 나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기억들이 미화된다지만, 그저 모든 것이 그립기만 한 것은, 그만큼 내가 그 시간들을 잘 살아왔다는 방점일 거다. 이번 추석에는 눈꽃 가득 핀 튀김요리를 해서 어머님, 아버님 뵈러 납골당에 다녀와야겠다.



자~ 이제 요린이 남편의 ‘모듬 텐동’을 소개할게요!

<<재료>>

새우, 오징어, 표고버섯, 깻잎, 양파, 연근, 꽈리고추, 고구마, 단호박등 냉장고를 털어 보세요.

<고로모 (튀김옷)>

튀김가루 2 cup, 얼음물 2 cup, 달걀노른자 2개

<소스>

물 200ml, 간장 100ml , 알룰로스 100ml, 생강 소량, 양파 반 개, 실파 소량

단호박, 연근, 양파, 고구마를 잘 씻어 준비한다.


꽈리고추, 브로콜리, 표고버섯, 깻잎을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산지 직송 생새우, 엄청 싱싱해 보이죠~


새우 등에서 내장을 제거한다.


새우 꼬리에 있는 물총과 불순물을 칼로 제거한다.


새우 배에 있는 힘줄에 칼집을 낸다.


칼짐을 내면 새우등이 펴진다. 튀길 때, 등이 굽지 않는다.


껍질을 벗긴 오징어와 깨끗이 손질한 새우. (오징어 껍질 벗기는데 집중하다 보니 오징어 내면에 대각선으로 칼집을 내는 것을 깜박했다.)


물, 간장, 알룰로스를 4:1:1의 비율로 섞고, 양파 1/2개와 생강 한쪽을 잘게 썰어 불에 올린다. 끓으면 불을 끄고 1분 식힌다.


끓인 재료를 체에 밭친다.


양파와 생강을 체에 밭쳐 분리한다.


소스에 실파를 넣으면 완성이다.


준비한 재료 중 연근, 단호박, 고구마는 알맞은 크기로 썰고, 꽈리고추는 칼집을 낸다.


튀김옷의 바삭한 식감을 위해 얼음을 넣은 물을 준비한다.


볼에 달걀노른자 두 개를 넣는다. (저는 반대했습니다)


얼음물, 달걀노른자, 튀김가루를 넣고 젓가락으로 튕기면서 섞는다.


글루텐 생성을 막기 위해 영상과 같은 방법으로 반죽을 섞는다.


튀김옷이 잘 묻도록 밀가루로 옷을 입힌다. 너무 많은 양의 밀가루를 묻히면 자칫 튀김옷이 두꺼워지므로, 밀가루를 묻힌 후 한번 탁탁 털고 준비한다.

밀가루를 골고루 묻힌 재료들.

예열이 충분히 되었는지를 위 영상과 같이 알아보면 쉽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를 했죠?


튀김용 아보카드유를 1L 넣고 열을 충분히 올린 후 재료를 튀겨낸다. 야채부터 튀기고 새우와 오징어를 튀긴다.


눈꽃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제대로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연구과제로 남겼습니다.



잘 튀겨낸 재료들, 맛있어 보이죠~

튀김 요리는 고수의 영역임을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쉽지 않았고 그래서 당황했지만 남편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임했습니다. 다음번엔 눈꽃이 만발하기를 빌어 봅니다.


완성된 '모듬 텐동'과 소스입니다. 보기엔 눈꽃이 다소 빈약해 보이지만 충분히 맛있었어요~

이렇게 좌충우돌 '모듬 텐동' 도전이 끝났습니다. 몇 가지 문제점만 잘 해결하면 더 보기 좋은 텐동을 만들 수 있을 듯합니다. 드실 때는 소스에 푹 담갔다가 드세요!


P.S: 튀김요리 후의 부엌 상태가 어떨지는 상상이 가시죠? 관련영상과 사진을 올릴 뻔했습니다.

이번 가을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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