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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수 Jan 06. 2023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메모

내가 읽은 책들 ①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 보고 근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현실에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일부나마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념에 집착하거나 원칙론만 앞세우는 이들에게는 적잖이 불편함을 느낀다. 반대로 현실론만 앞세우며 결과의 쟁취를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에게도 동의할 수 없고. 얻어낼 것은 얻어내고 내줄 것은 내줘 가며 권력의 시소 위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자주, 그리고 길게 유지하는 것이 느리게 보이지만 보다 선명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연말에 사울 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Rules for Radicals)"을 읽으며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부분부분 메모를 해 두었다. 성향상 보수에 가깝지만 대한민국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감안하면 여전히 진보에 속하는 노동관을 가진 터라 현실적인 급진주의자를 자처하는 알린스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처한 현실이라는 바탕 위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깊이 동의하는 것이다. 아래는 메모해 둔 내용이다. 일부 내 생각들도 끄적여 두었다.


*****

"급진주의자들은 유연해야 하며, 유동적인 정치적 상황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들의 전술 때문에 스스로가 친 덫에 걸려 자신들이 선택하지도 않은 길로 빠지지 않도록 행동과 대응행동의 진행과정에 대해 충분히 민감하여야 한다"(45쪽) 

☞ 어설픈 과격함과 경직성으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매우 가까이서 보았다. 견결한 의지를 드러내 보이고자 했던 시도가 찰나의 반격으로 허물어지고 되레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순진하고도 어리석었다.


"우리는 모든 것이 기능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행동할 때의 우리는 모든 가치와 문제들을 분할하고 고립시킨다. 우리는 주변의 모든 것을 빛과 어둠, 선과 악, 생과 사와 같이 그것과 결코 분리할 수 없는 반대 개념의 '짝'으로서 바라보아야 한다. ...... 우리는 모든 긍정에는 부정이 있으며, 반드시 뒤따라 오는 부정적인 것 없이는 어떠한 긍정적인 것도 없고, 부정적 측면을 갖지 않은 어떠한 정치적 낙원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55쪽) 

☞ 주석에서 "주역"의 태극과 음, 양을 언급하고 있다. 알린스키는 주역의 '상보성'의 원리에 비추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자세를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 인과관계는 대부분 확률로 대체되었다. 전자나 원자는 특정한 힘에 대응해서 특별한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이 이렇게 혹은 저렇게 반응할 것이라는 확률의 집합이 있을 뿐이었다... 대중운동, 전술 혹은 걸린 문제의 다른 어떤 측면에 대한 토론이나 분석을 할 때에, 이렇게 하면 저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 우리가 성취하기를 바랄 수 있는 최선의 것은 특정 행동들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이해 정도이다."(58쪽)


"수단과 목적은 질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진정한 질문은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는가?'라는 널리 유행하는 질문이 결코 아니었다. 반대로, 진정한 질문은 언제나 '이 특정한 목적이 이 특정한 수단을 정당화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92쪽)


"유약한 현대인들의 과민한 귀를 달래줄 필요가 어디 있는가? 언어의 위선에... 한 발이라도 양보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심리학자들에게 그것은 행동의 위선을 의미할 것이다. ... 사실 수치스러울 정도로 도덕적인 태도를 갖추게 된 화법은 인간과 사물에 대한 현대의 모든 판단이 비굴해지도록 만든다. 오늘날 심리학자가 자신의 고상함을(혹은 다른 사람들에 의하자면 그의 정직함을) 어디에선가 보여준다면, 바로 이러한 도덕적 화법에 저항함으로써 보여줄 것이다."(96쪽) ☞ 알린스키가 인용한 니체의 <도덕의 계통학> 글 중 일부


"당신이 무에서 출발한다면, 100%를 요구하고 그 뒤에 30% 선에서 타협을 하라. 당신은 30%를 번 것이다."(107쪽)


"조직가의 결혼 성적표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참하다. ... 하지만 ... 나는 진정으로 유능하면서도 독신생활을 하고 있는 조직가들을 알지 못한다. 일을 이해하고 일에 헌신적인, 그래서 조직가들에게 실질적인 힘의 원천이 되는 부인들이나 남편들, 혹은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존재한다."(116쪽) 

☞ 사실이지만 누구에게 헌신을 요구할 것인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별로 없다는 점이 씁쓸하다.


