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이어온 아침식사
우리는 손 안의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물어보고 해답을 구할 수 있다. 더군다나 AI의 발달로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정리하고 분석하는 시대까지 도래했다.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한다. 특히 ‘건강’에 관한 문제는 더욱 그렇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아니다’식의 정보들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그동안 가졌던 건강 상식을 완전히 바꿔 놓는 한 권의 책을 만났다.
2018년, 당시 나는 만성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음식을 먹고 나면 졸리고 멍해서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그때 만난 책이 ‘닥터 조의 환자혁명’이다. 두꺼운, 그다지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나는 순식간에 읽어 나갔고, 결국 문제의 원인은 ‘단 하나의 호르몬, 인슐린’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슐린 분비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주 먹는 습관을 바꿔야 했다. 조금만 먹어도 인슐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인슐린 저항성의 문제를 인식한 이후 지금까지 철저히 지키는 것은 ‘16:8 간헐적 단식’이다. 어느새 7년간 지속하고 있고,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하루 두 끼 식사를 하다 보면 식사량보다 영양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고심 끝에 찾아낸 방법이 하루의 한 끼를 다양한 단백질을 더한 ‘건강 야채찜’을 먹는 것이었다.
야채를 먹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생야채 샐러드', 아니면 '야채찜'이다. 처음에는 생야채 샐러드를 먹었는데, 소화부담, 영양소 흡수율 저하, 유해균 위험등의 문제도 있고, 특히 몸이 차가운 나에게는 생야채 샐러드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소화에도 좋고, 영양소 흡수율도 높이는 방법으로 야채를 쪄서 먹기로 했다. 이 방법이 우리에게는 잘 맞아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2년 전, 남편은 자신의 아침정도는 스스로 준비하겠다는 중대 선언을 했고, 이후 이른 새벽마다 그의 아침과 나의 늦은 첫끼를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 남편이 아침마다 준비하는 ‘건강 야채찜’을 소개할게요!
<건강 야채찜>
재료: 양배추, 양파, 당근, 브로콜리, 블루베리, 아보카드 1/2개, 계란 2개, 방울토마토 7개, 새우 15마리( 새우 대신 닭 가슴살, 샤부샤부용 쇠고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소금 1Ts, 후추 조금
소스: 발사믹 비니거, 올리브유
브로콜리는 촘촘한 구조와 왁스 코팅, 잔류 농약, 벌레 등으로 인해 흐르는 물만으로는 세척이 충분하지 않은므로, 넓은 볼에 밀가루 1Ts과 소금 1Ts을 넣고 사진과 같은 방향으로 브로콜리를 고정하여 10분 이상 담가 둔다.
식초 1T를 넣은 물에 담갔다가 헹군다.
냄비에 소금 1/2T를 넣는다. 물이 끓으면 숟가락을 사용해서 달걀을 조심히 넣는다. 숟가락으로 냄비 끝이 닿도록 잘 저어준다.(노른자의 위치를 정중앙에 두고 싶어 해 보았으나 실패를 했습니다. 다음 기회로~)
뚜껑을 닫고 불을 끈 후 10분 동안 둔다. 익은 달걀은 꺼내어 찬물에 1분 동안 둔 뒤 껍질을 벗긴다.
깨끗이 손질한 새우는 올리브유, 소금, 후추에 잠시 재워둔다.
재워 두었던 새우를 팬에 굽는다.
달걀이 익을 동안 양배추, 양파, 당근, 브로콜리를 기호에 맞게 썰어 준비한다.
찜기에 준비된 야채를 켜켜이 올린다. 단단한 것을 아래에 둔다.
켜켜이 올린 찜기의 모습, 뚜껑을 닫고 10분간 찝니다.
찜기에서 야채가 익을 동안 다른 재료들을 썰어 준비한다.
야채가 다 쩌지면, 양배추를 아래에 깔아 두고 나머지 재료를 보기 좋게 올린다.
이렇게 남편의 아침이자 저의 늦은 첫끼인 '건강 야채찜'이 완성되었습니다. 소스는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만으로도 충분히 맛이 좋습니다. 저는 들기름 소스를 더 선호하기는 합니다만.....
오늘 아침 10시, 가벼운 미팅이 있어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렸고, 안에는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인사를 나누던 위층 할머니가 타고 계셨다. 얼마 전 할아버지가 안보이시길래 걱정했던 것이 기억나서 조심히 어르신은 잘 계신지를 여쭈었다. 할머니께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많이 안 좋으셔요"
하셨다. 그 순간 할머니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마음이 먹먹해져 와서 눈물이 났다.
세상에서 가장 큰 상실이 '배우자를 잃는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의 무게를 오늘 아침 할머니의 눈빛에서 느꼈다. 그분과의 짧은 만남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는 '살아 있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루하루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분의 눈빛은, 내게 주어진 오늘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울림이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앞으로의 모든 날을 충실히 살아갈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