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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수 Jan 12. 2023

나는 이들의 투쟁에 다분히 편파적이다

강북구 도시관리공단분회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박장규라는 사람이 있다. 강북구 도시관리공단에서 기술직으로 일한 지 19년차 되는 노동자이자 민주노총 산하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강북구 도시관리공단분회장이다. 민주노총이라고 하면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적인 행태를 거론하며 이익집단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지만,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하 '일반노조')의 경우 취약한 노동환경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조직이다. 윤석열 정부가 노조 개혁을 3대 개혁의 첫머리에 두면서 노조 회계 감사를 외부에 공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일반노조의 회계 결과를 공개한다면 눈물이 앞을 가려 되레 후원이 빗발칠지도 모른다는 농을 칠 정도로 재정적으로도 열악하다. 사회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모인 조직이니 가난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 조직 내의 분회장이 이 글을 쓰는 2023년 1월 12일 현재, 37일째 단식 투쟁 중이다. 

박장규 강북구 도시관리공단분회장(단식 36일차, 2023. 01. 11.)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소속 노동자들은 구립 문화예술회관, 스포츠 센터, 골프장, 도서관, 주차장 등 강북구 전역의 공공시설에서 일한다. 이 사업장들에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등 많은 문제들이 횡행한다. 분회에 따르면 공단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휴게시간을 확보하고 식사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 인력을 산정하였을 때 즉시 충원이 필요한 인원이 22명이다. 일례로 강북구 내 36개 공영 주차장을 모니터하는 통합관제실 노동자는 단 1명이며, 공단이 관리하는 8개 도서관 사서는 도서관법 시행령에 따른 사서배치기준을 고려하였을 때 필요한 인원인 47명을 한참 밑도는 17명뿐이다. 시설 관리의 경우 안전 확보를 위한 조건인 2인 1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위험한 사다리 작업 중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는 게 부지기수다. 그런가 하면 2018년 인력 충원과 초과근무 근절을 전제로 초과근무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협약을 체결해 놓았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 탓에 30분에서 2시간에 이르는 일상적인 초과근무가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단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호봉 승급은 기대할 수도 없고 성과급마저 기본급의 100%가 아닌 34%를 기준으로 하여 지급받는 차별에 노출되어 있는 게 실상이다. 

강북구청 앞 강북구 도시관리공단분회 농성장 전경(2023. 01. 11.)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2년 전부터 노조는 공단 사용자측과 교섭을 이어 갔다. 그러나 사측은 분회의 핵심 요구를 모두 거부했고, 새로 취임한 공단 이사장도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아 '실질적 사용자'인 강북구청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출신 이순희 구청장 역시 외면했다.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조차 없었다. 결국 조합원들은 작년 11월 28일에 파업에 돌입했고, 농성장을 강북구청 안에 차렸다. 강북구청 역시 분회의 사업장이고 구청장이 외면으로 일관하니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박장규 분회장은 작년 12월 7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이후로도 이순희 구청장은 조합원들을 철저하게 무시했고, 그도 모자라 작년 12월 27일에는 조합원들과의 충돌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신고하여 경찰이 농성장에 있는 이들을 끌어내고 연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구청장이 행사를 가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눈길도 안 주는 구청장에게 '우리도 강북구민'이라고 하며 공무원들과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구청장이 다리를 접질렸다며 주저 앉은 사건이 있었다.) 


강북구청 측은 노조의 행위가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도시관리공단 사측(이사장)을 배제한 채 교섭 권한이 없는 강북구청장을 교섭에 개입하도록 강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조 측의 어떠한 '불법적 요구'에도 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특별시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설치 조례'에 따르면 이사장 임면권, 공단이 수행하는 사업을 지정하는 권리, 예산에 대한 시정권, 예결산을 보고받을 권리, 감독과 보고 및 검사의 권한이 모두 구청장에게 있다. 또한 '서울특별시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인사규정'에 따르면 공단은 직원을 채용할 때 구청장과 사전 협의 및 통보를 거쳐야 한다. 과연 노조는 '불법적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인가. 이순희 구청장에게는 권리와 권한만 있을 뿐 책임은 전혀 없다는 것인가. 저러한 조항들이 버젓이 있음에도, 이순희 구청장에게는 실질적인 사용자성이 없는가.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농성장 천막(2023. 01. 23.)


노동권은 법적 안정성이라는 사법 체계 특유의 보수적 장벽을 허물면서 확장되어 왔다. 생존이 달려 있고, 주변의 생계가 걸려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결의가 앞장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기득권의 적대심과 관료의 나태함, 중산층의 무관심이라는 이중삼중의 벽을 뚫어야 하기에 격렬할 수밖에 없고 견고한 현행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오기에 보수 집단의 온갖 견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떼를 쓴다'며 노동자들의 파업을 폄하하는 이들의 말은 일견 맞다. 강한 권력에 대항하여 노동자들이 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떼로 모여야 하고, 떼로 요구해야 한다. 특히 150명 조합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0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해소를 요구 조건 전면에 내걸고 싸우는 강북구 도시관리공단분회의 경우 더더욱 떼를 써야 한다. 사용자 측이야 노조에 대해 무시로 일관하고 불법·불순 세력으로 여론 몰이를 하며 권력을 누리고, 고액 연봉을 따박따박 타 먹으면 그만이겠지만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생존과, 생계와, 존엄성을 걸고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올해로 노동 단체와 기관에서 일한 지 10년차가 되는 강북구 주민이다. 37일째 단식 중인 박장규 형과는 일이 아니라 아니라 동네에서 여차저차해서 알게 된 형을 통해 술자리에서 소개 받은 사이이다. 회사 생활을 하다 서른이 넘어 노동 단체로 넘어오며 너무 늦게 이쪽으로 발을 들인 건 아닌가 고민했던 적이 있었는데, 박장규 형이나 장규 형을 소개시켜 준 형이나 모두 나보다도 늦은 나이에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반백살 되도록 청춘마냥, 아니 그보다 더한 열정으로 활동을 이어나가는 걸 보면서 괜한 고민을 했구나 싶었다. 이념에 치우치거나, 권력욕에 휘둘리거나, 비겁하게 뒤로 숨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은 먼 사람들이라 틈 나면 스스럼 없이 술잔 나누면서 지냈고, 인연을 계속 이어오는 중이다. 해서, 나는 다분히 편파적이고자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 강북구 도시관리공단분회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기원한다. 지인들 중 삼겹살을 가장 맛있게 구워주는 박장규 형의 삼겹살을 하루빨리 얻어먹기 위해서라도 이 투쟁이 꼭 승리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순희 강북구청장님, 강북구민으로서 요구합니다. 저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아 명령합니다. 

강북구에서 일하고, 강북구에 거주하는 사람이 40일 가까이 단식 중입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구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겠다는 구청장이라면 들여다 보는 게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대화하십시오. 요구 조건을 경청하십시오. 

끝까지 외면하고 무시한다면 당신은 사람도 아닙니다. 

할 말은 많지만, 올 1월 3일 박장규 형의 아내 분께서 구청장님이 소속되어 있는 당 대표에게 보낸 편지로 대신하겠습니다. 부디 복 많이 지으시길 바랍니다.


* 2023년 1월 12일 37일째 단식 투쟁 중이었던 박장규 형은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충분히, 넘치도록 투쟁의 의지를 보였다. 건강하게 싸우시라. 언제나 그랬듯 잊을 만하면 소주 먹으러 출몰하겠다. 삼겹살은 장규 형이 구워주시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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