호기심, 불경, 상상력, 유머 감각,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약간의 희미한 전망, 조직화된 인격체(부조리를 수용하여 이를 활동의 대상으로 삼아 변화를 이끌어 내는 능력), 정치적으로 분열적이지만 동시에 잘 융화된 존재(행동을 위한 극단적 분열을 수용하되 협상 시 약간의 차이임을 인지, 이후 공존까지 조직), 자존심, 자유롭고 편견 없는 마음과 정치적 상대성, 창조성(125~134쪽) ☞ 조직가에 필요한 자질


"인생은 불확실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고, 인생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이다. 그는 그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그는 모든 가치들이, 특히 정치적 상대성의 세상에서는,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러한 자질 덕분에 그는 냉소주의나 환멸 속으로 무너져 내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환상에 의지하지 않기 때문이다."(134쪽)


"지도자는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권력을 쌓기 위해 그리고 사회적이면서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권력을 잡고 휘두르기 위해 행동한다. 그는 스스로 권력을 원한다. 조직가의 목표는 다른 사람이 사용을 권력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134쪽)


"도움을 청하고 얻는 사람은 감사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그를 도와준 사람에 대한 무의식적인 적대감을 가지고 반응한다. ... 왜냐하면 그를 도와주었던 사람이 만일 도움이 없었다면 그가 여전히 좌절상태에 빠져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알고 있다고 그가 느끼기 때문이다."(152쪽)


"특정 사실이 경험의 힘에 의해 파악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작아야 쟁점이 되는 사안들의 전체 국면을 좌우할 수 있다. 논쟁점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되고 구호로 만들어질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해야 하며, 선악이나 도덕 부도덕처럼 일반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이 현실과 이 현실에 직결되어 있는 부도덕이어야 한다."(156쪽 내용, 번역이 부자연스러워 일부 수정함)


"권력과 공포가 믿음의 원천 ... 기성질서가 조직가 자신을 '위험한 적' ... 이라는 낙인을 사용함으로써 ... 기성질서는 조직가에 대한 (위협적인 존재라는) 두려움을 담아서 표현 ... 조직가는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162쪽)


"조직가가 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을 하나의 문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제 질문은 사람들이 그 무엇인가를 이 방법으로 하는가 아니면 저 방법으로 하는가, 또는 전부 다 하는가 아니면 일부만 하는가 하는 것이다."(185쪽)


[권력 전술의 규칙](194~219쪽)

1. 권력은 당신이 가진 것뿐만 아니라 당신이 가지고 있다고 적이 생각하는 것이다.

2. 당신 편인 사람들의 경험을 결코 벗어나지 말라.

3. 가능하다면 어디에서든 적의 경험을 벗어나 여기에서 혼란, 공포, 후퇴를 야기하도록 하라.

4. 적이 그들 자신의 교본에 따라 행동하도록 만들라.

5. 비웃음은 인간의 효과적인 무기이다.

6. 좋은 전술은 당신 편의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전술이다.

7. 너무 오래 끄는 전술은 장애물이 된다.

8. 여러 상이한 전술과 행동으로 압력을 계속 가하라.

9. 보통 협박은 전술 행동 자체보다 더 위협적이다.

10. 전술을 위한 대전제는 상대에 대해 끊임없이 일정한 압력을 계속 가할 수 있는 활동의 전개이다.

11. 당신이 어떤 하나의 부정을 필요한 만큼 강하게 그리고 끝까지 밀고 나가면, 그 부정은 반대편으로까지 뚫고 들어갈 것이다.

12. 성공적 공격의 대가는 건설적인 대안이다.

13. 표적을 선별하고, 고정시키고, 개인화하고, 극단적인 것으로 만들라.


"유산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개별적인 자기이익을 위한 서로 죽이고 죽는 투쟁은 ... 근시안적이다... 대부호가 일요일에 어떤 혁명으로부터 막대한 이윤을 획득할 수 있다면, 비록 그가 월요일에 처형당할 것이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나는 토요일에 있을 혁명을 후원하라고 대부호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유산자들 일부의 힘이 다른 유산자들을 겨냥하도록 정교하게 움직이는 것은 전략의 핵심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국가들이 미국을 활용하여 소련에 대항하도록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221~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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